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자 [류흔]
나무젓가락이
봉지를 뚫고 나왔을 때
봉자가 생각났다
봉자는 뾰족했다
나는 봉자에게 뻑하면 찔렸다
오십여년 전소꿉친구였던
봉자
반찬 투정하면 예의 맞았고
엄마에게 일러주면
다음날 또 맞았다
봉자가 주는 밥은 한입에 습
스읍 먹어야 한다
봉자를 거역하고는
골목에 나올 수 없었다
어느 날은 이삿집과 함께 트럭트럭
봉자가 멀어지고 나서
더는 맞을 일이 없어진 내가
엄마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 지금은 애인들을 발표할 때, 달아실, 2021
* 친구중에 춘자, 숙자... 이런 이름이 흔했었다.
요즘 MZ세대에는 이런 이름이 있을 리 없다.
점 하나 빼서 민지 같은 고상한 이름들 뿐이다.
이 시를 읽으며 봉자,라는 여인이 생각났다.
한정식집에서 서빙을 하던 봉자는 어느날,
식탁 가운데에 불판을 놓는다는게 그만 놓치면서 차려진 음식들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남자 넷이서 주섬주섬 정리를 해주었더니 봉자는 무척 고마워했다.
그 후 갈 때마다 덤으로 맛있는 것도 갖다 주고
심지어는 옆에 철퍼덕 앉아서 같이 소주를 마셨다.
덩치는 거의 이영자급이고 이영자처럼 우스개소리를 잘했다.
늘 식사자리를 즐겁게 했던 봉자.
한 식당에서 오래 일하는 것은 아니어서 어느날부터는 보이지 않았다.
내 트렁크에 있는 고급 돗자리 하나를 뺏다시피 가지고 갔는데 잘 쓰고 있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