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억들은 뇌(腦) 안에 각인을 남긴다. 이제 연구자들은 다양한 첨단기법으로 무장하고 '특정한 기억'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아볼 궁리를 하고 있다.
@ Discover Magazine
<셜록>의 광팬은 아니지만, 인지신경학자 재니스 첸은 BBC의 인기 탐정 드라마를 웬만큼 안다. 그녀는 뇌 영상장치를 이용하여, <셜록 시즌 1>을 보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엿본 다음, 그 줄거리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첸은 시청자들에게서 '하나의 장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듣는다. 그 장면의 내용은, 한 여성이 영안실에서 냉담하기로 유명한 탐정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셜록 홈즈를 무례하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가 여성의 심리를 간파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첸과 동료들은 시청자의 뇌영상에서 뭔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똑같은 장면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뇌는 현저하게 비슷한 활성화 패턴을 보이는 게 아닌가!(참고 1)
최근 뇌 영상화 장치를 이용하여 특정 기억을 창조/재창조하는 데 관여하는 활성화 패턴을 확인하는 연구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첸도 그런 연구자들 중의 한 명이다. 최근 10년간 인간과 동물의 신경과학에서 강력한 기술혁명이 일어남에 따라, 연구자들은 개별적인 기억들이 형성되고 조직되어 상호작용하는 기본법칙을 밝힐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어떤 연구팀들은 활성화된 뉴런에 라벨을 붙이는 기법을 이용하여 설치류에서 통증자극에 대한 기억과 관련된 회로를 찾아낸 다음, 그 경로를 재활성화하여 기억을 촉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인간의 경우에도 특정한 회상의 특징이 확인되었는데, 그것을 분석한 결과 뇌가 회상을 돕기 위해 기억을 조직화하고 연결 짓는 방식이 드러났다. 이상과 같은 발견들은 언젠가 '나이가 들거나 질병에 걸림으로써 기억력이 쇠퇴하는 이유'나 '거짓 기억이 증인의 증언에 침투하는 과정(참고 2)'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통찰력은 학습과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전략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종전에는 기억의 일반적인 위치와 메커니즘을 찾는 데 치중했었지만, '하나의 기억'을 추적하는 연구가 기억에 관한 연구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설치류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는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나는 그 외에 다른 것을 원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라고 캐나다 토론토 어린이병원의 쉬나 조슬린 박사(신경과학)는 말했다.
기억흔적(engram)을 찾아서
단일기억의 물리적 흔적(이것을 '기억흔적'이라고 부른다)은 오랫동안 연구자들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칼 래슐리는 단일기억을 최초로 추적하기 시작한 사람 중 한 명으로, 1916년쯤부터 자신의 경력 중 상당한 기간을 이 분야의 연구에 할애하기 시작했다. 그는 랫트를 훈련시켜 단순한 미로를 통과하게 한 다음, 대뇌피질의 한 부분을 파괴하고는 랫트들을 미로에 다시 투입했다. 손상된 뇌조직은 종종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해를 거듭해도 기억의 물리적인 위치는 오리무중이었다. 그리하여 1950년에 자신의 야망찬 미션을 총정리하며, 래슐리는 이렇게 푸념했다(참고 3). "나는 기억흔적의 위치에 대한 증거를 검토하며, 간혹 이렇게 느낀다: '기억흔적의 위치를 찾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필연적인 결론인가 보다."
기억은 고도로 분산된 과정으로, 뇌의 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상이한 유형의 기억들은 상이한 '영역 세트'와 관련되어 있다. 기억의 코딩과 인출에 중요한 많은 구조체들(예: 해마)은 피질 밖에 있는데, 이 점을 놓친 것이 래슐리의 큰 실수였다. 오늘날 대부분의 신경과학자들은 "하나의 주어진 경험이 여러 영역에 분포된 뉴런들의 부분집합으로 하여금 ‘발화 → 유전자발현 → 새로운 연결 형성 → 기존 연결의 강도 변화’를 거치게 하며, 이러한 변화들이 집단적으로 하나의 기억을 저장한다"고 믿고 있다. 현재의 이론에 따르면, 회상은 관련된 뉴런들이 다시 발화하여 과거의 경험과 관련된 활성화패턴을 재현할 때 일어난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광범위한 틀에 대해 몇 가지 기본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뉴런 그룹이 특정한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하는 과정'에 대한 고차원적 이론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과학자들이 동물실험에서 특정 뉴런을 라벨링·활성화·침묵시키는 기법을 이용하여 '어떤 뉴런이 단일기억을 형성하는지'를 적시한 것은 최근 10년간의 일이다.
