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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로스2화: 톰 아저씨의 조언>
엘리아스 공작일행은 소년이 사는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길을 걷고 있었다.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한적함인가.’
정말이지 평화롭고 조용한 시간이었다. 저 멀리 뒤에서 따라오는 호위 무사들만 아니었다면 정말 완벽
했을 시간이었다. 공작은 혼자 걷고 싶은 마음에 호위 무사를 조금 뒤편에 두어 따라오게 하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을 따돌리고 혼자서 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국왕이 모든 군대를 풀어서라
도 그를 찾으려고 들 테고 그러면 앞으로의 여행은 더욱 많은 무리를 끌고 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때였다.
우르르르르.. 쾅쾅쾅쾅!!!-
소리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소리가 난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를 생각해보면 폭발의 규
모는 그리 작지만은 않을 것이다. 뒤에서 호위 무사 넷이 달려오고 그 뒤로 마법사가 비행마법으로 빠
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이런 곳에서 전쟁이 날 리는 없고. 몬스터인가?”
그때 이미 도착해 있는 마법사가 대답하였다.
“폭발음이 나고 조용한 것을 보아 상황은 이미 종료가 된듯합니다. 이렇듯 빠르게 상황이 종료되고 조
용한 것을 보면 어느 마법사가 실험하다가 실패를 하여 폭발이 일어난듯합니다. 이런 일은 어디서나
일어날 수가 있지만 한 가지 걸리는 사실은 이 정도 폭발음을 낼 수 있는 마법은 최소한 4 사이클이상
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마법사라면 이미 모두 궁정마법사로 소속되어 황궁에 있어야 할 것인
데…”
공작은 ‘이때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가한 시간을 방해하는 두 가지 원인을 모두 해결할 기회를
말이다.
“4사이클급 이상이라고? 크라네 왕국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프로이엔 궁정마법사가 6사이클급이고, 자
네가 5사이클급인것을 보면 어쩌면 크라네 왕국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마법사를 새로이 영입할 기
회가 되겠군. 자네가 가서 한번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고 가능하면 영입해보도록 노력해보게. 인재
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대접도 마다하지 않는 국왕 폐하이시니 그의 조건을 대부분 들어줄 수 있도록
해주고.”
“예? 하지만, 전하. 저희는 이미 국왕 폐할게 공작님을 호위하라는 명을 받은 후라 다른 명령은 받을 수
가 없습니다.”
“그도 그렇구나. 국왕 폐하의 명을 어기면서까지 인재를 구하러 갈 수는 없겠지.”
그가 이루어낸 업적과 공작이라는 작위를 사용하면 억지로라도 명령을 내릴 수는 있었겠지만, 공작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부하를 난처하게 하면서까지 혼자 있는 것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아니
었기 때문이다.
“그럼 자네가 황궁에 연락을 취해 국왕 폐하의 허락을 구해 보도록 하게.”
“예, 전하.”
사창가를 다녀온 소년은 또다시 후회를 하다가 열이 받았는지 자아가 분리된 이중인격자처럼 자신을
스스로 비난하고 있었다.
“이 빌어 처먹을 몸뚱어리야. 제발, 내 말 좀 들어라!”
늘 마음은 ‘이러면 안 되는데’를 외치면서 몸은 이러면 안 되는 짓을 서슴없이 행하고는 했다. 검술을
익힌다는 소년은 일반인들보다 더욱 몸이 야위어져 가서 어디 가서 검을 다룬다고 말을 하기도 부끄러
울 정도였다. 이제는 더는 삶의 희망이 없을 정도였다. 운이 좋게 무슨 기연을 만나지 않는 이상 검술을
제대로 익힐 수도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 졌고, 성적인 쾌락 없이는 하루도 살기 어려운 정도
가 되어 버렸다. 점점 더 야위어져 가는 그 소년의 몸에 반비례해서 사창가를 드나들고 수음을 하는 횟
수는 더욱 증가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민과 후회로 저든 삶을 살던 그가 문득 재미난 생각이 난 것처럼
벌떡 일어나며 왼손의 주먹을 오른손의 보자기 위에 내리쳤다.
“아! 이렇게 힘들고 재미없는 검술수련을 할 바에야 마법을 조금 배워볼까? 마법은 실제로 불도 만들
고, 전기도 쏟아내고, 물도 뿜을 수도 있잖아. 상위급으로 올라갈수록 얼마나 재미난 마법이 많아?! 검
이야 그저 칼을 휘두르면 그만인 것을! 그래, 이따위 지루한 검술을 익히는 것은 그만두고 마법이나 배
워보자!”
