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나라의 개고기…부끄러운 이면
2022/06/30
개식용 종식, 1인치 남았다
(1)BTS, 오징어 게임, 개고기
앤디 워홀 전시 갤러리에
개농장 구출견 사진 걸려
주류 리더 사이 반감 형성
할리우드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극과 극이다.
1.3마일의 짧은 거리에서도 찬사와 혐오가 엇갈린다.
곳곳에 솟아있는 넷플릭스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빌보드 광고판
BTS 팝업 스토어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성취를 보여준다.
BTS 팝업 스토어 내부
BTS 팝업 스토어 바로 옆 해밀턴 셀웨이파인아트에서 열린 한국 개농장 구출견 초상 사진전에서는 혐오의 대상이 된다.
구출견 초상 사진전 개막 행사의 영화배우 크리스틴 바우어(오른쪽)와 필립 셀웨이 갤러리 대표. [김상진 기자, 사진전=제프 플락큰·HSI 제공']
개식용 종식, 1인치 남았다
BTS와 갤럭시, 그리고 개고기. 최고 수준의 팝 문화와 첨단 테크놀러지를 동시에 보유한 나라는 손꼽을 정도다. 거기에 세계인의 혐오대상인 개고기가 공존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물론 개고기를 먹는 나라가 한국만은 아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아시아에서 도축되는 개가 한 해 약 3000만 마리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이 가운데 1000만 마리가 중국에서 도축된다. 한국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00만 마리 이하다. 그런데도 한국이 유독 손가락질을 받는다. 개 식용 관습을 남겨둔 유일한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개고기 종식은 이미 공론화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9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 TF가 구성돼 지금도 활동 중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5월 취임사에서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의 개 식용 종식론이 더해졌다. 김 여사는 6월 12일 인터뷰에서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한국과 중국뿐”이라고 말했다.
개고기 종식에는 이전 정부와 현 정부의 입장이 같다. 초당적 이슈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개고기 종식, 1인치 남은 마지막 장벽을 넘으면 선진국에 걸맞은 이미지가 열린다.
미주중앙일보는 개고기에 대한 국제적 혐오감이 얼마나 큰지, 그 때문에 한국이 얼마나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지, 한국에서 구출된 개들은 어떻게 해외로 입양되는지 등을 심층보도할 계획이다. - 원용석 기자
BTS 나라의 개고기…부끄러운 이면
할리우드의 유명 갤러리 ‘해밀턴 셀웨이 파인아트’ 앞.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을 비롯한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롱고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이곳에 이달 초 느닷없는 개 초상 사진이 40점이나 걸렸다.
이 갤러리의 마크 바버 안내 담당은 “한국의 개고기 거래(Korea''s dog meat trade)에서 구출돼 미국으로 입양된 개들의 사진 전시회였다”며 “갤러리를 찾은 많은 이들이 사진을 보며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 2~9일까지 이곳에서 열렸던 개농장 구출견 사진전은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이 한국의 개 식용 종식을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였다.
HSI측은 지난 16일 본지에 “시기는 조율 중이지만 같은 사진전이 올 가을 서울에서도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HSI 웬디 히긴스 언론담당 국장은 “할리우드의 개 초상 사진 전시회는 흥미롭게도 한국서 개 식용 금지가 논의되는 시기에 열린 것”이라며 “최근 한국의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 금지에 대해 발언한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 및 영화 산업의 세계 수도인 할리우드에서는 한국의 이미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사진전이 끝난 다음 날인 6월 10일, 해밀턴 셀웨이 파인아트에서 동쪽으로 1마일 남짓 떨어진 곳엔 BTS의 팝업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개고기가 될 뻔했다 구출된 개들의 사진과 세계적 팝 스타 BTS. 두 개의 한국은 거리로는 불과 1마일 사이였지만 이미지의 괴리감은 지구 반대편만큼 멀었다.
해밀턴 셀웨이 파인아트에서 BTS 팝업 스토어로 가는 길목엔 넷플릭스의 히트작 '오징어게임'의 빌보드 광고판이 무려 6개나 설치돼 있다. 한국의 상반된 이미지는 미국 주류사회에 그렇게 각인되고 있다.
랜초팔로스버디스 지역 고급 호텔인 테라니아 리조트에서 근무하는 박윤지(40·롱비치) 씨는 BTS 팬클럽 '아미'에 소속돼 있다.
박 씨는 “반려동물 문화와 동물보호단체들의 활동이 왕성한 요즘 아직도 개를 먹는다는 게 안타깝다”며 “BTS를 비롯한 손흥민, 갤럭시 스마트폰 등으로 높아진 한국의 글로벌 이미지에 개 식용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개 식용에 대해 미국 주류사회 인사들이 갖는 혐오감은 크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에서 아직도 개 농장이 운영된다는 점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영화 제작자이자 국제다큐멘터리협회 부회장인 제임스 코스타가 LA에서 개최한 동물보호를 위한 기금 모금 행사에선 한국의 개 식용 관습이 도마에 올랐다. 배우, 기업 임원, 스포츠 선수 등 주류사회의 여론 형성에 영향력을 미치는 유명인들이 참석해 비공개 파티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할리우드 배우 조엘리 피셔를 비롯한 제프 베스파(잡지 ''라이프'' 편집장·사진작가), 수잔 애더톤(오라클사 전 임원), 브래드 제이크먼(리싱크 푸드 설립자), 거스 켄워시(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금메달리스트)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배우 대니얼 헤니는 물론, 백악관 스캔들 이후 현재 사회 활동가로 활동 중인 모니카 르윈스키도 모습을 나타냈다.
HSI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명인들은 칵테일과 함께 식물성 음식을 즐기며 한국에서 구출된 개들의 초상 사진들을 둘러봤다.
HSI 채정아 대표(서울 지부)는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을 비롯한 K팝, K뷰티, K푸드 등 한국의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대”라며 “개를 먹는다는 것은 한국의 글로벌 이미지가 퇴색하는 일이며 점점 더 많은 이들에게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 식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미국 주류 사회에 점점 강하게 각인되고 있다. 자칫하면 한국의 글로벌 이미지는 약화하고 ''개 식용''만 뇌리에 남을 수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그 낌새가 심상치 않다.
<미주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