조슬린은 마우스의 기억흔적 뉴런을 포착한 몇 건의 초기연구를 통해, 이 같은 이론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참고 4). 그녀가 이끄는 연구진은 2009년, 편도(공포를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뉴런들 중 일부에서 CREB(cAMP response element-binding protein)이라는 핵심 기억 단백질의 수준을 상승시킴으로써, 그 뉴런들이 마우스가 공포(청각신호와 발충격 사이의 관계)를 학습하고 회상할 때 발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만약 CREB가 증가한 세포들이 공포 흔적기억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면, 그것을 제거함으로써 청각신호와 관련된 기억을 지움으로써 마우스의 공포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추론했다. 그래서 독소를 이용하여 CREB 수준이 증가한 뉴런을 사멸시켰더니, 마우스는 정말로 그 공포감을 영원히 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부터 몇 달 후, UCLA의 알치노 실바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CREB을 과잉생산하는 뉴런을 생화학적으로 억제함으로써, 마우스의 공포기억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참고 5). 또한 그들은 "어느 주어진 순간에, CREB이 많은 세포들은 이웃세포들보다 전기적으로 흥분하기 쉽다"는 점을 발견했는데, 이는 그 세포들이 입력되는 경험을 기록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의미한다. "그와 더불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세포가 기억흔적의 일원이 되는 데는 특정한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라고 실바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기억억제 연구는 기억흔적의 절반만을 스케치했을 뿐이다. 기억흔적에 대한 과학자들의 의심을 불식하려면, 주문형 기억(MOD: memory on demand)을 만들어야 했다. 마침내 2012년, MIT의 토네가와 스스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MOD를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마우스의 뇌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하여, 발화한 뉴런을 광감지 단백질(ight-sensitive protein)로 태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기억의 처리에 필수적인 부분인 해마를 겨냥했다.) 연구진은 태깅 시스템(tagging system)의 스위치를 켠 상태에서 마우스의 발에 일련의 충격을 가했다. 그랬더니 충격에 반응한 뉴런들은 광반응 단백질을 대량으로 만들어내, 연구진으로 하여금 기억을 구성하는 뉴런을 분간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그래서 연구진은 해당 뉴런들을 레이저 광선으로 자극하여, 마우스의 불쾌한 기억을 재생할 수 있었다(참고 6). 후속연구에서, 연구진은 마우스를 새로운 케이지에 넣고 발에 자극을 가하는 동시에 '안전한 케이지'에 관한 기억흔적을 형성한 뉴런을 재활성화했다. 그런 다음 마우스를 안전한 케이지에 돌려보냈더니 그들은 공포에 질렸는데, 이는 공포의 기억이 안전한 장소와 부정확하게 연결되었음을 뜻한다(참고 7). 다른 연구팀들도 비슷한 기법을 이용하여 주어진 기억을 태그한 후 차단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참고 8, 참고 9).
"토네가와 팀을 비롯한 여러 연구진들의 연구는 기억의 생리적 흔적(또는 최소한 흔적의 핵심요소들)을 개별 뉴런 수준으로 추적할 수 있음을 보여준 강력할 사례라고 할 수 있다"라고 실바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해마나 편도체의 한 부분은 공포스러운 발자극의 기억흔적을 구성하는 지극히 미미한 부분으로, 기억흔적에는 시각, 후각, 청각 등의 다양한 감각들이 수반된다. "대충 어림잡아 10-30개의 상이한 뇌영역들이 기억흔적에 관여할 것이다"라고 실바 박사는 말했다.
【참고】 기억의 조작
2012년 이후, MIT의 토네가와 스스무 등이 이끄는 연구자들은 기억흔적의 일부를 형성하는 뉴런을 확인하기 의해, 해당 뉴런을 태깅(tagging), 재활성화, 침묵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1. 뉴런 태깅 ① 해마의 세포들을 변형하여, 발화할 때 광감지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만든다. ② 마우스는 발에 충격을 받을 때 기억을 형성하며, 이때 활성화된 뉴런이 태그된다.
2. 기억 회상 연구자들은 청색 레이저를 이용하여 태그된 뉴런의 발화를 유도할 수 있다.
