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3일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신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39-4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41 베드로가, “주님, 이 비유를 저희에게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하고 물었다. 42 그러자 주님께서 이르셨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43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44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45 그러나 만일 그 종이 마음속으로 ‘주인이 늦게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하인들과 하녀들을 때리고 또 먹고 마시며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46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불충실한 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할 것이다. 47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그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48 그러나 주인의 뜻을 모르고서 매 맞을 짓을 한 종은 적게 맞을 것이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세상의 놀이와 재미에 빠져
공부하기나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려서 어른들이 안 계시면 놀기에 아주 바빴습니다. 가을이 되면 놀 거리가 많이 생깁니다. 어른들은 추수 일로 하루 종일 정신이 없으셨습니다. 그러면 학교에 다녀온 다음에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많이 맡겨놓습니다. 널어놓은 벼를 골고루 뒤집어 놓는다든지, 말린 콩을 두드려 턴다든지, 배추를 묶는다든지, 수수 이삭을 자른다든지, 채소에 물을 준다든지, 돼지 풀을 벤다든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른들이 들에 나가 늦게 오시면 일은 하지도 않고 팽이도 만들고, 타작을 하기 전에 마당에 구멍을 파놓고 구슬치기를 하기도 합니다. 상수리를 주워서 대나무 가지로 팽이를 만들기도 하고, 상수리로 구슬치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구슬로 쓰는 상수리는 아주 동그랗고 예쁜 것으로 골라야 했습니다. 가을에 해야 할 일이 많이 밀려 있는데도 어른들 일은 하나도 도와드리지 않고, 공부할 것도 숙제도 밀려 있는데 하나도 하지 않고 그렇게 놀다가 어른들이 오시면 그 때서야 공부하는 척하고, 일하는 척하고, 청소하는 척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른들은 그동안의 사정을 전부 알고 계시면서도 “아이쿠, 울 애기 공부하고 있었어, 착하기도 하지.”하시며 등을 두드려 주시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마당에 구슬치기를 하느라고 구멍을 뚫어 놓은 것을 보시면, 그 땐 벼락을 맞는 것입니다. 추수 전에 마당을 파 놓은 것은 큰일 날 일입니다. 야단도 먹고, 벌도 많이 섰습니다.
그런 버릇이 어른이 되어서도 없어지지 않고, 혼자 있을 때는 도대체 조심하지 않습니다. 옷도 함부로 입고, 말도 함부로 하고, 행동도 함부로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아주 점잖은 체 하면서 말도 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하고, 모르는 것도 아는 체 하고, 게으른 것도 부지런한 체 하고, 성인군자(聖人君子)처럼 그렇게 속이고 삽니다. 혼자 있을 때 내 행동은 정말 치사하기 한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있으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살고 있는 것입니다.
대학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소위 성기의자, 무자기야”(所謂 誠其意者, 毋自欺也)라는 말이 있는데 <‘그 뜻을 정성되게 한다.’는 의미는 ‘자기 스스로를 속이지 말라.’는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대학에서는 이렇게 계속 이어집니다.
“소인한거위불선, 무소부지; 견군자이후염연사기불선이저기선; 인지시기, 여견기폐간연. 즉하익의? 차위성어중, 형어외, 견군자필신기독야.” (小人閑居爲不善, 無所不至; 見君子以後厭然捨其不善而著其善; 人之視己, 如見其肺肝然. 則何益矣? 此謂誠於中, 形於外, 故君子必愼其獨也.)라고 하였습니다.
<소인은 평상시 홀로 있을 때면 무슨 일이라도 해 내지만, 군자를 보면 슬쩍 자기의 단점을 감추고 장점을 드러내려 한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의 몸속 폐나 간을 보는 것 같으니 그런 감춤인들 무슨 이익이 있으랴? 그러므로 군자는 혼자 있을 때 반드시 삼가야 한다.>라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이 오든지 안 오든지 자신의 일을 충실하고 성실하게 하는 사람은 진실로 충직한 종입니다. 그런데도 그 종의 아름다움을 전혀 보지 못하고 나는 세상의 재미와 놀이에 빠져서 지금도 내 멋대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시는데도 나는 하느님을 의식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보지 않으시는 것으로 착각하고 내 멋대로 살아 왔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소인(小人)이 되었습니다.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고, 성실하지 못하고 세상의 놀이와 재미에 빠져 살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소인의 티를 벗지 못하고 군자인체 가장하고 그렇게 헛되게 허비하고 살아온 세상이었습니다. 이제라도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정말 하느님을 의식하고 언제나 하느님이 내 곁에 계심을 행복한 마음으로 간직하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