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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cifixus - 프롤로그
http://cafe.daum.net/Europa/1AT/7223
*Crucifixus - 1 [아멜리아]
http://cafe.daum.net/Europa/1AT/7243
*Crucifixus - 2 [아멜리아2]
http://cafe.daum.net/Europa/1AT/7281
*Crucifixus - 3 [아멜리아3]
http://cafe.daum.net/Europa/1AT/7328
*Crucifixus - 4 [나르니]
http://cafe.daum.net/Europa/1AT/7367
*Crucifixus - 5 [로마]
http://cafe.daum.net/Europa/1AT/7423
*BGM
글렌킨디는 하프를 연주했네 (중세 영국노래)
1192년 당시의 이탈리아와 근방의 세력지도
당시의 이탈리아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1세에 의하여 거의 정복되다시피하였으나, 이탈리아통일의 꿈은 3차십자군원정때 프리드리히 1세가 익사함에 따라 주춤하게 되었다. 그리고 뒤를 이은 황제 하인리히 6세는 시칠리아왕국의 계승자인 콩스탕스와 결혼하여 시칠리아왕위를 겸하려했다. 그러나 왕국내에서 신성로마제국과의 병합을 반대하는 세력들에 의해 다른 계승자인 탕크레드를 옹립하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지게 된다.
나폴리는 시칠리아왕국의 중요영토 중 하나였으며, 남작령인 포르티치와 주교령 쿠마, 그리고 도시인 나폴리가 결합되어 나폴리백작령을 이루고있었다. 또한 나폴리는 국왕인 탕크레드의 직할령이었다.
현재 세계 3대미항으로 꼽히는 나폴리는 그때 당시에도 상업적으로 중요한 위치중 하나였으며, 아름답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밑은 화가가 그린 포르티치의 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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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좀 모자라잖아? "
"조금 싸게하자구. 이것도 사실 꽤나 큰돈이잖아?"
"이것도 이미 많이 낮게 쳐준건데, 무슨 소릴하는거야? 이 가격아니면 안되니 다른데를 가보던가."
상인은 고개를 홱 돌렸다.
나폴리까지 오는길은 순탄치않았다. 길을 잘못 드는바람에 허허벌판 한가운데서 추위에 떨어야했고, 그로인해 식량도 바닥난 상태인데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잠든 사이 좀도둑에게 돈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허리춤에서 돈주머니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고서 급히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미 늦은뒤였다. 납작한 빵 두조각과 포도주한부대가 남은 전부였다.
가는 곳마다 음식은 있었으나, 돈이 부족했다. 남은 돈을 가지고는 하루치의 식량을 구하는것조차 어려움이 컸고, 결국 이대로 가다간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었다. 로마근교의 노인이 말했듯, 물가는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아있었고, 빵한덩어리를 구하는 데에도 예전이었으면 세덩어리를 구할수있었던 가격이 필요했다.
"여기도 안되겠습니다. 이 가격으론 아무것도 내줄수 없다고하는군요."
마티유는 입맛을 다시며 어깨를 으쓱했다.
"남은 음식으로 얼마나 갈수있을까?"
"하! 도련님 , 얼마나 갈수있을까가 아니라 몇입이나 먹을수있을까가 정답입니다. 당장 오늘안에 바닥나버릴거라구요. 뭐, 사실 바닥날것도 없습니다만."
소피 드 사부아는 말위에 올라 멍하니 그런 우리를 내려다보고있었다. 저 여자의 오만은 끝이없었다. 그리고 오는길내내도 그 성격은 놀라울정도로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유지되고있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그녀나름의 피해는 겪고있었다.
윤기흐르던 흑발은 며칠째 제대로 정돈못해 흐트러지고 지저분해졌으며, 입고있던 옷도 이제는 떨어져가기 시작했다.
오직 그녀가 가지고있는 인장반지와 장신구만이 그녀가 귀족임을 나타내주고있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끔찍이도 소중하게 여겨 짐 깊숙히 넣어놓은 덕에 좀도둑의 손길을 피할수있었다.
"도련님, 그녀에게 장신구한두개를 팔라고 권하시는게 어떻습니까?"
"말도안되는 소리. 그녀는 포기하지않을거야. "
"하지만 강요하셔야합니다. 하다못해 길안내해주는것만으로도 돈을 받는 게 옳은데, 그녀는 현재까지 막연한 보상약속만을 하고 무상으로 먹고 보호받고 있잖습니까. 저는 사실 도련님이 진작에 그녀를 내버려두고 오지않은데에 있어 정말 불만이 크지만, 만약 지금 이상황에서 그녀의 장신구들이나마 저희에게 도움이된다면 기분이 한결 낫겠습니다."
