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자연사 - 지층 타임머신 김삿갓 계곡
영원한 인간사랑 ・ 2023. 12. 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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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자연사 - 지층 타임머신 김삿갓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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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4. 20:50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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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자연사
지층 타임머신
김삿갓 계곡
김삿갓 유적지로 유명한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에는 일반인이 모르는 또하나의 명물이 숨겨져 있다. 남한강 지류인 미포천을 따라 오르다 와석1교를 건너면 오른쪽에 깊은 계곡과 절벽, 백사장이 어우러진 곳이 나온다. 여름철 피서객이 즐겨찾는 김삿갓 계곡이다. 이곳에선 김삿갓의 덧없는 발걸음처럼 15억 년이란 세월을 훌쩍 건너뛴 두 지층이 만나는 모습이 펼쳐져 있다. 지난 16일 현장을 둘러본 원로 지질학자인 진명식·최현일 박사는 “시대가 다른 지층 두 개가 여기처럼 경계면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곳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감탄했다.
무생물 세계와 생물 세계의 경계
하천변에 드러난 절벽 가운데에는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기운 경계면이 한눈에 드러난다. 윗 지층은 약 5억 년 전인 고생대 초기의 변성퇴적암인 장산규암이고 아래는 약 20억 년 전 선캄브리아시대의 편암과 화강편마암이다. 고생대는 각종 동·식물 등 생명체가 지구의 주인이 된 시기인 반면 선캄브리아시대의 지구엔 고작 몇 종의 원시적인 단세포 생물만이 있었다. 이 부정합면을 경계로 세상의 주인은 무생물에서 생물로 바뀐다. 옅은 붉은빛을 띠는 장산규암층을 더듬어 잿빛 편암과 암갈색 화강편마암층으로 내려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듯 갑자기 생물이 들끓던 세상에서 암석과 바다만이 보이던 초창기 지구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김삿갓 계곡에 드러난 부정합면의 세부 모습
<이미지 제공 : 한겨레 조홍섭 기자>
그렇다면 15억 년의 간격을 둔 두 지층 사이에 있던 지층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수수께끼를 풀 단서는 바로 현장의 암석에 남아있다.
진명식 제주화산연구소장은 “경계면 아래 선캄브리아 기반암은 시루떡을 쌓아놓은 것 같은 층상구조를 보이는 편암과 이 암석을 관입했던 화강암이 있다”며 “이는 20㎞ 이하 깊은 땅속에서 퇴적암과 화강암이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변성암이 되면서 변성구조인 ‘편리’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반암은 고생대 퇴적층이 쌓이기까지 15억 년 동안 땅위로 올랐다가 다시 가라앉고 지각변동으로 구겨지거나 구워지는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진 박사는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고생대 퇴적층이 쌓이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지표에 노출돼 온갖 풍상에 시달렸다는 사실”이라며 “이때 깎여져 나간 자갈, 모래, 진흙은 이후 중생대와 신생대 암석의 원료로 재활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삿갓 계곡 부정합의 형성과정 <이미지 구성: 최현일 박사>
고생대 해변 백사장이 시간이동 단서
충북 단양 다리안 폭포에 나타나는 5억년 전 장산규암
<이미지 제공: 한겨레 조홍섭 기자>
약 5억년 전 영월의 김삿갓 계곡은 아열대 바닷가였다. 육지에서 쓸려온 모래가 바닷가에 쌓였다. 더 먼 바다엔 입자가 가는 펄이 퇴적됐고, 여기에 탄산칼슘 껍질을 지닌 생물이 다수 서식하기도 했다. 대륙의 이합집산에 따라 바다의 침입과 후퇴가 되풀이됐고, 마침내 이 일대는 땅속 10㎞ 깊이에 묻혔다. 모래는 장산규암층이 됐고, 펄은 묘봉슬레이트층으로, 해양생물이 많던 곳에는 두터운 석회암층이 생겼다. 최현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박사는 “이때 해안습지와 평야에 쌓인 식물이 석탄층을 이뤘고 얕은 바다엔 석회암이 쌓여 우리나라 산업화에 필요한 무연탄과 시멘트를 선물로 남겼다”고 말했다. 기반암과 맞닿은 장산규암층의 맨아래에는 자갈이 박혀 있었다. 최 박사는 “자갈이 든 규암층은 풍화된 기반암 위에 처음 모래가 퇴적된 것을 가리키기 때문에 시간을 건너뛴 부정합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고생대 전기 지층은 남한의 강원도 삼척, 영월, 정선 등 태백산 지역과 북한 평안북도와 황해도 일대에도 넓게 분포한다. 이 시대 해안가 모래층이었던 장산규암은 두께 10~200m 깊이로 고생대 지층에서 가늘고 긴 띠 형태로 나타난다. 해안선의 길이가 무한하듯이 비록 두께는 얇아도 장산규암층의 길이는 수백㎞에 이른다.
그러나 경계면을 드러내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소백산자락인 충북 단양군 단양읍 천동리 다리안계곡에도 장산규암과 화강편마암 기반암의 경계면이 나타난다. 단양읍내에서 고수동굴과 다리안관광지를 거쳐 소백산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고생대에서 선캄브리아시대로 20억년 가까운 시간여행 코스이기도 하다. 지층이 굴곡져 산으로 올라갈수록 더 오래된 지층이 보인다. 다리안관광지의 소백산교 아래에 드러난 암반은 5억 년 전 장산규암이다. 그러나 여기서 10여m쯤 상류로 올라가면 20억 년 전 선캄브리아시대의 변성암층이 나타난다. 그 사이 어딘가에 부정합이 있다는 얘기다. 몇 초만에 15억 년을 건너뛴다면, 타임머신을 탄 것과 무엇이 다를까.
[네이버 지식백과] 지층 타임머신 - 김삿갓 계곡 (한반도 자연사, 조홍섭,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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