3. 기억 억제 ① 특정 기억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색광(色光)에 노출되었을 때 침묵하는 단백질을 이용했다. ② 충격 기억을 형성했던 케이지에 들어간 마우스에게 그 광선을 쪼이면, 충격의 기억을 인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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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로 들여다보기: 다중복셀패턴분석(MVPA)
인간의 뇌영상촬영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연구자들은 뇌 전체를 대상으로 기억흔적을 구성하는 활성상태를 확대하여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fMRI로 단일뉴런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며, 상이한 뇌영역에 걸친 활성의 덩어리(blob)만을 볼 수 있다. fMRI는 전통적으로 다양한 과업에 가장 강력하게 반응하는 영역을 추적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강력한 분석방법이 개발되어, 사람들이 특정 경험을 회상할 때 나타나는 광범위한 뇌활성의 독특한 패턴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인지신경과학의 혁명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라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마이클 카하나 박사(신경과학)는 말했다.
다중복셀패턴분석(MVPA: multi-voxel pattern analysis)이라는 기법의 개발은 이러한 혁명을 가속화시켰다. 간혹 뇌영상해독(brain decoding)이라고도 불리는 이 통계기법은 fMRI 데이터를 컴퓨터 알고리즘에 입력하여, 특정 사고나 행동과 관련된 뉴런패턴을 자동적으로 학습한다. 2005년 대학원생이던 션 폴린(現 밴더빌트 대학교의 신경과학자)는 MVPA를 인간의 기억에 최초로 적용했다(참고 10). 그의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유명한 사람들, 장소, 흔한 사물들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동안, 연구자들은 fMRI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훈련시켜 각각의 범주와 관련된 활성패턴을 인식하도록 했다.
그런데 나중에 참가자들이 다시 fMRI 장비 속에 들어가 사진에서 봤던 사물들을 회상하자, 각각의 반응이 일어나기 몇 초 전에 범주 특이적 뉴런패턴(category-specific neural signature)이 다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예컨대,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대기 전에, '명사(celebrity)와 관련된 활성패턴'이 나타났는데, 그중에는 안면을 처리하는 피질 영역의 활성화가 포함되었다. '사람이 특정한 기억을 인출할 때, 뇌(腦)가 그 정보가 코딩될 때의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직접적 증거가 제시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논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발표한 논문은 그 논문의 직계후손이다"라고 첸 박사는 말했다.
그 후 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기법을 세련화하여, 뇌영상해독의 정확성을 향상시켰다. 첸 박사가 진행하는 "셜록 연구"의 경우, 그녀가 이끄는 연구진은 50개의 오프닝 에피소드(opening episode) 장면에 걸친 뇌활성 패턴이 명백히 구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패턴들은 매우 특이해서, 때로는 셜록이 등장하는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 실내 장면과 실외 장면을 구별할 수도 있었다.
각각의 참가자들이 나중에 에피소드를 회상할 때, 해마 근처와 여러 개의 고수준 처리중추(예: 후방내측피질)에서 동일한 장면시청 패턴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설사 그들이 장면에 대해 다른 말을 하더라도 말이다(참고 1). 심지어 그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을 들었을 때는 역시 동일한 뇌활성 패턴이 나타났다(참고 11).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장면을 회상할 때, 언어가 다르고 기억 방식이 다르더라도 동일한 활성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은 매우 놀랍다"라고 첸 박사는 말했다. 이는 뇌가 많은 사람들 간에 생각보다 유사한 방식으로 조직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기억, 개념, 복잡한 인식 등을 처리하는 고차원적 영역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기억의 군집화, 재구성, 재창조
하나의 새로운 기법으로 기억흔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자, 연구자들은 개별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만 연구하는 게 아니라, 여러 기억들이 상호작용하여 시간경과에 따라 변해가는 과정도 연구하기 시작했다.
뉴욕 대학교의 릴라 다바치 박사(신경과학)는 MVPA를 이용하여 '뇌가 중복되는 내용들을 가진 기억을 어떻게 분류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2017년 당시 대학원생이던 알렉사 톰파리와 함께 한 연구에서, 그녀는 참가자들에게 128개의 사물 사진을 보여줬는데, 그 사진들은 네 개의 장면 중 하나와 짝을 이루었다. 예를 들면, 해변을 배경으로 한 머그잔, 해변을 배경으로 한 키보드, 도시 풍경을 배경으로 한 우산... 각각의 사물들은 네 개의 장면 중 하나와만 짝을 이뤘지만, 장면이 네 개밖에 안 되므로 많은 사물들이 동일한 배경에서 나타났다(참고 12). 처음에는 참가자들이 하나의 사물을 하나의 장면과 1:1로 매치시켰고, 모든 사물은 제각기 상이한 뇌활성 패턴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주일 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동일한 장면과 짝을 이룬 상이한 사물들은 전부 비슷한 뉴런 패턴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뇌가 공유하는 장면정보에 따라 기억을 재조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의 군집화(clustering)는 정보의 요지(gist)를 학습하는 것의 시작이다"라고 다바치는 말했다.