그의 말이 옳았다. 이대로 길거리에 나앉을수는 없는일이었다. 돈을 구할수있는 방법이라곤 단 하나도 없었고, 성지까지 가려면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나를 소피 드 사부아는 천천히 바라보았다.
"아가씨, 음식이 .."
"참으로 멋진 도시야. 그렇게 생각안해?"
소피 드 사부아는 내가 말을 제대로 채 꺼내기도 전에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손가락으로 넓게 펼쳐진 나폴리의 전경
을 가리켰다.
"그렇군요. 멋진 도시입니다."
"예전에 나폴리출신 하녀를 둔적이 있었어. 그녀는 나폴리가 끊임없이 연기를 내뿜는 굴뚝을 가지고있다고 했지. 나도 알아,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표현이지만, 그게 저 베수비오화산을 두고 하는 소리인지는 이제 알았네."
거대한 화산은 금방이라도 도시를 덮쳐버릴 용암과 불을 뿜어낼듯이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내고있었다. 그 밑에 자리한 도시는 위험천만하게 보였으나, 그래도 도시는 지금까지 버텨왔다. 언제 터져버릴지 모를 아찔한 화산밑에서 거대한 보금자리를 만들고서 굳건히 자리를 지탱하고있는 도시, 하지만 저 베수비오 화산의 파괴적인 이미지와는 반대로 아름다운 항구를 가지고있는 양면이 공존하는 도시. 그게 나폴리였다.
인간이란 정말 위대하지않은가. 끊임없이 도전하고 버텨내어 자연을 이겨내려는 그 의지, 그리고 환경에 적응하여 결국엔 이루어내고마는 그 정신력.
"그래, 무슨말을 하려고했었지?"
소피 드 사부아는 내 눈을 천천히 응시했다. 신은 그녀에게 겸손함의 미덕과 다른 것보단 외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셨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그녀의 눈이었다. 확실히 그녀의 눈은 매혹적이다.
가만히 그 푸른색의 눈동자를 바라보고있노라면 무언가에 한없이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음식이 다 떨어졌습니다. 구입하는데 돈도 충분치않고, 돈을 구할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아가씨가 가지고계신 장신구를 한두개 팔면 어떨까싶습니다. "
의외였다. 소피 드 사부아는 전혀 놀라거나, 불같이 화를 내지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침착한 표정으로 '그래?' 하고 말하더니 갑자기 말을 천천히 앞으로 몰았다.
"어디로 가십니까?!"
"따라오거라. 내게 더 좋은 방법이있어. "
마티유는 '이럴줄 알았어요'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얼른 말에 뛰어올라 그녀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무슨생각일까? 그녀는 곧장 나폴리를 가로질러 가기시작했다. 마티유와 나는 말없이 그녀를 따라 말을 달리긴 했으나, 그녀는 어디로 간다는 무엇을하러간다는 일체의 말없이 말을 달려가고있었다.
그리고 나폴리에서 조금 내륙쪽으로 들어가자, 곧 조그마하지만 견고한 성이 보였다.
"나에게 있는 돈을 전부 줘."
"무엇을 할 생각이십니까?"
"보면 알거야. 만약 이것마저 효과가 없다면, 내 장신구들을 너희에게 내주도록하지."
소피 드 사부아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남은돈 전부를 자신의 품속에 넣었다.
마티유는 눈빛으로 나를 만류했지만, 나는 그녀의 행동을 보고서 무언가 있을거라 확신했다. 어차피 남은돈도 사실 많지않을뿐더러, 있으나마나 제대로된 식사마저 못할처지였다. 도박을 해보는 수밖에.
그리고 성 밑의 마을에 도착했을즈음, 소피 드 사부아는 우리를 남겨둔채 여유롭게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마티유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으나, 나는 그 시선을 외면했다.
무언가 설명을 부탁하는듯한 마티유의 표정을 봐봤자, 그 잔소리가 끊임없이 시작될뿐이겠지.
"지금 다 굶어죽게생겼는데 고작 자기몸하나 씻자고 남은 돈을 전부 달란겁니까?"
그는 끝내 불평을 터뜨렸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오만하고 사치스러우나, 현재 상황이 그럴상황은 아니란것쯤은 알고있겠지."
"하지만 도련님, 목욕탕엘 갔다구요, 목욕탕엘. 저기가서 몸을 씻으면 돈이나온답니까?"
"일단 그녀를 믿어보자. 다른방법이 없지않은가?"
마티유는 '끙'하고 앓는소리를 내더니 애?은 날씨에 욕을 퍼부었다.
