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금융 대출이 1년 새 14.3% 늘어나 올 3분기 1014조원에 달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2020년 1분기엔 700조원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2년 6개월 새 45%나 급증해 1000조원을 돌파했다. 그동안 대출금 상환 연기 등의 정책 지원으로 간신히 버텨왔는데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면서 벼랑 끝에 내몰리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금리 상승에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 자영업자들이 갚지 못하는 부실 위험 규모가 내년 말 4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지만 자영업 경기는 회복될 조짐이 없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69%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작년보다 오히려 올해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고물가로 재료비·인건비는 크게 올랐는데 소비가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직원을 둔 자영업자의 실질 소득은 작년보다 2.5% 감소했고, 직원 없는 1인 자영업자는 0.7% 줄었다. 전경련 조사에서 자영업자 10명 중 4명꼴로 ‘3년 내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응답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몰렸다.
설상가상 고금리 폭탄까지 떨어졌다.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평균 대출 이자율은 연 5.9%로, 작년보다 2%포인트 올랐고, 5명 중 1명꼴로 연 8%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하락으로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는 주춤해졌지만 자영업 대출은 올해 들어서도 두 자리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빚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2021년 기준 자영업 종사자는 551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0%를 차지한다. 자영업자 비중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미국(6.3%), 독일(9.9%), 일본(10.3%) 등의 선진국보다 2~3배 많다. 이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바로 서민 경제다. 경제가 나빠질 때 자영업자에게 제일 먼저 한파가 닥친다. 이들이 고금리 충격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상환 기일을 연장하거나 원리금 부담을 감면해주는 등의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자영업의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 지원 등의 다양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