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에 계약해놓고 지금와서 못팔겠다니 말이됩니까?”(목동 한신청구 33평형 계약자), “위약금 물면 될 것 아닙니까. 우리도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목동 한신청구 33평 집주인)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 목원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한신청구아파트 단지 인근의 한 중개업소에서는 한달 전 매매계약을 체결한 매입자와 매도자간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달 전 4억8000만원 수준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그사이 집값이 1억원 가까이 뛰자 집주인이 계약금의 2배인 2000만원을 줄테니 계약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도자, 위약금 물고 계약해지 잇따라=현지 ‘ㅅ’중개업소 대표 김모씨는 “한 두달 전에 매매계약 체결된 것이 ‘파토’가 난 것도 이번주에만 3건째”라며 “가뜩이나 매물이 없어 계약자체도 뜸한 판에 다된 계약도 이렇게 뒤집히기 일쑤니 이러다간 중개업소도 문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30분 가까이 이어지던 실랑이는 결국 집주인이 “오늘중 위약금 보낼테니 법대로 하자”며 중개업소를 박차고 나선뒤에야 끝이 났다.
양모씨는 “그동안 거주해 온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를 팔아 다음주에 비워주기로 했는데 이젠 공중에 ‘붕’ 뜬 신세가 됐다”며 “당장 집을 못구하면 우리는 더많은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 강남을 타깃으로 한 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목동 일대 집값과 매물품귀로 옮겨붙고 있다.
그동안 나왔던 매물이 회수되고 곳곳에서 이미 성사된 계약마저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갈곳을 잃은 계약자는 다른 곳에서 또다른 ‘계약해지’사태를 일으키는 등 강남에서 목동으로 옮겨붙은 ‘집값 파동’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뚜겅도 열지않은 정부의 강남 재건축 후속 규제 예고 여파가 ‘풍선효과’를 넘어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나비효과’ 수준의 집값 ‘폭풍’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목동주민들조차 ‘집값이 미쳐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목동일대 저층대표 단지인 목동 신시가지 1단지 주민 천은희씨(45·주부)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도 좋지만 한달사이에만 1억씩 오르다보니 남편이 열심히 일해서 갖다주는 월급봉투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한탄했다.
◇소형평형도 매물 없어=천씨의 말처럼 목동 일대 아파트 값은 강남지역의 집값 상승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천씨가 사는 목동 목동신시가지(1단지 저층)아파트 45평형의 경우, 올 2월들어 1억원이 상승한데 이어 이달들어서도 이미 1억원 수준의 가격 상승을 거듭해 최근 매매가는 15억원 수준, 호가는 16억원 안팎에 이를 정도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50평형과 개포동 4차 우성아파트 46평형이 15억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웬만한 강남의 대표아파트 가격 수준을 이미 넘어섰을 정도다.
삼성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목동의 유일한 단점은 강남이 아니라는 점이었지만 강남 재건축 추가규제가 검토되면서 규제영향은 적고 대지지분은 강남에 비해 넓어 오히려 강남보다 낫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중대형 평형에서 시작된 집값 폭등세가 이제는 소형평형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서는 1∼7단지에 비해 입지가 떨어지는 목동 14단지의 소형평형조차 매물품귀 현상이 이어지며 가격이 매주 2000만∼3000만원씩 오르고 있다. 이 단지 27평형의 호가는 6억7000만원선까지 나오면서 매매가격은 현재 6억원선에서, 20평형도 최근 3억4000만원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소형 평형이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1억원이 넘는 가격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대동공인중개사 대표 이동민씨는 “최근 외국어고 진학률이 가장 높은 1∼5위까지 목일중, 신목중, 월촌중 등 모두 양천구 목동 인근에 위치했다고 보도된 이후 소형평형에까지 학군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가 있는 5월까지는 정부가 어떤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이같은 매수세를 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