그때, 반대편에서 한무리의 행렬이 몰려오는것이 보였다. 그것은 소규모의 행렬이 아니었다. 수많은 말발굽소리가 귀를 가득메워왔고, 각종 방어구와 무기들이 서로 쩔렁거리며 부딪히는 마찰음이 들려왔다.
보통행렬이 아니었다.
나팔수와 기사들, 뒤이은 보병들까지 .
그리고 높게 들어올려져있는 깃발은 그 행렬을 지휘하는 사람이 일개 소영주가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고있었다.
"비켜라, 왕께서 지나가신다!!"
그것은 국왕의 행렬이었다. 잘먹어 살이 통통하게 오른 말들을 타고 번쩍이는 갑주를 입고서 선두에서 천천히 달리고있는 기사들과, 그뒤에 영주로 보이는 두명을 양 사이에 두고서 희디흰 망토를 걸친 시칠리아국왕이 보였다.
그는 백마를 타고, 시칠리아왕국의 문양이 새겨진 서코트를 걸치고서 위엄에찬 표정으로 성을 향하여 가고있었다.
길거리를 지나던 모든 주민들은 너도나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고, 마티유와 나도 말에서 내려 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 행렬은 대략 5,60명정도되는 행렬으로써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이런 곳에서 그것도 한 나라의 국왕을 본 것은 아주 우연의 일치였다 . 국왕이 이 작은 마을엔 무슨일일까?
의문점이 꼬리를 물고있을때즈음, 소피 드 사부아가 목욕탕문을 활짝열고 나왔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향기로운 향과 함께 다시 윤기를 되찾았고, 옷은 어느새 깔끔하게 갈아입은 상태였다. 검은 흑발이 목선을 타고 흘러내려 그녀의 가슴위로 쏟아져내렸다. 다시 처음 봤을때의 그 화려함으로 돌아갔다고할까.
"역시 천민들이 이용하는 목욕탕은 천박하기 짝이없어."
말투역시 처음으로 돌아갔고 말야.
"이제 계획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아가씨? 만약 시간낭비를 할계획이라면, 차라리 차고계신 그 팔찌를 파는것이 더 나을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소피 드 사부아는 나를 한번 쏘아보고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저 성에 갈꺼야. "
"하지만 저긴 방금 시칠리아국왕이.."
"벌써 지나갔네?! 뭐 상관없어. 우리는 가서 시칠리아 국왕을 알현할거야. 물론 나만. 너희는 내 하인이 되는거구."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아가씨, 오랜여행에 많이 지치셨나본데.."
마티유가 말을 자르고서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소피 드 사부아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끝까지 들어. 나는 귀족이야. 그것도 다른나라이긴 하지만, 공작가의 계승자라구. 너희가 음식가격으로 씨름하는동안 몇사람과 대화를 나눠보았지. 지금 시칠리아왕국은 비상사태야. 신성로마제국의 황후가 시칠리아여왕을 겸해야하지만, 이곳귀족들이 반대해서 지금의 국왕을 세웠거든. 그것을 황제가 가만두고볼리가 없잖아. 그래서 국왕은 아마 전쟁준비를 위해 각 지방들을 시찰하는 중인듯해. 그런데 알다시피 나는 신성로마제국 공작가의 계승자야. "
그제서야 한 플룻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시칠리아국왕으로선 신성로마제국내에 분열이나 귀찮은 문제거리를 만들수있다면 그들로 하여금 전쟁을 미루게한다거나, 시칠리아와의 전쟁에 보낼 병사들을 분산시킬수 있기때문에 듣던중 반가운 소식일 것이고, 그녀는 이 기회를 이용하려 하는것이다.
"국왕을 알현하러 가는데 꾀죄죄한꼴로 가서는 성입구에서 쫓겨날거야. 그래서 남은돈을 털어 목욕탕을 간거구. 그리고 아마도 이게 잘풀린다면, 이것이 너희들과의 마지막이 될수도있겠지. 나는 시칠리아기사들에게 호위를 받으며 시라쿠사로 가게될테니."
마티유는 아직도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 그를 내버려두고 소피 드 사부아는 머리를 휘날리며 성을향해 앞서나갔다. 나는 멍하니있는 마티유의 어깨를 손으로 한번 '툭' 친 다음, 그녀를 뒤따라 말을 몰았다.
성은 앞서말했다시피 작지만 견고해보였다. 빈틈없이 꽉꽉메워진 돌벽들은 이 성이 하루아침에 지어진 요새가 아니라는것을 대번에 알려주었고, 단단해보이는 커다란 성문은 열고닫는것조차 사람의 힘으론 힘겨워보였다.
