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朝朝雨浥庭園-칠월 아침 비 내려 정원 적시니
木葉靑靑葉色新-나뭇가지 푸른 잎들 더욱 산뜻하구나
友君更進一杯酒-친구에게 권하노니 한잔 더 들게나
你我相見能几年-너와 나 서로 얼굴 몇 년이나 더 보겠나!
농월(弄月)
술 찌꺼기나 먹은 놈(酒糟漢)들이 진짜 술 먹은 냥 !!
아래 내용은 필자가 불교 선문답(禪問答) 100가지를 기록한
벽암록(碧巖錄) 제11칙 내용을 읽고 옮긴다.
벽암록(碧巖錄)은 중국 당(唐)나라 이후 불교(佛敎) 선승(禪僧)들의
대표적인 선문답(禪問答) 100칙(則)을 가려 뽑아 설명한 책이다.
※선문답(禪問答)-불교 수행(修行)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질문(質問)과
대답(對答)으로 대화(對話)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이 대화는 불교의 진리를 깨달은 스님과 깨달은 스님 사이의
질문과 답이지만 깨달은 스님과의 질문과 답을 통해 깨치지 못한
스님이 깨침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벽암록(碧巖錄)은 중국 송(宋)나라 고승(高僧) 설두중현(雪竇重顯) 선사가
펴낸 “송고백칙(頌古百則)”이란 화두(話頭)에 역시 송(宋)나라
고승(高僧) 원오극근(圓悟克勤) 선사(禪師)가 해석을 첨가한
것이라고 한다.
벽암록(碧巖錄)은 중국과 일본에서는 으뜸가는 선(禪) 수행서(修行書)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리 널리 읽히지 않았다고
벽암록(碧巖錄) 안내서에는 기록하고 있다.
벽암록은 선문답(禪問答) 내용이라 원체 어려워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필자도 이해(理解)안 되는 것이 많다.
불교의 수준 높은 선문답 내용이라 호기심으로 읽는 것이다.
황벽희운(黄檗希運) 선사(禪師)는 중국 남선종(南禪宗)계열인
임제종(臨濟宗)의 제10대 조사(祖師)이다.
벽암록(碧巖錄) 제11칙에는 황벽희운(黄檗希運) 선사(禪師)가
당(唐)나라에는 많은 선승(禪僧)이 있지만, 모두 선사(禪師)인체하면서
진정한 선(禪)을 지도할 선사(禪師)가 없다고 비판한 법문(法文)을
아래와 같이 기록하고 있다.
擧. 黃檗示衆云 汝等諸人 盡是酒糟漢 恁行脚 何處有今日.
還知大唐國裏無禪師. 時有僧 出云, 只如諸方匡徒領衆 又作生,
檗云 不道無禪 只是無師.
황벽희운(黄檗希運) 선사(禪師)가 대중에게 설법(說法)하였다.
“그대들은 모두가 술찌꺼기나 먹고 마치 진짜 술을 마시고 취한 듯이
흉내를 내는 녀석들이다.
이렇게 하고서 수행하는 사람이 언제 불법을 체득할 수가 있겠는가?
위대한 당(唐)나라에 선사(禪師)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
황벽희운(黄檗希運) 선사(禪師)의 이 말에
그 때 어떤 스님이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선사께서 그렇게 말씀 하시면
전국 여러 사찰(寺刹)에서 대중(大衆)을 상대로 지도하고 게시는
선승(禪僧)들은 무엇입니까?”
황벽희운(黄檗希運) 선사(禪師)가 말했다.
“선(禪)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선사(禪師)가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
“선(禪)은 있지만 선사(禪師)가 없다”는 지적(指摘)에
불교 수행(修行)을 게으르게 하는 사람은 귀담아 들어야 하다.
한국사회는 불교나 기독교나 종교를 무슨 장식(粧飾)처럼 겉으로만
보이는 종교인이 많다.
황벽희운(黄檗希運) 선사(禪師)가 이점을 말하는 것이라 본다.
황벽희운(黄檗希運)의 법문은 전등록(傳燈錄)에서
진정한 수행자가 되도록 간절하게 설법(說法)하고 있다.
벽암록(碧巖錄)에서 원오극근(圓悟克勤)은 말하기를
“황벽희운(黄檗希運) 선사(禪師)는 7척의 큰 키에다 이마에는
둥근 구슬이 있고, 천성적(天性的)으로 선(禪)을 잘 아는 사람”
이라고 평했다.
특히 황벽(黄檗)의 문하(門下)에 임제의현(臨濟義玄)이라는 걸출한
선승이 배출되어 당대 선불교의 사상을 극대화한 사실은
임제의현(臨濟義玄)의 제자인 삼성혜연(三聖慧然)이 쓴
어록의 왕이라고 불리는 “임제어록(臨濟語錄)”에 상세히 전하고 있다.
그런 황벽희운(黄檗希運) 선사(禪師)가 수행자들에게
“그대들은 모두가 술찌꺼기나 먹고 진짜 술을 마시고 취한 듯이 흉내
내는 녀석들이다.
이렇게 수행하는 사람이 언제 불법(佛法)을 체득할 수가 있겠는가?
위대한 당(唐)나라에 선사(禪師)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
라고 충격적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 황벽희운(黄檗希運)이 설법한 한자(漢字) 문장중
“주조한(酒糟漢)”이라는 말이 있다.
이말은 “술찌꺼기를 먹는 놈들”이라는 말이다.
중국 월주(越州 발해 시대 지명) 지방 사람들이 술 찌꺼기를 좋아해
잘 먹었기 때문에 월주(越州) 사람들을 없신여기는 말로
사용했었는데 뒤에 유행되어 사람을 욕하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필자도 어릴 때 먹을 것이 부족하여 동네 양조장에서
(그때는 솔도가라 불렀다)
“술지기미”를 가끔 얻어먹었다.
진짜 술을 마시지도 않고 술찌꺼기나 조금 먹은 주제에 술에 취한
행세를 하는 거짓 사람을 욕하는 말이다.
불교의 선(禪)에서는 특히 언어(言語) 문자(文字)에 집착하여
불법(佛法)의 대의(大意)를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선승을
비아냥하는 말로 사용하며 벽암록(碧巖錄)에서
“옛 사람의 술 찌꺼기나 빨아먹는 놈”이라고 말하고 있다.
※술의 역사는 수천년이 되기 때문에 “술이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술을 마시는 사람의 교양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술이야기가 많지만 같은 글을 쓰니까 지루하여
이번 술 이야기는 이 글로서 꼬리를 자릅(斷尾)니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