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881호
택시
박지웅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 주세요
-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문학동네, 2012)
***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2가 지난 토요일 끝났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느닷없이(?) 등장한 시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오늘의 시편지로 띄웁니다.
짧지요. 짧아도 너무 짧지요. 그래서 더 여운이 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행복했던 곳" 지금 다시 그곳으로 간다면 과연 행복할까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쩌면 전혀 다른 존재일 테니까요.
또한 기억은 늘 왜곡되기 마련이니까요.
지금 이 순간의 '나'가, 왜곡되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시가 너무 짧아서...가 아니고 너무 어이없는 일이 내가 사는 춘천에서 벌어져서, 오늘은 시 한 편을 더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후작부인 / 정지민
좌파도 우파도 아닌
퐁파두르 후작부인은 베갯머리파였네
폭탄주에 취한 귀족들만 몰랐던 거지
용산의 베갯머리파 그녀
우아한 흰색 원피스 입고
오늘도 뉴스에 나오시네
루이 15세는 그녀의 말만 듣지
<20년간은 처녀로
15년간은 창부로
7년간은 뚜쟁이로 보낸 여인>*
* 퐁파두르 부인의 묘비명이라고 알려진 글
춘천시에서 해마다(?) 춘천 문인들의 시를 선별해서 약사천변에 전시를 하는 모양입니다.
올해 전시된 작품 중의 하나가 정지민의 「후작부인」입니다.
루이 15세를 쥐락펴락했던 퐁파두르 후작부인... 프랑스 혁명의 불길을 당기는 도화선이 되기도 했던 인물... 그녀의 묘비명을 모티브로 쓴 작품이지요.
저는 풍자를 참 좋게 읽었는데, 그런데, 이게 누군가에게는 그게 문제였던 모양입니다.
지자체(동사무소)에서 이 작품을 작가의 허락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내려버린 겁니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는 퐁파두르와 김건희가 겹쳐지는 부분이 꺼림칙했던 것일 텐데요.
이래도 되는 걸까요?
"춘천은 문화도시"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이래저래 참 술픈 월요일 아침입니다.
2023. 4. 17.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첫댓글 좋은시 ... 후작부인/정지민 좋은시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