소피 드 사부아가 말에서 내려 성문을 향해 한걸음을 내딛었을때, 여지없이 입구에 서있던 병사들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이곳은 현재 왕이 계신 거처입니다. 죄송하지만 들여보내드릴수 없습니다, 부인."
"뭐? 누구보고 부인이라는거야?!"
소피 드 사부아의 얼굴이 금새 붉으락푸르락변하며 달아올랐다. 그녀는 병사에게 삿대질을 하며 어디 혀를 함부로 놀리냐는둥, 네가 뭔데 길을 막냐는둥 정말이지 말도안되는 생떼를 쓰기시작했다. 이제보니 유연성마저 찾아볼수없었다.
병사는 그런 그녀를 무서우리만큼 무표정으로 내려다보며 그저 '못들어가십니다'만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녀의 주특기가 다시한번 발동했다. 그녀는 난데없이 달려들어 그 덩치큰 두 병사를 뚫고 지나가려다 그들의 팔에 제지되고 말았고, 그순간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양팔로 몸을 감싸고서 그들을 노려보기시작했다.
"어디 감히 내몸에 손을대?!! "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얼굴을 빼곰히 내밀어 이쪽을 보기 시작했고, 소피 드 사부아는 막무가내로 비명을 지르며 그들이 귀족여인의 몸에 함부로 손을댔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곧이어 이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러 성안의 병사들마저 모이기시작했다. 그리고 철옹성같이만 보였던 그 문지기들도 눈치를 보며 슬슬 움츠려들기 시작했다.
"아가씨를 들여보내드려, 안토니오."
시칠리아왕국문양 서코트를 입은 기사가 병사들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그는 훤칠한키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자였다.
누가봐도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있던 그는 소피 드 사부아에게 살짝 허리를 숙이며 한손으로 성문안으로 들어가자는 제스쳐를 취했다.
"너희들 전부는 이 사람을 본받아야해."
소피 드 사부아는 씩씩거리며 문지기들을 밀치고 성안으로 들어갔고, 기사는 문지기들의 어깨를 웃으며 툭툭치더니 소피 드 사부아를 따라갔다.
"무슨용무가 있어서 오신겁니까,아가씨? 여자분께서 이곳을 방문할거라는 언질은 누구에게도 받질못했습니다."
그는 소피 드 사부아를 성안의 길가에 세우고서 물었다.
"국왕폐하께 중요한제안을 가지고왔어. 그분께 전해드려. 절대 거절할수없는 제안을 가지고있다구."
그 기사는 미심쩍어하는 눈치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한번 강조해 말을 되풀이했다.
"나를 못믿는거야? 내 장담컨데 내가 누구인지 알게되면 폐하께선 당신의 이 무례를 그냥 넘어가지 않으실거야."
소피 드 사부아는 집게손가락을 들어올려 기사의 턱을 살며시 쥐었다. 하지만 그 기사는 소피 드 사부아의 예상을 완전히 박살내고서 그 손을 밑으로 부드럽게 뿌리치고서 말했다.
"아가씨. 그런 협박은 내게 통하지않습니다. 저는 단지 제 주군을 쓸데없는 일로 방해하고싶지 않을 뿐입니다. 하지만 아가씨께서 정말로 누군지 저를 궁금하게 만드는군요. 저를 따라오시죠."
기사는 그녀와 우리를 이끌고 굽이굽이진 계단들을 올라가 곧 본성의 그레이트홀앞에 섰다. 그리고 기사는 문을 활짝열고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소피 드 사부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하인은 밖에서 대기시키도록 하란 명이다.'라며 우리를 가로막았다.
곧 그레이트홀의 문은 차갑게 마티유와 내 눈앞에서 닫혔고, 우리는 그 안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수도, 알아낼수도 없었다. 그저 소피 드 사부아가 협상을 마치고 다시 나오기만을 짚단에 앉아 기다렸다.
"이제 평민이 다 되셨네요,도련님."
마티유는 짚단에 마주앉은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러게말야. 하지만 이런경험도 이때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안그래?"
"전 소원이니까, 도련님이 평민체험을 하고계신것처럼 귀족체험을 단 며칠만이라도 하고싶습니다."
마티유는 깍지를 끼고서 아예 짚단에 드러누워버렸다.
