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칭 뒤의 '님'은 전부 빼겠습니다.... 뭔가 사람 이름에 붙이는게 익숙하지 않아서..)
본인은 사실 유튜브 채널 뜬뜬의 열렬한 구독자입니다. 일단 그날 뜬 동영상은 1시간 내로 봐야 직성이 풀리고, 거기 나온 영화나 노래들도 들어봐야합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제가 유재석의 팬일거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저도 어쩔 수 없는 무ㄷ....쿵쿵따 키드인가 봅니다.
이번 아파트 404도 사실 핑계고에 나와서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프로그램 자체는 PD가 전 런닝맨 PD인 정철민PD인만큼 런닝맨류의 프로그램인데요, 그럼에도 제가 엄청 재밌게 봐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후 재방으로 늘 중간정도부터 2,3회차 정도 보고나니 약간 런닝맨과 다른 구성이 눈에 들어오게 돼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아, 역시 런닝맨 중흥의 주역은 다릅니다.
제목 저렇게 쓰면 혹시 검색 안되지 않을까 싶어서 저렇게 적었는데, 지난번 수수행처럼 막 500회 찍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본인 극I라 조회수가 높은데 아무말 없는 상황을 못견딘다는걸 지난번 수수행 글 때 알았습니다.. 차라리 보지 마..
참고: 필자는 최보필 PD 이후의 런닝맨은 작년 멍뭉이 홍보 때 이후로 안봤고, 정철민PD 작품도 식스센스를 안본 상태라, 이미 한번 쓴 소재인데 중복된 사항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1. 장소는 한정되나 시간은 무한하다
초기 스파이 시절부터 최보필PD의 코로나 시절을 거쳐 지금 최형인PD의 여행특집까지, 기본적으로 런닝맨은 A. 장소를 섭외하고, B. 세트를 준비해서 C. 멤버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장소를 중복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지언정 웬만하면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했고, 세트도 매번 새로 준비해야 했으며, 멤버들도 복고특집 등 일부 특수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현재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반면, 아파트 404는 런닝맨의 그런 포맷의 복잡성을 더 단순화합니다. A. 장소 섭외에서 장소를 한 곳으로 한정한 겁니다.
어차피 시즌제, 정 안되어도 8화 정도만 찍으면 되니 가능한 시도이고, 이렇게 하면 장소가 정해지는만큼 장소 파악, 물품 공수 등 잡다한 연출/제작의 부담이 상당히 경감됩니다. 같은 노력으로 더 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거죠.
대신 그러면 같은 곳을 반복하니만큼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시간'이란 요소로 대체해 버립니다. 생각해보면 아파트만큼 현대 한국인들과 희노애락을 같이 한 거주지가 어디있을까요? 그간 아파트로 대변하는 한국 국민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세트를 만들다보니, 계속 새로운 느낌을 우선 줄 수 있을 뿐더러, 아는 사람은 그 시대에 대한 추억/공감을, 모르는 사람은 그시대의 단견을 볼 수 있죠. 일단 2화만 봤을 때 개인적으로 집 다락방에 놓여있던, 그래서 낡아빠졌지만 제가 맘대로 볼 수 있었던 TV가 생각나서 좀 애틋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일 3화가 어떨지는 봐야겠지만 상당히 맘에 들었습니다.
2. 피지컬의 필요성을 낮추다
이 또한 런닝맨과 비슷한듯 하면서 색다른 부분이었습니다. 이건 사실 tvN의 새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이 있어서 가능한 혁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필PD까지의 런닝맨이 딸기라든지 깡깡이 퀴즈 위주로 흘러가고, 최형인 PD도 요리라든지 장이라든지 피지컬의 비중이 줄어든 면이 있긴 합니다만, 런닝맨의 근본은 스파이로 대변되는 레이스 입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건, 지금 시점에서도 런닝맨의 스파이 레이스를 그리워 하는 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러다보니 지금...은 잘 안봐서 모르겠지만, 런닝맨도 종종 피지컬이 필요한 스파이 레이스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피지컬 레이스가 나쁜 건 아닙니다. 런닝맨을 이끈 것중 하나가 바로 그 레이스였으니까요. 문제는 출연진들이 점점 피지컬을 사용하기 버거운 나이대가 되어간다는 사실입니다. 런닝맨을 처음 시작할 때 레이스 스타터였던 지석진의 나이가 지금 하하 나이보다 적었습니다... 게다가 이젠 피지컬적으로 김종국을 막을만한 사람도 없죠. 지난번 김래원 편을 보며 여실히 느꼈습니다. 이젠 피지컬로는 예전의 그런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반면 아파트 404도 그런 문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런닝맨을 이끄는 유재석이 여기서도 똑같이 사람들을 리드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정철민PD는 생각을 다르게 합니다. 그냥, 피지컬 레이스를 안해버리는 쪽으로 가는 겁니다. 장소가 아파트로 한정되면서, 무대의 중심은 마을 센터(경로당), 아파트 집 안으로 정해졌습니다. 아무리 넓어도 40평이 안되는 두 집과 경로당에서 피지컬을 사용할만한 조건이 될까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피지컬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만들어낸 정철민 PD는, 그보다는 출연진들간의 케미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짭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래 3번의 장점도 나오게 됩니다.
3. 케미를 살릴 수 있는 출연진들을 포섭하다
앞의 2항에서 이 프로그램은 피지컬을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출연진들은 케미만 좋다면, 예능 분량을 뽑을 수만 있으면 좋다는 뜻이잖아요?
