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北山綠更深-북한산은 초록색이 더 짙은데 浮雲不忙啊-떠가는 구름은 바쁘지 않구나 暑老腿更重-더위에 지친노인 다리 더무거워 信的是杖依-오로지 지팡이에 의지하구나 七月快过半-7월도 절반이 훌쩍 가는데 幸州霞紅染-행주산성 노을만 붉게 물드네 ! 농월(弄月)
변비똥 싸는 것보다 더 시원한 7월 소나기 !!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진다 7월의 중순을 넘기는 절규(絶叫)인가 !
필자는 빗속 걷기를 즐긴다. 그것도 고무신을 신고 걸어야 제 맛이 난다. 굵은 빗방울이 땅위에 부딪치며 산산조각나면서 절규하는 단말마의 비명을 즐긴다.
마치 일본의 카미가제(かみかぜ)처럼 발등 위와 복숭아뼈 종아리까지 몸을 던져 그 맑은 일생을 누구를 위해 순절(殉節)하는가! 나는 히틀러처럼 잔인하게 빗방울 시체를 밟으며 걷기를 즐긴다.
칠월은 푸른 나무들이 심호흡을 넉넉하게 쉬며 자라는 달이다. 타오르는 태양 속에 산과 들이 젊어지는 짙푸른 생명의 달이다.
루비(Ruby)의 달 7월!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와 클레오파트라의 불타는 사랑의 7월 ! 무정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서 매여 보는 7월 !
뭉게뭉게 구름이 북한산 위에 피어오르고 매미가 밀물처럼 쏴아~ 울어대면 아이들은 뱀 허물처럼 햇볕에 벗겨진 어깻죽지에 누런 코물을 훌쩍이며 동네 정자나무 그늘 밑으로 모여든다. 필자 어렸을 때를 기억하는 풍경이다.
남산 넘어 강냉이(옥수수)밭에서는 그 가기 싫은 산고개를 지게지고 흘린 땀방울이 천하대장군 이빨보다 더 굵게 알알이 옥수수 알로 맺혀지는 7월이다. 밭두둑 늙은 소나무 그늘에서 삼베에 싼 찐 감자를 먹는 달.
집 뒤 남새밭(경상도 방언 집안에 텃밭)에서는 18세 처녀 볼보다 더 윤기 좋고 팽팽한 가지가 주렁주렁하다. 하나 따다가 찬물에 대충 씻고 한입 풍성하게 베어 문다. 달고 탈력있고 부드럽다! 입맛이 변했는지 세월이 변했는지 가지가 변했는지 요즘 마트에서 파는 가지는 그때의 맛이 안 난다.
가랑이 터진 삼베중우(삼베바지) 아랫도리만 입고 위에는 벗은 채로 햇볕이 작열하는 하늘을 향해 주먹질하는 풍요로운 7월
갑자기 컴컴해지며 저 멀리 남산모퉁이에서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고 인간의 불경(不敬)에 노(怒)한 하늘의 뇌성벽력! 죄지은 놈들은 여의도에 모두 있는데 괜히 움츠려 든다.
숨 쉬는 것도 잊고 침만 꼴딱 삼키면 쏴 하고 소나기가 내린다. 휴~~~ 일주일동안 쌓인 변비똥 싸는 것보다 더 시원한 7월 소나기!
소나기와 장마와 가뭄과 폭우와 태풍을 견디고 이겨내는 7월 이런 7월이 있기에 풍성한 가을의 결실(結實)이 있는 것이리라.
땀과 막걸리와 열무김치와 싱싱한 열매와 푸르름 속의 한 절기(節氣) 7월 ! 태양과 녹음의 칠월은 우리들 가슴을 젊게 뜨겁게 한다. 그 7월도 시집가는 누님의 가마처럼 점점 멀어져간다.
교육자이자 아동 문학가이며 시인인 이오덕(李五德)은 7월을 아래와 같이 노래했다
7월 이오덕 앵두나무 밑에 모이던 아이들이 살구나무 그늘로 옮겨 가면 누우렇던 보리들이 다 거둬지고 모내기도 끝나 다시 젊어지는 산과 들. 진초록 땅 위에 태양은 타오르고 물씬물씬 숨을 쉬며 푸나무는 자란다. 뻐꾸기야, 네 소리에도 싫증이 났다. 수다스런 꾀꼬리야, 너도 멀리 가거라. 봇도랑 물소리 따라 우리들 김매기 노래 구슬프게 또 우렁차게 울려라. 길솟는 담배밭 옥수수밭에 땀을 뿌려라. 아, 칠월은 버드나무 그늘에서 찐 감자를 먹는, 복숭아를 따며 하늘을 쳐다보는, 칠월은 다시 목이 타는 가뭄과 싸우고 지루한 장마를 견디고 태풍과 홍수를 이겨 내어야 하는 칠월은 우리들 땀과 노래 속에 흘러가라. 칠월은 싱싱한 열매와 푸르름 속에 살아가라.
농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