그나저나 이 소박한 마을은 정말로 평화로워보이는구나. 지저귀는 새소리와 흐르는 시냇물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왔고, 바람으로 인해 날리는 머리카락이 볼을 간질였다. 마치 전쟁의 기운이 물씬풍기는 이 성과 마을은 분리되어있는 각각의 세상같았다. 전쟁과 평화. 그 속에 사람들은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각자의 운명을 향해 나아가고있다. 운명을 누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 했는가. 어떻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태어날때만 서로가 다르게 태어났을뿐, 결국엔 세상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에 맞물려 그 장단을 맞추는 광대와도 같은것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영영 열리지않을것 같았던 그레이트홀의 견고한문이 활짝 열렸고, 소피 드 사부아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채로 황급히 뛰쳐나왔다. 그녀는 우리를 본채도 하지않은채 황급히 성 입구를 향해 총총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마티유와 나는 그녀를 쫓아 따라잡았고, 그녀는 인기척을 느끼고 말했다.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마. "
"아무래도 팔찌를 파셔야겠군요. "
마티유가 비아냥 거렸지만 그녀는 의외로 아무반응도 하지않은채로 성문을향해 내려갔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누군가가 힘껏잡아 생긴 손자국을.
무슨일이 있었을까. 짐작이야 가는일이 있었으나, 섣불리 입밖으로 내기엔 너무나도 위험천만한 발언이었다.
그리고 성문에 도착했을즈음, 아까의 그 기사를 포함한 2명의 기사들과 7명의 병사들이 뒤따라 내려왔다.
"아가씨, 호위해드리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저희가 시라쿠사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소피 드 사부아는 그 기사를 보더니 잔뜩 움츠려든 모습으로 갑자기 예를 갖추어 고개를 숙였다.
"무례를 용서하세요. 그쪽이 왕족인줄은 전혀 몰랐네요."
마티유와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눌러 참으며 등을 돌렸다. 아까 그녀가 했던 행동들을 생각하면,
이것은 정말이지 박장대소할 일이었다. 마티유는 웃음을 참기 힘들어지자 풉풉거리며 재빨리 말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그를 소피 드 사부아는 잡아죽일듯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안젤로입니다. 그냥 편하게 부르도록하세요, 아가씨."
기사는 빙그레 웃으며 부하들에게 무장을 지시했다.
그리고 곧 우리일행을 더한 총 13명은 나폴리를 천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안젤로라 자신을 소개한 왕족은 소피 드 사부아의 바로 오른쪽에 붙어 끊임없이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있었고,
마티유와 나를 포함한 나머지 병사들은 그들을 천천히 뒤따라갔다.
이제 적어도 메시나까지 갈 방법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충분한 음식과 포도주들이 말 한마리에 따로 실려있었고, 병사들과 함께하는 한 안전할것이 분명했다.
소피 드 사부아는 물만난 고기마냥 아까의 어색함은 떨쳐버리고서 안젤로와 얼굴을 붉히며 웃고있었다.
하긴, 그렇게 천박 , 천박 했는데 높으신 왕족을 만났으니 그럴만도 하겠지.
모든 귀족들은 왕족과의 결혼을 꿈꾸지 않던가. 그리고 안젤로는 단지 호의에선지, 호감에선지 그녀에게 지나치게 친절했다.왕족의 거만함은 찾아볼수 없었고, 그녀에게 귀족으로써의 예를 다해 어떻게보면 진정한 기사라도 된마냥 그녀의
말고삐를 대신 잡아 몰아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은 흘러갔고, 어느새 날이 점차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안젤로는 행렬을 멈추어세우고, 병사들에게 야영지를 만들것을 지시했다.
곧 모닥불이 피어올랐고 가져온 천으로 조잡하게 만든 텐트 아닌 텐트가 세워졌다.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텐트와는 달리 소피 드사부아의 텐트는 조금 떨어져 세워졌고, 그 바로옆에 안젤로의 텐트가 세워졌다.
대우라도 해주는것인지,애초에 불편함을 방지하려는 것인지 보통 다른 병사들이 한텐트에 3명 내지 4명씩 배정받은것과 는 달리 마티유와 나는 단 2명이서 텐트한개를 이용할수 있었다.
가져온 말린 고기와 빵을 허기짐에 무섭게 먹어치웠을 무렵 불침번을 설 3명만을 남겨둔 채, 병사들은 하나 둘 텐트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소피 드 사부아 역시 하품을 하며 자신의 텐트를 향해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도련님과 함께 자는것이 아주 친숙합니다."
마티유는 피식 웃더니 옷을 돌돌말아 배게를 만들었다.
"그래도 음식과 도둑걱정은 안해도 되겠어. 저 여자가 쓸모가 있는 날도 있군."
"세상이 세상이니만큼, 귀족이면 안되는게 거의 없잖습니까? 더군다나 뭐 대단한 사람인듯 말하더니 그게 헛소리는 아니었나 봅니다."
