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1년
중소.중견기업 일본 의존도 더 확대
70% 기업들 규제 후 일본 수입 유지
정부 의도 안 먹히는 목숨 걸린 현실
완전 국산화 경쟁력 강화 갈 길 멀어
기업 대부분 '한일관계 이젠 풀어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이 내려진다.
1년여가 지난 가운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며 경제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정작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일선 기업들만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 기업들의 경우 수출.수입선을 일본에 두고 있는 만큼 양국 간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부장 국산화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특정 기업의 소부장 국산화 성과 알리기에 급급하지만
정작 대다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기존 일본 수입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부장 국산화는 물론 수입선 다변화에 나선 기업도 많지 않아 정부의 인식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책 없는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기 보다는 외교적 수단등을 통해
취할 것은 취하는 방식의 태도 전환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모습이다.
자급자족을 주창하는 태도는 글로벌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반일감정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해 국가경제 피해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소부장 국산화 및 수입선 다변화 등이 일부 겅과를 거뒀다고 해도 경제 상황이 언제 뒤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서둘러 한.일 관계개선을 위한 외교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 수출규제 1년...기업들 자체 생존전략 성과에 대통령 '내 정책 때문' 자화자찬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7월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관리 명분을 들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지목되는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꿨다.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귈 경우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은 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치졸한 日외교놀음에 시대착오 강경대응 '한심한 맞장구'
한 달여 후인 8우러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우리 기업들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일본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우려됐다.
일본의 거듭된 수출규제는 한국이 장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데 따른 일종의 보복성 조치로 해석됐다.
2018년 우리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8월)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8월)
지식재산 기반의 기술자립 및 산업경쟁력 강화대책(11월) 등을 마련했고
이 과정에서 소재.부품 수급 대응지원센터(7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10월)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10월)
소재.부품.장비 기술특별위원회(10월) 등이 탄생했다.
올해도 2020년 소재.부품.장비 대책 시행계획(1월)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시행(4월) 등으로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일부 성과를 내긴 했지만 오로지 정부 대책의 영향이라기 보단 살 길을 모색한
대기업들의 노력에 기인한 결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일본 등에서 수입하던
액체 불화수소를 국산으로 대체하는가 하면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줄였다.
이들 기업의 국산화 성공으로 불화수소의 일본 의존도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1~5월 기준으로 지난해 일본 수입액은 2843만달러에서
올해 403만달로로 85.8%나 줄었다.수입 비중도 43.9%에서 212.3%로 감소했다.
기업 자체의 생존전략에 따른 소부장 국산화 노력이 성과를 내자 문재인 대통령은 공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일본이 대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지 1년이 됐다'며
지난 1년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1년 우리는 기습적인 일본의 조치에 흔들리지 않고 정면 돌파하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며
'우리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를 겨냥한 일본의 일방적 조치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은 맞지 않았고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생산차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를 앞당기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등
핵심품목의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과 인식은 현실과 다소 괴리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단체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및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계획만 그럴싸한 국산화 정책, 효과 미비
中企 '한.일 관계 개선 시급...협력 강화 정책 펼쳐야'
'사태는 정부가 키우고 피해는 기업만'... 中企, 日소재 의존도 오히려 커졌다
주목되는 사실은 일부 대기업들이 낸 성과를 제외하곤 여전히 일본산 소재 의존도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특히 여건이 열악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오히려 일본제품 의존도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의 일본 수출규제 대응 전략 성과가 미비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에 일선 기업들 사이에선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과 함께 외교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경련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 우리기업들의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일본 수입액은 수출규제 조치가
내려지기 전인 지난해 1~5월보다 늘었다.
포토레지스트 수입액은 1억1272만달러에서 1억5081만달러로 33.8% 증가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1214만달러에서 1305만달러로 7.4% 늘었다.
소부장 국산화, 공급처 다변화 등을 이끌어냈다는 정부의 자체 평가와는 괴리가 큰 결과로 분석된다.
전경련이 일본과 수입거래가 있는 우리기업 149개사는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기업 대다수는 여전히
소부장 공급선을 일본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실제 소부장 수입엔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전경련이 일본 수출규제(지난해 7월) 및 한국에 대한 화이트국가 제외조치(지난해 8월) 이후
일본으로부터 소부장 수입에 실질적 어려움을 겪은 경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질적 어려움이 없었다(45.6%)'는 응답이 어려움이 있었다(23.5%)'는 응답보다 많았다.
일본의 조치가 실제 수출규제로 이어진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조사대상 기업 중 68.5%는 수출규제 이후에도 소부장 수입선을 국내 또는 제3국으로 대체하지 않고
종전과 같이 일본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1.5% 기업이 수출규제 이후 소부장 국산화 등
공급선 변화를 도모했고 평균 3.35%를 일본 이외 공급선으로 대체했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일본 거래기업 절반 이상은 일본의 수출규제 및 한국에 대한 화이트국가 제외조치에 별도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별도 대응하지 않음'이라는 응답이 57.1%로 가장 높았다.
'일본의 대체 수입선 확보(18.8%)'
'국내 거래선 호가보(17.4%)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일본 소부장 경쟁력을 100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소부장 경쟁력은 91.6%에 불과하다고 봤다.
아직은 소부장 국산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재계는 정부가 넓은 밤위로 소부장 기업 지원에 나설 것이 아니라 잠제력 있는 개별기업 지원 강화,
글로벌 기업 국내 유치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을 제한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다수 기업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한일관계 대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을 한
기업이 66.4%(매우필요16.1%+다소필요 50.3%)로 '개선 불필요하다'고 은답(3.4%)한 기업들보다 월등히 많았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인식을 바꿔 한일 관계 해소 및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필요이상으로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글로벌 시대에 국산화를 고집하는 건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재수 전경련 지역협력팀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정부의 정책이나 우리 기업들의 소부장 국산화 노력이 일부
성과를 거둔 건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며 '다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상태기 때문에 양국 간 협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국산화, 수입다변화 노력 등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손 놓고 있어서도 곤란하다'며 '양국 간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관계개선을 기대하는 기업이 많다는 걸 정부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현 상황에서 계속해서 필요 이상으로 반일 감정을 부추기며
상황을 몰고 간다면 결국 정치적 목적이라는 평가밖에 얻지 못할 것이다'며 '일본의 태도와 형태는 괘심한 부분이 있지만
관계 개선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지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으로 자급자족 강화를 들고 나온 건 글로벌시대 흐름 상
상당히 뒤떨어진 발상이다'고 지적했다. 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