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다이어트한다고 온 동네방네 소문을 냈더니
: 제 친구가 보내준 글입니다.
: 읽으시고...힘냅시닷!!
:
:
: ******그녀는 뚱뚱합니다.
: 엎어지면 그녀의 등이 6인용 식탁이 될 정도니까요.
: 아버님 친구가 놀러오면 그녀는 아주 훌륭한 바둑판이 되기도 합니다.
: 인생의 행복은 먹는 것에 있다고 그녀는 믿습니다.
: 하지만 그녀의 중심적인 가치도 무너지고 맙니다.
: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
: 면접보기를 수 차례.
: 면접관들의 탈락 이유는 한결 같았습니다.
: “회사의 건물이 당신의 체중을 지탱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군요.”
: 결국 그녀는 1,000만원 이상을 들여 부풀린 살들을
: 제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프로젝트 네임
: 감량 목표는 일주일에 2kg이었습니다.
: 그녀의 일주일간의 일기를 훔쳐봄으로써
: 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든 노동(?)인가를 증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
: ---하루 째 ---
:
: 에이스 크래커를 하나 샀다.
: 오늘은 이걸로 식사가 끝이다.
: 책상서랍에 넣어놓고 배가 고파 죽기 직전에
: 하나씩 꺼내먹었다.
: 점심 때에 조카가 왔다.
: 조카랑 놀아줄 힘이 없다.
: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바라봤다.
: 지구가 돌긴 도는 모양이다.
: 어지러웠다.
: 갑자기 ‘바사삭’소리가 났다.
: 소리의 진원지로 시선을 이동시켰다.
: 이럴수가!
: 조카가 책상서랍에 있던 에이스 크래커를 꺼내 먹고 있었다.
: 침대에서 뛰어내려 조카를 때렸다.
: 생존권을 건드리는 대상은 나이를 불문한다.
: 조카는 울고 언니가 달려왔다.
: 언니는 자신의 딸을 때린 것에 대해 분노했다.
: 난 조카를 때린 것보다 훨씬 강한 강도로 두들겨 맞았다.
: 맞으니 배고팠다.
: 그러나 첫날부터 규율을 어길 수는 없었다.
:
: ---이틀 째 ---
:
: 새벽에 깼다.
: 배가 고프니 잠도 제대로 자질 못한다.
: 참을 수 없었다.
: 참을 수 없는 체중의 무거움.
: 무거움을 유지하려면 영양이 필요하다.
: 영양과잉상태에서 영양결핍 상태로 급작스럽게 변하고 있다.
: 두렵다.
: 부작용과 합병증이 올까 두렵다.
: 방문을 열고 나왔다.
: 배가 고프니 개념이 없어진다.
: 싱크대에 동생의 도시락이 눈에 띄었다.
: 정신을 차리니 동생의 도시락을 다 먹고 난 후였다.
: 배가 부르니 눈이 감겼다.
: 얼마나 잤는지 모른다.
: 배가 아팠다.
: 눈을 뜨니 동생이 배를 밟고 있었다.
: “너 때문에 오늘 점심 굶었어!”
:
: --- 사흘 째 ---
:
: 흐느적흐느적거린다.
: 다이어트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 오전에 의류점에서 미니스커트를 골랐다.
: 점원은 제일 큰 사이즈를 꺼냈다.
: “어쩜 이렇게 딱 맞아요? 딱이네! 딱!”
: 점원은 호들갑스럽다.
: 작은 듯싶었으나 점원의 말을 믿고 카드를 긁었다.
: 집에 와서 입으니 작았다.
: 오후에 교환하러 갔다.
: “작은데요.”
: “어머머~~ 그새 살 쪘네요.”
: 나쁜년이다.
: 물건을 팔기 위해서 날 기만했다.
: 저녁 시간에 엄마는 고기를 구웠다.
: 고기 익는 냄새가 미치도록 했다.
: 하지만 참았다.
: 고기를 먹으면 내가 고기가 된다.
:
: ---나흘 째 ---
:
: 답답해서 외출을 했다.
: 공원에 갔다.