머리를 뉘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급격하게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마티유의 코골이 소리가 마치 자장가라도 되는마냥 나는 그렇게 깊은 잠속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피곤함으로인해 꿈도 꾸지않은채로 달콤한 잠에 빠져 허우적대고있을때즈음, 문득 가까이에서들리는 지저분한 쇠 마찰음을 듣고서 나는 잠에서 깨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들어 눈을 굴려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 쇠 마찰음의 근원지를
찾는것은 어렵지않았다. 텐트의 사이로 희미하게 쏟아지는 달빛에 반사된 칼이 바로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나를 내려다보던 희번덕이던 눈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당황한눈빛으로 황급히 칼을 들어올렸다.
정말이지 찰나의 순간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옆으로 굴렸고, 그에 질세라 뒤이어 칼이 내가 누워있던 자리에
깊숙히 꽃혔다.
세상모르고 자고있는 듯 보였던 마티유가 소스라치며 잠에서 깨어나 칼을 뽑으려 안간힘을 쓰던 괴한의 뒷발목을
힘껏 발로 찼고, 괴한은 바둥거리며 칼과 함께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지금입니다!!"
마티유가 소리쳤고, 동시에 나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어 괴한의 목을 깊숙히 찔러박았다.
검붉은 피가 솟구치며 내 얼굴로 튀어올랐다. 그리고 그에 질세라 마티유는 괴한의 검을 손에서 빼낸뒤 다시한번 그의 가슴팍에 내리꽃았다.
곧이어 우리는 그 괴한이 누구인지 어렵지않게 알아볼수있었다.
"도련님, 아무래도 저희가 그들을 너무 쉽게 믿은것같군요. "
그 괴한은 우리와 함께왔던 병사였다. 하지만 왜?!..
도대체 어떤연유로 우리를 해치려한단말인가. 돈? 우리는 가진게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인가.
"아직 그들은 계획이 실패한걸 눈치채지 못한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빠져나가야해요."
안된다. 소피 드 사부아가 아직..
"그녀는 내버려두세요! 자칫잘못하면 우리까지 위험해집니다."
나는 마티유의 말을 무시한채 조용히 살짝 텐트자락을 걷었다. 이미 모든 병사들이 일어나 무장을 하고있었고, 그 사이로
찢어질듯 소피 드 사부아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심장이 빠르게 곤두박질치고있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둘이서 저 전부를 상대하여 이길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그녀를 두고 갈수도없어. 주여, 제가 어떻게 해야합니까? 제게 어찌 다시금 이런 시험을 주시나이까..
그때 마티유가 조용히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제가 놈들을 유인하겠습니다. 도련님, 나머지를 해낼수있으시겠습니까?"
마티유는 사뭇 비장한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전에는 본적없던 그 표정은 무겁게 나를 짓눌러 내렸다.
"도련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칼을 잡을때 칼끝이 위를 향하게 잡지요. 장검을 이용하는데 있어선 그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반대로 역수로 칼을 잡는순간, 상대는 공격을 예측하기도, 방어하기도 힘들어집니다. 다만, 일격에
상대방이 미처 검을 내지르기전에 끝내셔야합니다. 그 기회를 놓치면 두번다시 기회를 잡지 못하게 될수도있습니다."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나는 그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마티유는 나에게 그의 행운의 단검을 건네고서 단번에
텐트를 걷고 뛰쳐나갔다.
곧 밖에서 칼과 칼이 부딪히는 쇠마찰음이 연이어 들리더니 말발굽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내지르는 악과 갖은 욕설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그가 성공했는가.
야영지에는 두어명의 병사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마 소피 드 사부아의 텐트안엔 안젤로가 있겠지.
남아있는 두명이 텐트를 지키고있는 한 몰래 숨어들어갈 방법따윈 없었다. 인생 최대의 도박을 해볼시간이었다.
죽이느냐.
내가 죽느냐.
텐트안에서 유유히 나오는 나를 본 그 두명은 자뭇 당황한 표정을 띄우며 칼을 뽑아들고 서서히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기억해냈다. 처음 아멜리아에서 나르니로 가는 길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때, 어떻게 내가 그것을
해냈는지를.
민첩함. 그게 내가 가진 전부였다. 무기도, 방어구도 어떤것에서도 그들보다 내가 우세한것은 없었다.
단지 내 몸놀림에 의지하여 그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한손에는 내 품속에있던 단검을 , 그리고 다른한손에는 마티유가 건네준 행운의 단검을 들고서 나는 그들 앞에 섰다.
그리고 그 둘중 한녀석이 옆에있던 동료를 만류하며 말했다.
