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살의 이춘옥 할머니(가명ㆍ충북 진천군)는 5년째 두 손녀를 기르고 있다. 방학 때 잠시 놀러 온 줄 알았던 아들이 아이들만 남기고 떠난 뒤에는 감감 무소식이기 때문이다. 농사일도 버거운데 두 손녀를 기르느라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말이 다가오지만 생계와 양육만도 버거운 할머니는 어린 손녀들에게 과자 사 먹일 형편도 되지 않았다.
그런 할머니 집에 ‘선재의 선물’이 전해진 건 지난해 12월30일. 아름다운동행이 적혀있는 박스에는 영양제, 목도리, 장갑이 담겨져 있었다. 손녀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고 건강해라’는 카드도 함께 있었다. 할머니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지만, 선물을 받은 두 손녀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이날 전달된 선물은 진천 보탑사가 아름다운동행과 함께 마련한 특별이벤트 ‘선재의 선물’이다. 가슴 훈훈한 선물은 진천군 관내 150명 조손가정 어린이를 비롯해 전국의 2000여 명의 어린이에게도 골고루 나눠졌다.
지역 조손가정의 어려움을 직접 접하고 지난해 선재의 선물 보내기 운동에 동참한 보탑사 주지 능현스님은 “부모들이 도시에서 실직하거나 이혼한 뒤 노인들만 사는 농촌에 아이들을 맡겨 지역에서 조손가정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서류상으로 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함께 있어 복지혜택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자승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이 올해도 연말연시를 맞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선재의 선물 보내기’ 운동을 실시한다.
아름다운동행이 진행하는 ‘선재의 선물’은 후원자들이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카드에 적고 도서와 방한용품 등을 담아 전국 저소득 가정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나눔 사업이다. 지난해 송암보육원, 선재동자원, 혜명보육원 등 불교복지시설 9곳에 선재의 선물 400상자를 전하는 등 총 2000개의 선물이 배달됐으며 약 6000여 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올해는 주니어김영사(이사 박숙정)가 캠페인에 동참해 일기장과 생각 노트 등 양질의 도서를 후원하기로 해 나눔 운동을 확산하고 있다.
캠페인은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아름다운 동행에서 영양제와 책이 담긴 선물박스를 지원하면 후원자가 방한용품을 더해 직접 포장해 전달하거나, 후원금 3만원을 기부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동참할 수 있다.
선재의 선물은 각 지역 사찰이나 단체에서 추천한 어린이와 지역아동센터, 보육시설, 공부방 등 불교복지시설에 보내진다. 박찬정 아름다운동행 사무국장은 “저소득 가정 어린이들의 경우 주위의 관심 부족으로 미래에 대한 꿈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라며 “어린이들이 꿈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한 손길이 모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