2025. 1. 18. 토요일
딸들이 나의 고모를 무척 좋아한다
딸들에겐 고모할머니가 되는 나의 고모는
내 남편과도 언니와도 동갑네다
그러니 나에겐 무척이나 젊은 고모요
우리 딸들에겐 너무나 젊은 할머니인 것이다
작년에 집을 리모델링해서 남편과 평일에 가 본 적 있는데
우리 딸들은 이때나 저때나 갈 기회만 찾다가 오늘 드디어 나와 함께 가게 되었다
나의 고종사촌이자 우리 아이들에겐 이모가 되는 센스쟁이 고모의 딸이 꾸며놓은
아기자기한 집을 구경하는 재미에 쏙 빠졌다
특히
이 벽난로는 이 겨울에 운치와 실용성을 다 살린다
금방 실내가 훈훈해지며 온기가 돈다
이 크리스마스트리는 빨간 리본이 압권이다
한 땀 한 땀 만든 리본이 단순하면서도 포인트를 주며 전체적으로 화려한 겨울 분위기를 풍긴다
내년엔 다른 오너먼트를 만들겠다고 해서
이 리본은 우리가 물려받았다
리본을 떼어내며 신나 하는 우리들
히히
내년 우리 집엔 빨간 리본이 주렁주렁 열리겠는걸
덩치 큰 애완견의 애교를 보며 웃었다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며 칭얼대기도 하고
놀아달라고 치대기도 하는 모습이 사람과 똑같다
큰 덩치의 개가 이렇게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니 귀염을 많이 받는다
바람 쐬러 가까운 동백정에 나가봤다
오늘 날씨가 어쩜 이리도 포근하지?
막 봄이 오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오래된 동백나무 숲길 천천히 걸어올라 가면
눈앞에 평화로운 바다가 열린다
동백꽃이 피는 계절에 꼭 다시 와봐야지 하면서 봉오리 가득한 나무들을 올려다본다
저 잔잔한 바다 위에 긴 물길을 만들며 배 한 척 지나간다면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며
고모는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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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네 집에 갔더니
암탉수탉 잡아서
자기들끼리만 먹더라
우리 집에 와봐라
국물도 없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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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어렸을 때
다리를 서로 얼기설기 놓고 하던 놀이가 있었다
우리 세대엔
이거리 저거리 박거리 하며 부르던 노래였는데
딸들 세대엔
고모네집에 갔더니 하는 가사로 바뀌었다
이 노래를 고모가 듣곤 웃으면서
결이야, 고모할미는 안 그럴게 하며 웃던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