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 지리산의 봄, 문학과지성사, 1987
* 천수답이란 오로지 빗물에 의존해서 농사를 짓는 것이다.
빗물을 받아둔 저수지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데 가뭄이 들면 농사 지을 방법이 없었다.
댐을 만들어 제법 많은 양의 물을 가두어 두었지만 이 역시 가뭄에는 장사가 없다.
그래서 보를 만들어 더 많은 양의 물을 가두었지만 환경론자들이 반대하여 보를 터서 많은 양을 흘려보냈다.
가뭄은 더 심해지고 농사는 커녕 식수도 모자라 다시 보를 만들자는 말도 나온다.
물을 다스리는 것이 곧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니 그것이 곧 정치의 밑바탕이다.
잘 먹고 잘 살게 하려면 일단 물이 많아야 한다.
한강은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가두어둔 물이 많다는 얘기다.
어제, 오늘 내린 비는 봄비치고는 많이 내린 편이다.
또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니 참 반갑고 이쁜 봄비였다.
비멍 때리고 나니 가슴이 시원해진 것 같다.
들로 산으로 바다로 아득히 아주 많이 흘러가기를 바라며
봄비, 너 참 이쁘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첫댓글 이뻐라 그 봄비,,,
그 봄 비속에서 내민 조막손들의 파릇함
봄이면 조막손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삽니다.
누가 저 조막손을 창조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