"또한, 기억과 관련된 군집화는 사람들이 선행지식을 이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텍사스오스틴의 앨리슨 프레스턴 박사(신경과학)는 말했다. 프레스턴은 2012년의 연구에서, "어떤 사람들에게 한 쌍의 이미지(예: 농구공과 말)를 보여준 후 나중에 항목이 겹치는 다른 쌍(말과 호수)을 보여줬더니, 뇌에서 첫 번째 쌍과 관련된 패턴이 재활성화되었다"고 보고했다(참고 13). 이러한 재활성화는 관련된 이미지쌍들을 한데 묶는 것 같은데, 학습 과정에서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는 사람들은 나중에 간접적 관계(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만, 실제로 짝을 이루지는 나타나지 않았던 이미지쌍. 여기서는 농구공과 호수)를 잘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는 정보들을 연결함으로써, 우리가 직접 관찰하지 않은 정보와 지식까지도 표상한다"라고 프레스턴 박사는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의 많은 일상활동(예: 몇 가지 알려진 랜드마크 사이의 공간적 관계를 유추함으로써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탐색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관련된 정보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형성한다는 것은 창의성이나 미래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데도 중요할 수 있다.
프레스턴 박사는 후속연구에서, 기억 연결의 뒤에 숨어있는 메커니즘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관련된 기억들은 하나의 표상으로 통합되는 것으로 니타났는데, 특히 기억들 간의 시간간격이 짧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다(참고 14). 한편 실바 박사는 마우스를 이용한 연구에서, 마우스도 시간적으로 가까운 두 개의 기억들을 연결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2016년, "하나의 케이지에서 발 충격의 공포를 학습한 마우스는 몇 시간 전에 방문했던 무해한 케이지를 향해서도 공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보고했다(참고 15). 연구진에 따르면, "하나의 기억을 코딩한 뉴런은 최소한 다섯 시간 동안 흥분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부분적으로 겹치는 기억흔적이 형성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고 한다. 실제로, 연구진이 활성화된 뉴런들에 라벨링을 해보니, 많은 세포들이 양쪽 케이지의 기억에 모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바치, 프레스턴, 실바의 발견들은 개별 기억들이 하나의 포괄적인 아이디어로 통합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시사한다. "우리의 기억은 정보를 보관하기만 하는 호주머니나 상자는 아니다. 뇌는 개념을 구축하며, 여러 개의 사물들을 연결하여 사물 간에 연결고리를 형성한다"라고 조슬린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유연성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거짓(false) 기억이나 잘못된(faulty) 기억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실바 박사의 연구에서 마우스는 무해한 케이지를 무서워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른 케이지에 대한 공포 기억과 시간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이었다. 단일경험들을 외삽하여 추상적 개념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다 보면, 개별기억들의 디테일 중 일부가 상실될 수 있다는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개별 기억들을 인출할 때, 그 기억들이 서로 연결되거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기억이란 안정적인 현상이 아니다"라고 프레스턴 박사는 말했다.
이제 연구자들은 '특정한 기억이 시간경과에 따라 진화하는 과정'이나 '기억이 나중에 인출될 때 리모델링되거나 왜곡되거나 심지어 재창조되는 과정'을 탐구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동물에서 개별적인 기억흔적을 확인하고 조작하는 도구를 갖춘 만큼, 세포가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하는 과정에 대한 이론을 공고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도구가 부족하여 그런 이론을 검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보의 저장과 인출에 관한 연구는 낯익은 데다 직관적이지만, 우리는 그 뒤에 숨어있는 메커니즘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라고 프레스턴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특정 기억과 관련된 개별 뉴런을 집어냄으로써, 과학자들은 핵심 뉴런이 정보를 획득·인출·상실하는 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일종의 황금시대에 있다. 매우 오래된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들을 모두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라고 조슬린 박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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