그렇기에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들을 예능을 모스트로 해서 뽑았습니다. 일단 유재석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수십년간 검증된 육각형 예능인이고, 양세찬도 유재석의 물꼬를 틀어주는 선봉장의 모습을 지난 몇년간의 런닝맨에서 보였으며, 오나라는 분명 말투는 딜러인데 예능적인 탱커, 그리고 유재석을 자연스럽게 긁을 수 있는 몇안되는 인물이자 1박2일 부활의 주역이었던 차태현까지, 예능 베테랑이자 유재석과의 케미가 확실한 인물들이 아파트404에 출연합니다.
거기에 정하가 20대 중반임에도.. 아...생각해보면 20대 중반인데 그런...음... 아무튼 상당히 귀엽고 엉뚱한 면모를 선보이고, 제니가 약간 런닝맨의 송지효 포지션 같은데, 그럼에도 재미를 만들려는 모습에 게임에 진심으로 임하는게 보기 좋았습니다. 월클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월클 아이돌이 재개발 아파트에서 양세찬과 노는 모습이 그려지지가 않지만, 아무튼 멤버들도 예능적으로 뛰어난 멤버들만 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케미가 뛰어난 사람들만 모아뒀으니 결과는? 2화만 봤을 때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일단 예능에서 구를대로 구른 인물들인지라 어떻게 해야 상황을 살리는지 잘 파악하고 있고,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으니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케미가 이어지며, 프로그램의 구성을 잘 파악....하거나 아니면 못하더라도 그 못한대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모습이 감탄스럽더라고요.
여기에 런닝맨과 겹치는 인물로는 양세찬만 넣으면서 최대한 런닝맨 출연진과 구분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양세찬을 넣은 효과도 정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4. 양세찬
저는 양세찬을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TV프로그램을 다 보는 건 아니니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런닝맨의 양세찬을 정말 좋아합니다. 낄끼빠빠가 제대로 되는 인물로, 유재석이 태클을 걸만한걸 미리 얘기해서 유재석이 바로 받도록 하기도 하고, 깡깡이 퀴즈에선 탱커로 돌변하며, 반대로 미션에서 딜러의 위치에 들어갈 땐 유재석이라도 거리끼지 않고 툭툭 치고 나가는 모습이 프로그램을 더 활발하게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번 아파트404에서 정철민 PD의 선택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아, 양세찬은 저렇게 써야 되는 인물이었구나, 하고요. 지난번 보필PD의 수수행에서, 양세찬은 제 생각보다 큰 활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아, 내 생각보다 양세찬이란 인물이 더 성장해야 되는 거였나보다'였습니다만, 정철민 PD, 혹은 유재석이 본 양세찬은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오히려 양세찬은 이미 상당히 성장한 상태이고, 제 몫을 120%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양세찬의 문제는, 지금 제 추측입니다만, 적응력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본인이 핑계고에서 반장난으로 얘기하지만, 실제로 양세찬이 뜬뜬의 패널로 나왔을 때 보면 처음 인기스타를 만났을 때 좀 낯설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핑계고에서 공유나 아이유를 만났을 때 보면, 우선 유재석이 살갑게 대해주고, 양세찬은 처음엔 어색한듯이 대하지만 점점 폼이 살아나며 대화를 능수능란하게 보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아이유 편에선 워낙 유재석과 아이유가 비슷한 면이 많아서 스몰토크로는 공감 위주로 가는 반면, 본인의 생활을 토대로 대화 티키타카를 하다보니 조미료를 잘 친다는 느낌이 들죠...물론 유재석, 아이유의 진행 짬밥이 짬밥이다보니 스무스하게 얘기하는 것도 큽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적응이 필요한 면이 수수행에서는 롤 수행에 방해가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분명 재밌긴 하지만, 며칠간의 홋카이도 여행으로는 인싸 동생 4명에게 전부 딜탱을 담당할 정도로 본인이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힘들었던게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추측합니다. 이후 강원도편에 왔을 때 양세찬이 살아난 이유가 거기서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듭니다. 이젠 익숙한 동생들이고, 익숙한 땅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번 아파트404는 양세찬이 활약할 무대를 미리 만들어 준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우선 게임의 방식이 런닝맨류라 익숙하고, 출연진도 유재석,차태현 등 익숙한 사람들이 많으며, 심지어 역할도 수수행처럼 자신이 모든걸 케어할 수 있는, 간혹 해야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유재석이라는 든든한 리더 아래에서 깐족대는 위치니까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수수행 때보다 더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 2화에서 제니에게 장난치는걸 보고 '아, 폼 살아났다' 싶었습니다. 분명 2화인데도 평상시 양세찬이었습니다.
5. 편집
길게 쓸것 없이 부드럽게 잘 만들었습니다. 예능적으로 다 살리고도 편집이 이상해서 분위기 이상해지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상당히 센스있게 맺고 끊는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6. 마치며
사실 이렇게 길게 쓸거란 생각을 안했는데, 쓰다보니 줄글이 되었네요.
결론은 재밌게 잘 만든 예능이었다는 겁니다. 티빙을 구독하면 1화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그동안 OTT는 넷플릭스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결심이 흔들릴 정도의 유혹이었습니다. 예전 보필PD 시절의 런닝맨도 생각나고, 보고있으려니 철민PD 시절의 런닝맨은 어땠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내일....이 아니라 오늘 3화를 할텐데, 또 봐야겠습니다. 보고나면 혹시 평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미리 감상문 썼습니다.
첫댓글 이거 재밌어요
실화를 소재로 다루는 것도 좋습니다!
2화가 초반 낚시를 잘했죠 ㅋㅋ 정작 그러니까 초반 오프닝이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았지만(..)
3화도 기대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