이제는 꿈마저도 포기하고 바꿔버리려고 하는 소년이었다. 어느덧 나이가 스물세 살이 되어 (이제는
소년이라는 단어보다는 청년이라는 단어가 어울릴법한 나이이지만 그에게는 아직도 소년과 같은 생
활습관이 남아있어서 소년이라고 계속 부르도록 하겠다.) 이제 무림인과 화려한 검술에 대한 환상도
거의 깨져가고 있었다. 그래서 삶의 낙(樂)이 없다 보니 점점 더 성적인 쾌락에 빠져드는 것 같다는 생
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새롭고 재미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마법에 대해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나저나 마법을 새로 배우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지? 뭐가 필요한지 모르겠네. 마법학교에 다니려면
신분이나 돈이 많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신분도 높지 않고 돈도 부족한걸."
한참을 혼자서 고민을 하던 소년은 다시한번 왼손의 주먹을 오른손의 보자기위로 내리치며 말을 하
였다.
"그래! 톰 아저씨 네에서 마법 서적을 빌려서 한번 읽어 보자. 그러면 뭘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있을
거야.”
그렇게 소년은 신이 나게 톰 아저씨네 집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 만에 짓는 즐거운 표정인
가. 정말 이처럼 화창한 날씨에 어울리는 표정이었다. 그동안 소년은 수많은 성적인 쾌락을 접했어도
이처럼 즐거운 표정을 짓지는 못했다. 마치 즐거운 표정을 얼굴 어딘가에 봉인이라도 해둔 듯이 침울
하고 화가 난 얼굴을 하고 다녔었다. 야위지만 않았다면 상당한 미남에 속하는 그였지만 얼굴이 마르
고 표정이 어두우니 굉장히 볼품없고 음침한 사내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과 알고
지내지는 못했지만, 톰 아저씨만큼은 소년을 늘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주었다. 톰 아저씨는 마을에
사는 잡상인으로 굉장히 신기한 물건들을 파시고 계셨다. 소년이 본 물건 중 가장 신기했던 물건은 마
법이 걸린 물건들이었다. 파워글러브, 매직실드, 화염의 검 등 마나만 충분하다면 마법사들처럼
마법을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톰 아저씨께서 화염의 검을 들고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정말
무시무시한 화염이 나와서 마을 한가운데 있는 나무를 태워버리고 말았다. 그때 경비병들이 몰려와
서 톰 아저씨가 곤혹스러워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나오곤 하였다. 어떨 때 보면 정말 대단
한 거 같으면서도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시는 톰 아저씨였다. 소년은 아저씨가 가끔 일을 할 때를 제
외하고는 여러 가지 잡다한 서적을 읽으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소년으로서는 그렇게 책에 묻혀서
지루하게 사는 것이 이해가 안 갔지만 말이다. 아마도 그 수많은 서적 중에는 마법 서적도 한 권쯤은 반
드시 있으리라, 소년은 그 기대로 톰 아저씨의 집으로 가려는 것이었다.
“톰 아저씨! 아저씨 저 왔어요.”
아무런 대답도 안 돌아온다.
“아저씨! 뭐하세요! 저 왔어요.”
이번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소년은 문득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늘 그가 조금만 집 가까이 다가오면
어떻게 알았는지 톰 아저씨는 미리 나와서 그를 맞아주고는 했던 것이다. 소년은 슬그머니 집 문을 열
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우르르르,,, 쾅쾅쾅쾅!-
집안 어딘가에서 대단히 큰 폭발음이 들려왔다.
“아저씨!”
소년이 놀라서 안으로 들어가자 지하실에서 온몸이 검게 그을린 톰 아저씨가 나오고 있었다. 머리숱이
적은 톰 아저씨는 오늘따라 숱이 많아 보일 정도로 머리도 검게 그을려 있었다.
“어이. 한스 왔니? 아저씨가 마법 서적을 읽다가 문득 재미난 마법을 발견해서 실험하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버렸구나. 허허허”
수건으로 얼굴을 쓱쓱 닦으며 톰은 한소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에이. 그게 뭐예요. 어디 다치신 건 아니에요?”
“괜찮다. 그래 무슨 일로 온 거니? 아저씨 얼굴이나 보려고 온 것은 아닐 테고.”
한스는 정곡을 찔린 듯이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쳤다.
“제가 무슨 용건이 있을 때만 아저씨를 보러 왔나요. 그런데 오늘은 용건이 있습니다. 하하하.”
멎적은듯 웃으며 한스는 말을 이어갔다.
“그게 마법을 배워볼까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아저씨한테
서 마법 서적을 몇 권 빌려볼 수 있을까 해서 여쭈어 보려고 왔어요.”
“마법? 너는 검술을 익히고 있지 않았니?”
“그게…”
한스는 하는 수 없이 자초지종을 모두 설명했다. 누구한테 말하기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톰 아저씨한
테는 그 어떤 비밀도 말해줘도 될듯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것이로구나.”
“그렇게 된 것이지요. 마법 서적을 몇 권 빌려 볼 수 있을까요? 조금 전에도 몇 권 읽으시고 실수를 내신
것 같은데….”
“있기야 있지. 그런데 빌려주고 싶지가 않는구나.”
순간 한스는 당황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한스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아저씨, 제가 이유를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마법을 꼭 배워야만 해요.”
