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의 비무장지대(DMZ) 투어, 양평의 카누 타기 등 각 지역의 특색을 살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을 테마로 하는 ‘관광두레’가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직접 관광상품을 개발해 운영에 나서며 지역색이 물씬 나는 특별한 관광상품을 만들고 있는 것.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산세에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가평 관광두레와 함께 여행을 떠나본다.
1일 경기 가평군 가평역 근처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가평지역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엄마와 함께 가평 관광두레 ‘가치가(같이하는 가치여행)’ 주민여행사의 안내를 받아 나들이에 나선 것.
일행이 간단한 인사와 함께 전용버스에 오른 것은 오전 9시. 다소 이른 시간에 피곤할 법도 하건만 여행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학생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가평에는 여섯개의 관광두레 사업체가 있어요. 사업체마다 힐링·건강·모험·취미 등 다양한 콘셉트로 여행을 진행하죠. 그야말로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체험이 가능한데, 오늘은 엄마와 학생들이 주고객인 만큼 콘셉트도 ‘재미와 건강’으로 잡았어요. 공들여 준비했으니 기대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가이드로 나선 가평 관광두레 조성주 PD의 말이다.
조 PD의 말에 호기심 가득 안고 찾아간 곳은 가평역 인근의 ‘사랑해체험마을(대표 김병갑)’. 가평 관광두레 파트너 업체로, 사륜바이크(ATV·All-Terrain Vehicle)보다 안전하면서도 승차감을 높인 다목적운반차(UTV·Utility Task Vehicle)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눈앞에 UTV 바이크가 나타나자 아이들은 금세 흥분했다. 김병갑 대표의 주의사항은 듣는 둥 마는 둥 어느새 바이크에 올라탄 아이들은 시동소리와 함께 “출발!”을 외쳤다. 신나는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주행연습 삼아 두어번 앞마당을 돌아본 일행은 바이크가 손에 익자 냅다 들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들길 주행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을 무렵 1㎞ 남짓한 자갈밭이 일행을 맞았다. 오래전 버려진 철로를 재활용해 만든 자갈밭 코스를 벗어나자 이번에는 커다란 냇물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이를 어쩌나’ 하는 갈등도 잠시, 일행은 주저 없이 질주를 이어나갔다. 난생 처음 타보는 바이크가 돌부리에 걸려 덜컹거려도 모두의 입에서는 연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박도륜군(18)은 “공부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 것 같다”며 좋아했다. 엄마 김진희씨(47)도 “처음엔 누가 이런 걸 타나 싶었는데 한번 타보니 여간 재밌는 게 아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엄마와 아이, 모두가 만족한 체험인 것이다.
이어 바이크를 뒤로한 채 일행이 찾은 곳은 청평유원지 초입에 자리한 ‘이일유 발효음식 체험장(대표 정혜리)’. 각종 산야초와 채소로 발효액과 발효식초·장아찌·비누 등을 만드는 이곳은 3년 전부터 관광두레와 인연을 맺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체험장으로 들어서면 벽면 가득 천연식초가 눈에 띄는데 이번에는 엄마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체험을 반겼다. 발효식초에 대한 강의는 물론 풋사과에 누룩과 설탕을 버무려 자신만의 식초를 만드는 과정을 기다려온 건 바로 엄마들이기 때문. 세 아들과 함께 체험에 나섰다는 이윤아씨(46)는 “천연식초에 관심이 많았지만 배울 곳이 없어 아쉬웠는데, 오늘 사과식초를 만들며 그 한을 풀었다”고 행복해했다.
이윽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체험장 안에 밥과 반찬을 덜어먹는 한식뷔페가 차려졌다. 요구르트를 시작으로 우엉잡채·영양부추전·오색채쌈말이 등 가평에서 생산한 농산물에 천연식초 등으로 맛을 낸 건강밥상은 여행의 피로를 해소하는 데도 안성맞춤. 정혜리 대표가 직접 농사짓고, 모자란 것은 이웃에서 구입한 천연 식재료만을 사용해서 만든 음식이라 모두들 담백하고 개운한 맛에 감탄했다.
어느덧 오후 2시. 체험장을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 듯 손을 흔들며 버스에 오른 아이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엄마, 우리 언제 또 와요?” 8월의 어느 날, 엄마와 아이들은 또 그렇게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가평=백연선 기자 white@nongmin.com
●관광두레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관광두레’는 지역 주민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관광사업 공동체를 말한다. 우리 옛 농촌의 자생적 협동조직인 ‘두레’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주민들이 지역에 기반을 둔 고유한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상품화한 관광사업체를 창업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문체부가 해마다 공모를 통해 사업대상 지역을 선정하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이 관광두레를 이끄는 주민을 선정해 창업과 경영을 지원한다. 직접적인 재정지원보다는 교육·멘토링·홍보마케팅 등의 지원을 통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현재 37개 지역, 150여개 주민사업체가 관광사업체 창업을 위해 관광두레와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