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광명문학 원고.
이상길
소래 포구에 가을꽃게가 들기 시작하면 추석이 가깝다. 옛날같은 만선의 오색깃발은 아니더라도
제법 흥겨운 음악을틀고 항구로 들어온다. 가을 망둥어 낚시의 미끼는 망둥어살점이 최고이다.
미끼 살필요없이 고동하나 깨어서 미끼로쓰고 한마리만 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동료의 살점이 최고의 미끼가된다.
밀물때면 물기시작하면 계속낚인 다. 이 많은 망둥어 비린내때문에 집에 가져갈수없어 다시 바다에 버린다.
일요일엔 잡아서 버리고 다시잡고.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이렇게 나의 가을이 시작된다.
_나 흑염소 한마리해줘.
_집에서 키운걸 어떻게 먹냐?
_돈주고 사서도 해주는데 있는것도 못해주냐?
아내의 성화에 얼떨결에 해주마고 약속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밭에서 농사 지을려면 얘기가 심심할까봐 새끼염소를 데려왔는데 서너달되니 금방커버려서 뿔에 받힐까봐 얘기와도 멀어져 염소 혼자있어. 친구하나 데려오니 얼마안돼 새끼를배고 쌍동이가 태어나 금방 네마리가되어버렸다.
겨울이되니 매일 퇴근시간에 밥주러 가는것도 귀찮았고 특히 물이 얼어버려 매일 물을 끓여야 했다.
누굴줄수도없고 팔수도없어서 그냥 키우는데 차라리 아내 보약이나 해주자고 해서 건강원에갔더니 고기로 가져오란다.
간신히 목감에 염소 잡는사람이있어 전화하니 아무때나 오라해서 갔더니 집에없어 한나절을 기다렸다'
원래살생이란게 잔인 하다지만 그 사람은 나에게 .이제 다시는 짐승을 못키우게 만들었다.
염소 목에 올가미를 만들어 나무가지에 걸어놓고 십여분이 지나니 발버둥이 멈췄다 새끼때 하도 어미 젖을찿아 손가락을 넣어주니 힘차게 빨았고 사람을 잘따라 귀여웠는데. 얼떨결에 넘겨줬지만 너무 안쓰러웠다.
며칠후 우리는 개수대에 한약비닐 봉지 백삼십개를 가위로 잘라 버려야했다. 찜찜해서 먹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실 가을엔 사람이 가슴이 넓어지는 계절이다.
사십 여년만에 수정을 다시 만났다.아득한 엣날이지만.그러나 영원히 잊히지않는 그래서 낙옆이지면 다시 가슴앓이를 시키던 수정이 지난 가을 내 앞에 다시나타났다. 첫마디가 어딜가나 중장비만 보이면 오빠가 생각났다며 배시시웃던 수정이 원망스럽고한편으론 연민도 느낀다.시골에서 큰 목장을 해보자며 희망에 젖어서 울던때가 어제같은데 손녀가생겨 사위집에서 지낸다고 했다.
수정아비한테 빰몇대맞고 바로 포기해버린 어리석음.이며. 포기해버린 고향생활이 모두 그 녀탓으로 생각되어 원망도 해봤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이루지못한.지키지못한 우리들의 사랑의 여운이엇다.
어찌 잊을까?약간 스산한 조밭에서의 가을밤을.플라타나스 낙옆을 밟으며 자리잡히면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반복하던 교정을. 떠나올때 떨어지는 은행잎 사이를 무정하게 질주하던 버스를.... 그리고 우리는 사십년의 시공을 건너 다시 만낫다.
그리고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것이다. 찬바람이 불어오고낙옆위에 서리가 내리고 그 위에 힌눈이 쌓여 한해가가고 세월이가도 우리는 만남을 이어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