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을 파다/월정 강대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 하지만
어디 그러기가 쉬운가, 말같이
막 지난 어제조차 낯설어 아뜩해지는 세상
황우 뿔 세우고 한길로만 가기가
잽싸게 인해人海 바다 헤쳐 나가다
난데없이 암초를 만나 죽을 영금 보기도 하고
하찮은 것에 어금니 악물더니 끝판에는
앞이 번듯한 사람을 수도 없이 봤던지라
경주 토함산 석굴암과 불국사 찾고
무등산 규봉암 서석대 오르고
정도리 구계등 갯돌 새에 붙박여 다진 심지
어둠을 뒤져 파고 판 우물 아닌가
먼발치에서라도 내 피땀 눈여겨본 사람은
삼 년 가물 석 달 열흘 장마에도
끄떡없을 명줄이라 침 흘리지만
선뜻 발 아래로 염려 내려놓지 못하고
시나브로 땅윗물 못 들게 뒷정리 해 가며
세세히 지켜봐 점차 손 떼볼까 하다
언제 하늘이 변심하여 상전벽해 되고
땅이 흔들리고 갈라질지 알 수 없는 데다
그러고도 어디 쉬운 일이랄 수 있는가
아무리 고통이 더 큰 고통을 낳더라도
모처럼 물오른 손 칼로 무 자르듯 내려놓기가
여하간, 단물 풍풍 솟구쳐 족히 먹기 전에는
좀처럼 손 못 놓을 것만 같아.
초2-791
2003. 12. 25.
한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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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을 파다
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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