처음에는 재미로 배우려고 하다가 지금 막상 거절을 당하고 나니 당황한 나머지
필요해서 배우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네가 말해준 그 이유 때문에 더욱 안된다는 것이다. 흠, 여기서 이러지 말고 어디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 잤구나. 여기는 아직 탄내가 진동하는구나.”
“그래요.”
한스는 풀이 죽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톰 아저씨는 한스를 데리고 언덕 위로 올라갔다.
“후 아! 역시 이곳은 공기가 언제나 좋단 말이지! 경치도 좋고! 안 그러냐?”
“예.”
여전히 삐친 음성이다.
“그래 이제 설명을 해주마.”
한스와 톰 아저씨는 언덕 위에 앉아 드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를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끔 불어오는 시원한 산들바람이 오늘따라 거슬리는 한소였다.
“네가 처음에 검에 관심을 두고 설레여 했던 때를 기억하느냐?”
“예.”
“그럼 내게 이야기해다오. 어떻게 검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제가 검을 좋아한 것은 크라네 전쟁을 승리로 이끈 무림인의 영웅담을 듣고부터예요. 저도 그처럼 검
을 멋지게 다루고 싶어졌기에 검을 좋아하게 된 것이고요.”
“그럼 너는 검을 좋아한 것이니? 아니면 멋있어 보이는 것을 좋아한 것이냐?”
“그게…”
한스는 인제야 자신이 검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사실 검을 멋지게 다루는 것에 대해 환상을 품었고 그
것을 좋아한 것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네가 검을 익히기를 그만두고 마법을 배우기로 시작한 것은 검술 수련이 생각보다 재미없고
힘들며 검으로는 멋있어질 수가 없다고 판단을 하여 마법으로 목적을 이루는 방법을 바꾼 것이 아니
냐?”
한스는 대답을 하지를 못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맞는가 보는구나. 얘야. 네가 지금 마법을 배우고 싶다면 나는 마법 서적을
빌려줄 수도 있다. 원한다면 훌륭한 마법스승님도 한 분 소개를 해주마. 그런데 네가 검에 뜻을 두었다
가 그 뜻을 이렇게 쉽게 굽히고 새로이 마법으로 바꾼다 한들 너의 약해진 의지는 또 한 번 굽혀지게 될
것이다. 그릇된 동기는 그릇된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거라. 너의 진실한 목적이 멋있어 보이
는 것이라면 그 목적을 이루는 방법이 꼭 검만은 아니겠지. 네 말대로 마법을 배워서 멋있어질 수도 있
을 게야. 그렇지만, 그렇게 진로를 계속 바꾸다가는 이것도 저것도 뭐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질
거야. 무언가 잘해야 멋있어 보이기라도 할 텐데 결국, 본래의 목적인 멋있어지는 것도 이루어지지 않
겠지. 이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단다. 그 어떤 일도 장점이 있으면 힘든 점도 있기 마련이야. 많은
사람이 좋은 점만 보고 덤벼들었다가 힘든 부분을 만나면 쉽게 싫증을 내버리고는 하지. 그래서 높은
경지에 이르는 기사나 마법사들이 소수에 그치는 것이란다.”
한스는 인제야 아저씨가 왜 마법 서적을 빌려주지를 않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조언을 해주시는 톰 아저씨의 마음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시 검을 잡으려고 하
기에는 두려움과 거부감이 드는 한스였다.
“아저씨께서 하시는 말씀을 알겠어요. 그렇지만, 걱정이 돼요. 제가 다시 검을 잡더라도 부지런히 수련
을 시작할 수가 있을지 말에요. 저희 집이 사창가 부근이라 유혹을 뿌리치기도 어렵고요.”
“나도 이해한단다. 나도 남자가 아니니? 그런 곳에 살았다면 나도 너와 같이 생활을 했을 것이다. 그럼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도 있지 않겠니?”
“저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께서 이 집은 조상 대대 내려오던 집이라서 절대로 버리
고 갈 수는 없다고 하셔서 이사할 수도 없어요.”
“흠, 그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가 없겠구나. 그렇다면 우리 집에서 며칠 지내자꾸나. 마침
안 쓰는 방이 있으니 거기서 당분간 지내면서 다시 검을 잡으려고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겠지.”
“정말 그래도 될까요? 아주 고맙습니다, 톰 아저씨! 아저씨랑 지낸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네요.”
스물세 살이나 되는 청년이 남의 집에서 지내는 것은 사실 숙박비를 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 둘은
돈을 내며 지내기에는 너무 가깝고 친근한 사이였다. 청년으로서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집이 있었다면
당연하게 아저씨를 머물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둘은 돈에 대한 생각보다는 같이 지낸다는 생각만
으로 설레 여하고 있었다. 마치 아이들이 서로의 집에 놀러 가서 슬립 오버(sleepover)를 하는 것처럼 말
이다. 그렇게 그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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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