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폭력성이 거슬렸지만 아름답고 흥미로우며 대단히 독창적인 작품이다.”(도트 파올로 만카·이탈리아영화협회 사무국장)
“블랙 유머가 지나쳤다. 그러나 삶과 영혼에 대해 배우게 되는 영화다.”(피터 반 부어렌·네덜란드 평론가)
“상업적으로는 <섬>보다 다소 약하지만 작품성은 훨씬 낫다. 파트너들과 배급 가능성을 협의하겠다.”(바우터 바렌드레히트·영화배급사 포르티시모 회장)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베니스 58’에 진출한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에서 개봉한 <수취인불명>은 미군기지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극을 선명하게 그려낸 작품. “작년 <섬>에서 가학-피학적 표현을 보여준 김기덕 영화는 올해도 관객에게 악몽같은 작품”(레 레푸블리카)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어두운 이야기임에도 무척 감동적”(필름 티비 데일리)이라는 평이 대표하듯, 이탈리아 현지 언론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편이다.
작년 <섬> 상영 때 기자들이 실신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지만, 올해 <수취인불명>은 별다른 ‘해프닝’ 없이 관객들의 환대를 받고 있다. 8월30일 영화제 중심 극장인 살라 그랑데에서은 웃음과 탄식이 이어지는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상영됐다.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이 2층 객석의 감독을 향해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수취인불명>은 올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다. 특정 감독에 주목하고 그를 키움으로써 영향력을 유지해가는 ‘국제영화제 정치학’을 감안할 때, 한국 영화감독으로는 처음 베니스 영화제에 2년 연속 진출해 주목받고 있는 김기덕은 ‘베니스가 키운 감독’으로 자리매김할 확률이 높다. 30일 밤 ‘<수취인불명>의 밤’ 행사에 참석한 알베르토 바르베라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 경쟁부문 출품작 중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미학적 측면에서 전작 <섬>과 크게 다르고 사회적 메시지도 강력한데, 이는 감독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크게 호평하기도 했다.
영화평론가 김소희씨는 “독창성과 상업성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김기덕은 브랜드 파워를 가졌다”며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면 한국 영화가 해외에 적극 알려지는 전기를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