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얘기는 너무 많지만,
시간 상(제가 바빠요.), 큰 덩어리만 언급하고 건너뛰기로 하겠습니다.
드디어 '산골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월요일에 도착했는데, 금요일 오후에야 겨우 '전기 공사'가 마무리 되었고(문제점 해결),
저는 '나홀로 두 집 생활'을 하다가,
드디어 제가 머물 본 집에 입주를 했답니다.
그 사이에 여기 '귀농 귀촌 체류형 집'에 머물게 된 회원(?)들은,
계약서 작성, 오리엔테이션 등 기본적인 절차도 마무리를 지었는데요,
거의 날마다 한 시간 가량 있는 프로그램이 나름 재미가 있을 것 같긴 한데,
며칠 사이인데도,
산골 생활에 접어든 기분이 팍 드는 건?
여기 '체류형 집'에 머물게 된 회원(이웃)들은 모두 차가 있었습니다만,
오직 저만 '차도 없는 늙은이'였답니다.
그런데 여기는 공기 좋고 경치도 좋지만, 장보러 나가기가 상당히 힘들 것 같고,
어디 장보기 뿐인가요? '은행' 등 금융기관도 면 소재지에나 나가야 하는 등(아니면 '춘양'까지 가야 할 듯),
불편한 점 역시 적지 않은 곳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서울에서 실어온 쌀과 조카 부부가 가져온 반찬류, 김치 등이 있어서 견딜 만은 한데,
언젠가는 장보러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요즘엔 대중교통수단도 없어서(아마 이 마을엔 시내버스도 없는 듯...), 뭔가 심각한 문제점으로 남을 것 같기도 한데요,(장 보러 갈 때, 자기네 차로 가자는 사람도 있긴 했습니다만......)
전직(?) '자전거 아저씨'이기도 했던 저는,
이 근방을 돌아다니려면 최소한 자전거는 있어야 할 것이어서,
'여기 어딘가 읍내에 나가 자전거를 사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그저께 '간담회'를 했는데,
그게 끝나고 여기 '위원장'님하고 이웃하고 이야기를 하던 차에,
"저는 차가 없는 사람이라, 자전거라도 한 대 사야하겠는데, 여기, 어디 가서... 자전거를 구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더니,
"그래요? 우리 집에... 안 타는 자전거가 하나 있긴 한데......" 하니,
이웃 부부가,
"야, 잘 됐다!" 하더니, "지금 당장 가서 그 자전거를 끌고 오세요!" 하는 식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는데,
그 위원장님,
"그럴 게 아니라... 내가 가서 한 번 점검을 해 보지요." 하기에,
엉겁결에 자전거가 생길 기회가 찾아오게 되었는데요,
어제, 여기 주변 귀농인들도 모이고 그런 얘기들을 주고 받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게 끝나자, 그 위원장님이,
"자전거를 가져왔는데요."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 얼마나 반갑던지,
그렇게 그 분을 따라 나갔더니, 그 분 트럭에 자전거 한 대가 실려 있었고,
그 분이 자전거를 내려줬는데,
멀쩡하더라구요. (어제 집에 가서 타이어도 점검하고 바람도 넣는 등... 했던가 봅니다.)
"이거, 고마워서... 어쩐다지요?" 하고 제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더니,
"다, 도와가며 사는 거지요." 하는 그 양반,
어쩌면 앞으로 친해질 것 같은 좋은 분 같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그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는데,
아직도 제가 머물 집에서는 전기 수리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날은 푹푹 찌는데,
여전히 본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처지였던 저는, 마음이 안정이 안 돼서... 일도 제대로 못하고,
화장실 말고는 '거울'이 없어서, 제 '자화상 드로잉'도 잘 안 되는 상황이라,
이래저래 심란하게 오후를 보내고 있었는데,
5시가 다 돼서야, 전기 공사가 끝났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뒤 인부들이 돌아갔고,
그때부터 저는 임시로 지내던 그 앞집에 있던 제 짐 일부를 본 집으로 옮기는 일을 시작했는데,
옷이 빨래가 될 정도로 땀이 나서,
일부는 다음 날 아침에 하기로 하고, 샤워도 하고,
일단 저녁을 챙겨 먹은 뒤,
본 집에서 노트북을 설치하고는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7시가 넘었을 것 같은데,
누군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잘 못 들었나?' 하기는 했지만,
누군가 사람을 부르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아서,
저는 아래로(복층이라, 저는 그 다락방에 있었거든요.) 내려가면서,
웃통을 벗고 있던 상태여서, 부랴부랴 티셔츠를 챙겨 입은 뒤 문을 여니,
"왜, 아까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산책가셨나 했어요. (그러니까 두 번째 왔다는 뜻이었지요.) 옥수수 좀 드세요." 하며 건네는 옥수수는 아직도 따끈따끈하더라구요.
"아, 예!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고 받아들긴 했는데,
'분당'에서 왔다는 부부(남편은 경상도 분인데, 성격이 급하지만 똑똑하고 활동적인)가 저녁 무렵 장을 봐온 모양인데, 옥수수를 삶아서 이웃들(?)에게 돌리는가 보았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단톡방'이 있는데, 거기 한 멤버가, '옥수수 잘 먹겠습니다!' 하고 메시지를 남긴 걸 보면)
그렇잖습니까?
서울에서는 접하기 힘든(? 우리 아파트는 그렇거든요. 저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사니까요.) 시골 인정을 느끼게 되었는데,
이제 막 시작한 상황인데도 벌써 이런 식이니,
아, '산골 생활'이 정말 시작된 기분이랍니다.
인심부터가 다르니까요.
첫댓글 대도시에서 외롭게 지내던 한 사내가...
경상도 산골에 들어가 좋은 이웃들을 만나고...
푸근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
'한 사내'가 아니고, '한 늙은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