: 공원 앞에서 오뎅을 파는 노점상에 발걸음이 멈춰졌다.
: 오뎅을 먹는 여자 둘이 있었다.
: 호리호리하다.
: 저런 여자를 보면 열받는다.
: 먹는데 살이 안 찐다고 투정거린다.
: 때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 내 체중이 실린 펀치는 살인까지 이어질 수 있다.
: 난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다.
: 공원에서 햇살만 먹다가 집으로 왔다.
: 잠을 자고 나니 밤 11시.
: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 편의점에가서 라면, 김밥, 우동, 소시지, 치킨을 먹었다.
: 집으로 와서 손가락을 집어넣어 오바이트를 했다.
: 변기가 막혔다.
: 모르는 척 방에 가서 누웠다.
: 거실에서 동생이 두드려 맞는 소리가 들렸다.
: “이 새끼가 벌써부터 술처먹고 다녀!”
: 동생에게 미안했다.
:
: --- 닷새 째 ---
:
: 거울을 보니 핏기가 없다.
: 서랍에서 에이스 크래커를 꺼내 먹었다.
: 구역질이 나왔다.
: 누구는 밥만 먹고 살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 난 에이스 크래커만 먹고는 살 수 없다.
: 미친듯이 냉장고로 달려갔다.
: 닥치는 대로 꺼내 먹었다.
: 배가 부르니 행복했다.
: 행복했지만 뒷처리를 말끔하게 처리해야만 한다.
: 먹은 것을 생각해냈다.
: 편의점으로 가서 똑같은 것으로 사왔다.
: 다시 냉장고에 집어 넣었다.
: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내 방으로 왔다.
: 배가 부르니 눈이 감겼다.
: 엄마의 목소리가 단잠을 깼다.
: “이상하다.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이라서 버리려고 했는데
: 새걸로 바뀌었네.”
: 속이 뒤집혔다.
: 엄마가 안방으로 들어간 틈을 타 오바이트를 했다.
: 또 변기가 막혔다.
: “이 새끼가 또 술처먹고 오바이트했네.”
: 거실에서 동생이 어제처럼 맞았다.
: 동생에게 다시 한번 미안했다.
:
: --- 엿새 째 ---
:
: 어제 먹은 음식 때문에 운동을 해야 했다.
: 일어나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 축구 선수들은 뚱뚱하지 않다.
: 뛰는 사람들은 뚱뚱하지 않다.
: 영업 사원은 뚱뚱하지 않다.
: 긴장을 많이 하면 뚱뚱하지 않다.
: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 뛰는 것과 긴장감을 동시에!
: 도둑질이 최고였다.
: 남의 집 앞에 있는 우유를 들고 뛰었다.
: 발바닥이 마르고 닳도록 뛰었다.
: 한참이나 뛰다가 학교가는 동생을 만났다.
: 당황스러웠다.
: 얼굴이 새빨개졌다.
: “다이어트 한다더니 새벽에 나가 남의 집 우유나 훔쳐먹고 있었군.”
: 할 말이 없었다.
: 살을 빼기 위해서 이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
: --- 이레 째 ---
:
: 뿌연 안개가 서서히 걷혔다.
: 영혼이 육체에서 이탈된 듯했다.
: 하얀색 소복 입은 여자가 곁에 다가왔다.
: 내가 죽은 것인가?
: “살려주세요!”
: 소리쳤다.
: “겨우 23살이란 말이에요!”
: 웃음 소리가 들렸다.
: 정신을 가다듬고 시선을 또렷히 했다.
: 간호원이었다.
: 하얀색 소복을 입은 여자는 간호원이었다.
: “영양 실조에요.”
: 아! 꿈에도 그리워하던 단어!
: 영양실조!
: 내가 드디어 영양과잉이 아닌 영양실조라는 단어를 듣게 된 것이었다.
: 그러나 기쁨도 잠시.
: 엄마의 목소리가 내 심장을 무너뜨렸다.
: “으이구~~ 이것아!
: 너는 병원에서도 그러냐!
: 링거액 값이 일반 환자의 두 배다! 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