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한 번의 불장난으로도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본인도 긴가민가 주춤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정말일까? 그야 모르는 일이지요. 그런데 진짜이기를 바랐을까? 하는 문제에서는 역시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것이 진실이라면 받아들일 준비는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자기 목숨을 걸며 구출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아니라 했어도 아마 똑같이 행동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의감에 불타는 남자로서는 어른들의 못된 짓에 어린 소녀가 희생당하는 것을 가만두고 보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광고에 나온 대로 간단하게 요약합니다.
<군사 스파이 혐의로 자신의 후임인 수잔 터너 소령이 체포되자 잭 리처만이 그녀의 무죄를 확신하고 탈출을 돕는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던 중 관련된 사람들이 잇따라 살해당하기 시작하고 잭 리처는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비상한 두뇌, 타고난 직감, 본능적 액션의 ‘잭 리처’ 진실을 밝힐 때까지 그의 추격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 소녀가 등장합니다. 어떤 여자가 이 아이의 친부 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당사자가 바로 잭 리처입니다. 터너 소령과 자기와 연결된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면서 자연히 이 소녀에게도 그 검은 손이 닿을 것이 예측됩니다. 일단 터너 소령을 탈출시키는데 성공한 잭 리처는 이제 이 소녀 사만다를 찾아 보호합니다. 그러나 사만다는 웬 낯선 남자가 접근하는데 어떻게 믿겠습니까? 이 사람이 누구인지, 왜 가까이 접근하는지,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건지 모릅니다. 다행히 터너 소령이 껴들어 조금은 신뢰를 얻습니다. 하는 행동이 밉상도 아니고 진실됨이 느껴집니다.
혼자 도망 다니기도 힘든데 세 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이들을 노리는 사람은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지요. 군과 경찰이 함께 추적해 들어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하나하나 과거의 사건을 점검합니다. 아프간 파병 때 무슨 일이 있었는가, 당시 왜 보고서를 터너 소령에게 보낸 장병들이 죽음을 당했는지, 보고서는 왜 차단되었는지 짚어갑니다. 그리고 국내로 반송되어야 할 무기가 어떻게 현지에서 밀매되는지 알게 됩니다. 분명 뒤에 누군가 조종하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막대한 이익이 그려집니다. 막강한 권력을 배경으로 그 돈을 챙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노출될까 염려되는 인물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지요. 그 속에 터너 소령이 들어있습니다.
터너 소령은 자기에게 성실히 보고해주던 두 부하가 어느 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살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은 국가기밀 누설 혐의를 쓰고 체포되어 투옥됩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잭 리처는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사건이기에 모종의 음모가 있음을 눈치 채고 일단 터너 소령을 빼냅니다. 이 기막힌 탈옥 사건에 잭 리처가 개입되어 있으니 터너 소령과 함께 잭 리처가 제거 대상이 됩니다. 아무튼 두 사람은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지요. 그런데 한 소녀가 껴들게 됩니다. 잭 리처의 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분명 인질의 표적이 됩니다.
두 남녀와 한 소녀, 세 사람의 도피생활 속에서 사건은 진행됩니다. 혼자 생활하는데 익숙한 잭 리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삶이고 시간입니다. 그래서인가 이야기 진행이 다소 물렁물렁합니다. 전편에서는 대단히 긴박감이 있고 매우 빠른 전개로 이어집니다. 그에 비해서는 긴박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전편을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비교가 될 것입니다. 두 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이 엉겨 붙어 진행되는 이야기도 긴박감을 다소 무디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사람이 많이 개입되면 그 사람들 이야기를 만들고 따라가야 하니 어쩔 수 없겠지요.
사건이 해결되고 궁금한 문제를 풀려고 합니다. 과연 친자 소송을 했다는 여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살아오면서 함께 했던 여자들은 기억하고 있다는데 과연 그럴까요? 사만다와 약속을 하고 그녀의 엄마라는 여자의 일터로 가서 기다립니다. 사만다가 찾아옵니다. 엄마 만났어요? 아직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아저씨는 내 아버지가 아니군요. 왜? 엄마가 아저씨 커피 잔에 벌써 두 번이나 다시 채워주려 다녀갔거든요. 그런데 서로가 몰라봤으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럴지라도 짧은 시간이지만 목숨을 걸고 함께 했던 사이입니다. 짧지만 깊이 정이 들었다는 말입니다. 다시 서로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쉽지요. 헤어짐은 아픔이기도 합니다. 사만다는 돌아서서 달려가 잭 리처를 안습니다. 그리고 떨어지는 순간 리처의 주머니 속에 셀폰을 넣어주지요. 그리우면 폰을 울릴 겁니다. 아니면 문자라도. 영화 ‘잭 리처’를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순수 액션영화에 감성까지 버무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