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 스펙터클 판타지의 거장 뤽 베송 감독이 만든 《루시》라는 영화가 있다. 스칼렛 요한슨, 모건 프리먼 등 헐리우드 스타들과 함께, 최민식이 여러 명의 한국배우들을 거느리고 마약조직의 두목 역으로 출연했다. 최민식은 주인공에 맞서는 악역을 맡다보니 판판이 깨지는 장면의 연속이라 모냥이 쪼매 빠진다. 뤽 베송 감독은 《그랑 블루》《니키타》《레옹》《제5원소》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두터운 Fandom이 형성되어 있다.
평범한 여대생인 루시는 범죄조직에 납치되어 신개념 마약을 뱃속에 넣어 나르는 운반책을 강요받았다. 그녀가 이를 거절하자 무지막지한 폭행이 자행되면서 뱃속에 들어 있던 마약 봉지가 터져버린다. 과다한 마약이 혈관을 타고 전신에 퍼지자 신체적‧정신적으로 엄청난 초능력이 생겨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하고 본인은 장렬하게 죽는다는 권선징악적 해피엔딩이다. 무슨 연유인지 1월에 접어들어 몇 번이나 《루시》를 재방송했는데, 덕분에 이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보고 또 봤다.
《루시》는 보통사람은 뇌기능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마약의 효능으로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과다하게 항진되면서 뇌기능의 24%를 사용하게 되면 자신의 신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고, 40%를 사용하게 되면 주변의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수 있고, 62%를 사용하게 되면 타인의 생각을 읽고 행동을 통제하게 되며, 100% 다 사용하게 되면 천지신명의 경지에 이르러 만물을 통제하게 된다는 판타스틱한 내용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루시는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고대 여성의 화석에 붙여준 이름이었다. 인류가 상굿도 아프리카에서만 살고 있던 300~36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종이다. 루시의 직계후손이 바로 동시에 태어난 네안데르탈인과 우리 호모 사피엔스다. 루시는 최초의 인류 종인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직계후손으로서 신인류를 대표하는 할머니였다. 영화의 주인공 이름 루시도 아마 기능이 극대화된 신인류라는 뜻의 작명이 아닌가 싶다.
뤽 베송 같은 천재 감독도 믿었을 정도로 ‘인간은 죽을 때까지 뇌기능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현대적인 미신이 널리 퍼져 있다. 아인슈타인 박사도 뇌기능의 15%밖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설이 더해지면서 신빙성은 더욱 높아졌다. 물론 뇌과학에서 보면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다. 아인슈타인이 죽은 1955년에는 fMRI나 PET 같은 인체 촬영장비가 없어 뇌를 몇 %나 사용했는지 관찰해볼 방법도 없었다. 그러니 10%설은 누군가 뻥을 친 게 분명하다.
신경과학자들이 영상기술을 이용하여 오랜 기간 한 사람의 뇌 크기와 그의 지적 능력을 연구한 바에 의하면, 같은 종과 같은 성별인 경우에 한하여 뇌가 클수록 지능지수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인종이나 성별이 다를 때는 그 비례가 적용되지 않았다. 같은 한국인인 경우를 예로 들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뇌의 크기가 작지만 지능지수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우월주의적인 편견으로 여성을 비하할 하등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1955년 아인슈타인이 사망했을 때 뇌과학자들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그의 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병리학자인 토마스 하비 박사가 그의 뇌를 얻어 1995년까지 연구해봤지만 기술 부족으로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하비 박사가 은퇴하면서 아인슈타인의 뇌는 캐나다의 신경과학자인 샌드라 위틀슨 박사에게 넘어갔다. 그때는 이미 fMRI나 PET 같은 영상장비가 일반화되어 있었고 기술도 헐썩 발달했기 때문에 연구팀은 아인슈타인의 뇌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연구 결과 아인슈타인의 뇌는 크기나 모양에서 보통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뇌의 위쪽 가운데 부분을 가르는 ‘실비안 주름’이 보통사람보다 크기 때문에 하두정엽도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실비안 주름’이나 하두정엽의 크기가 지적 능력과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아직도 밝혀내지 못했다.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니 언젠가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밝혀질지도…
뇌질환이나 부상으로 치료를 받을 때는 fMRI나 PET를 이용하여 뇌를 촬영하게 되는데, 그 결과 사람은 단순한 생각을 하거나 일상생활을 할 때도 뇌의 모든 부분을 골고루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뇌의 모든 영역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생각이나 행동을 지휘하는 것이다. 우리는 중풍이나 교통사고로 뇌의 일부에 손상이 와서 동작이나 언행이 온전치 못한 사람을 자주 본다. 뇌를 10%만 사용한다는 설은 분명 틀린 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IQ가 높다고 공인된 인물은 미국인 윌리엄 제임스 사이디스(1898~1944)다. 그의 IQ는 250~300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8세에 하버드대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지만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11세가 되어서야 입학이 허락되었다. 그는 수학‧법학‧심리학을 전공했는데, 재학 중에 각 전공과목의 교수로 임용되어 강의를 병행했다. 그는 40개국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며, 아무리 새로운 분야의 이론이라도 듣는 순간 바로 이해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을 견디지 못해 자주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일찌감치 은둔생활에 접어든 뒤 46세에 요절했다. 두 눈을 다 가진 정상인이 외눈박이들이 사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은둔생활 중에도 다방면에 걸친 논문을 써서 해당 전문지에 기고했는데, 최초의 블랙홀이론도 그 중 하나였다.
첫댓글 열심히 잘 읽고 배우네
한 열흘 감기때문에 고생을 했다네
이제는 감기에 걸리면 애를 먹는다네
신기한 이야기들이네.
나야말로 5퍼센트도 뇌를 안 쓰고 아끼는 바보 같은 인간이구마는...
요즈음 우리 배우들이 외국영화에 자주 등장하더라고...
역할이 어떻든, 참 뿌듯해.
우리나라 인지도가 그만큼 높은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