"애송이 하나에 둘이 붙어도 모양이 우스워지지. "
그래, 오너라.
그는 길다란 장검을 손에 들고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약 다섯발자국전에 가만히 멈춰섰다.
지금이야.
나는 재빠르게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자세는 낮게, 더욱 낮게..
내가 달려드는 것을 본 그 병사는 길다란 검을 묵직하게 나를 향해 휘둘렀으나, 그 스윙은 보기좋게 내 머리위로 빗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천만다행으로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가늠도 해보지않은채로 내지른 검이 운좋게 그의 목에
정확히 꽃혔고 그는 칼을 떨어뜨린채 목을 부여잡고 고꾸라지고말았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당황한 그의 동료가 나를 향해 칼을 내질렀고, 다행히도 빗나갔으나 허벅지가 깊게 베이고 말았다.
아아.. 선혈이 무릎을 타고 흘러내렸고, 쓰라린 통증이 온몸으로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더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나는 그를 향해 악을 지르며 몸을 내던졌고, 미처 대응하지못한 그 녀석은 나와 함께 땅바닥을 뒹굴었다.
난투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를 깔고 앉아 떨어뜨린 칼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 거의 닿았을때즈음 녀석이 나를 힘껏 밀치고 전복시켰다.그리고 내 얼굴을 힘껏 가격하기 시작했다.
입가와 코에서 피가 터져나왔고, 코끝이 시려오고 눈이 번쩍거렸다.
조금만더.. 제발.. 조금만 더..
휘우적거리던 손이 마침내 묵직한 손잡이를 잡았고, 나는 단검을 녀석의 옆구리에 쑤셔박았다.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녀석은 옆으로 쓰러졌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않고 행운의 단검을 손에 쥐고 녀석의 가슴팍을 향해
힘껏 내리꽃았다.
하지만 칼이 무디어져서 였을까.
단검은 녀석이 입은 사슬갑옷의 사슬에 걸려버렸다. 녀석은 다시금 나를 밀쳐내려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고, 나는 죽을힘을 다해 단검을 내리눌렀다.
이윽고 힘에 의해 사슬이 하나둘씩 툭툭 끊어지기 시작했고, 무딘 칼끝이 녀석의 가슴팍을 비집고 들어가기시작했다.
핏물이 새어나오며 곧이어 칼은 완전히 그의 가슴팍에 꽃혔고 , 얼마간 더 발버둥 치던 녀석은 이내 잠잠해졌다.
"멍청한 놈들이 쓸데없는 자존심에 목숨을 버렸구먼 그래."
안젤로였다.
그는 한손에 반쯤 나신이 된 소피 드 사부아의 머리채를 움켜지고 그녀를 질질 끌고 나와 앞에 내팽개쳤다.
그녀는 두손으로 가슴을 감싼채 땅바닥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흐느꼈다.
"자, 시작해볼까?"
그의 칼집에서 단단한 검이 뽑아져나왔고, 이윽고 그는 난생 처음보는 자세로 검을 잡았다.
지금까지 상대해온 병사들에게도, 심지어 프랑스에 있을때 기사들의 대련에서도 저런 자세는 본적이 전무했다.
그는 두손으로 잡은 칼을 높게 들어올리고 그 자세로 가만히 나를 쳐다보았다. 허리를 완전히 드러내 딱봐도 약점이 한눈에 보였지만, 저렇게 헛점이 눈에 훤히드러나는 자세를 기사인, 그것도 왕족출신인 그가 아무생각없이 할 리가 없었다.
도대체 뭐지?... 허리를 드러내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함정이다.
머리가 혼란스러워졌고, 동시에 베였던 허벅지가 심각하게 쓰라려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그나마 남아있는 힘마저 다 빠져나갈지경이었다.
답은 오로지 하나다.
선제 공격. 놈이 대응할 시간조차 주지않고 일격에 끝내야만 한다.
나는 천천히 단검의 손잡이를 거꾸로 고쳐쥐었다.
"역수? 운이 좋아 저 두놈을 쓰러뜨린건 아닌가 보구나?"
안젤로는 껄껄웃으며 그자세 그대로 한발짝을 내딛었다.
다시금 지옥과 같은 시간이 시작되었다. 땀이 등줄기와 볼을 타고 흘러내렸고, 입에서는 터져나온 피로인해 비린맛이 났다.
시간은 나와 저 안젤로를 중심으로 멈추어버린듯 느껴졌다.
그리고 소피 드 사부아가 움츠림에 녀석의 눈이 잠시 그녀를 향한 순간, 나는 예와 같이 재빠르게 이번에는 안젤로를 향해 파고들었다.
목을, 녀석의 목을!..
그러나 갑옷을 입은 녀석은 놀라우리만큼 민첩했다. 그는 내가 휘두른 칼을 손도 움직이지않은채 가볍게 뒤로 물러서 피해버렸고, 곧이어 안젤로의 묵직한 칼손잡이가 나를 찍어 내렸다.
"한심하구먼 그래."
녀석은 나를 발로 힘껏 걷어차고서 자신의 칼을 뒤로 내팽개쳤다.
그리고 그다음은 내인생에 있어 기억하기도 싫을정도로 끔찍한 순간이었다.
정신을 차릴수도 없을정도로 주먹과 발길이 나를 향해 날아왔고, 그것에 대항하여 나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렸다.
여기저기서 피가 터져나왔고, 얼굴은 이미 반쯤 부어올라 피멍이 든 상태였다. 정신을 잡고있기조차 이제는 버거웠다.
모든게 끝났나?.. 이렇게 여기서 내 인생은 끝인것인가.
이게 정녕 주께서 계획하신 내 마지막이란 말인가.
아무리 주를 부르짖어도, 주께서는 대답이 없으시다. 나는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무기력한 존재였다.
조소와 비웃음이 가득섞인 웃음을 지으며 안젤로는 내 허벅지의 베인상처를 발로 꾸욱 짓눌렀다.
아아.. 엄청난 고통이 온몸을 타고퍼져 그것은 차마 버텨낼수가 없었다. 안간힘을 썼으나 비명이 입밖으로 튀어나왔고,
온몸에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이게 끝이다, 멍청한놈. 하늘에서 네 어리석음을 탓하거라."
안젤로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았고 , 서서히 허리를 숙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묵직한 검이 그의 목을 관통해나왔다. 그의 눈은 순식간에 터질듯한 핏발로 가득찼고, 관통한자리에서 터진 피들이 후두둑 내 얼굴을 향해 쏟아졌다. 순식간에 내 얼굴은 녀석의 피로 칠갑이 되었고, 안젤로는 목을 부여잡고 옆으로 쓰러져 컥컥거리며 발버둥쳤다.
그리고 그가 쓰러진 자리 뒤에 소피 드 사부아가 피가 묻은 손을 믿을수없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덜덜 떨고있었다.
"아.. 아.."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못한채로 그자리에 무릎을 꿇고 무너져내렸다.
그녀가 내 생명을 구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소피 드 사부아가.
나는 죽을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그녀를 향해 기어갔다. 그녀는 손에 경련을 일으키며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기어가 그녀의 손을 나지막히 잡는순간, 소피 드 사부아는 울음을 터뜨리며 내품에 몸을 던졌다.
"괜찮습니다, 아가씨. 다 끝났어요.. 다 끝났어.."
아아.. 다시금 주께서 주신 이 시험을 이겨냈다.. 다시금 이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남았다..
왠지모를 눈물이 흘러나와 볼을 타고 흘렀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수가 없을것이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서 결국에 살아남은 그 기쁨을...
아직도 이 숨을 내쉴수 있다는 그 벅찬 감동을..
소피 드 사부아와 나는 한참동안 서로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보잘 것 없는 목숨이지만, 한 순간에 끝나버릴수도 있던 목숨이지만 , 그것을 얻고자 발버둥쳤던 이 기억은 그녀에게도 , 나에게도 앞으로 이 목숨을 유지해나가며 쉽게 지울수없을 쓰라린 상처가 될것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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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오랜만에 돌아왔네요. 이미 잊어버리셨나요 ㅠㅠㅠㅠ
요즘 너무나도 바빠지고, 한창 러스트라는 게임에 빠져 시간이 없었네용 ㅠㅠ
그래도 한분쯤은 기다리셨던 분이 계셨으려나? ... 하하
여튼 앞으로도 늦더라도 꾸준히 써서 완결을 내고 말겠습니다!
음악은.. 녹음중 마지막에 뽀록이..
(추신: 혹시 러스트하시는분 계신가요?ㅇ_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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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옷, 오랜만에 6화군요. 이제 안나올줄 알았는데...근데 이거 문화게로 가야하지 않나요?
엇.. 문제가 된다면 바로 자삭을... 그런데 아직 전편들이 그대로 이게시판에 있네용. 어떻게해야하죠?ㅎㅎ
전 스탭분이 옮겨주셨어요. 갑자기 글이 없어져서 삭제된줄 알았죠
역시 재미있네요 'ㅂ'
잘 봤습니다. 몰아보고 나니 새벽이네요. ㅎㅎ
더 올려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