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필하모닉 말러 5번 공연 후기 – 올해 내한한 최고의 탑티어 교향악단 빈필 !!!
사랑에 대한 갈망을 품은 말러 5번을
관능적인 현악부를 품은 빈필이 뿜어낸 사랑과 삶에의 의지를 확인하다 !!!
말러를 더 이해하기 위해 그의 가곡을 듣고
교향곡 5번을 무한반복 듣고 갔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빈필이 들려 준 말러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진정되지 않은 마음과 뜨거워진 몸을 식히며 집까지 오는 동안 생각을 정리해 보니
말러교향곡 5번은 사랑의 교향곡이었습니다
음반으로 들을 때까진 사랑도, 슬픔도, 회한도, 죽음의 공포도 겹겹이 오버랩되어 혼란스러웠는데 빈필의 말러를 들으면서 선명해졌습니다
아 말러는 가슴 속 깊이 숨겨 둔 사랑의 감정을 5번에서 터트렸구나 라고요
<1부> 는 미도리 협연의
Prokofiev Violin Concerto in D major No.1 Op.19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이었는데 언제적 미도리냐~ 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왔는데
결론은 언제적 미도리였습니다
프로코피에크 바협을 예습할 때 힐러리 한 연주로 많이 듣고 간 탓도 있지만
일단 빈필의 말러, 특히 빈필 현악부 연주를 듣고 더 정리가 되었습니다
미도리의 연주는 기계적인 테크닉이 돋보이는 연주지만
마음에 저절로 다가오는 감동의 폭은 적다는 것으로요
그리고 빈필급의 교향악단과 함께 하기에는 소리로나 아우라로나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어요
기대하고 있던 것은 말러 5번이니까 하면서 인터미션 때 자기위안을 합니다
넬손스가 등장을 하고 말러 교향곡 5번이 시작됩니다
I. Trauermarsch. In gemessenem Schritt.
(신중한 속도로, 엄격하게, 장례행렬처럼)
오늘 저는 1악장부터 5악장까지 다 좋았지만 특히 1악장에서 너무 감정이 북받쳐서 이미 빈필 말러의 늪으로 들어갑니다
트럼펫 팡파르로 시작해서 장송행진곡 선율로 이어지는 부분이 음반으로 들었을 때는 장중하고 밈팩트있게만 들렸는데 빈필의 1악장은 너무나 아름답고 서정적이라는 느낌이 곧 뇌를 자극하더니 현악부의 장송행진곡 주제선율은 관능적이면서도 온몸에 자극을 때려주는 듯 아름답습니다 사실 1악장은 실질적인 1악장인 2악장을 예비하는 악장의 성격인데 아주 1악장에서 이 교향곡이 가고자 하는 길을 다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이라고, 사랑이 결국 살 길이라고
이제 2악장으로 갑니다
II. Stürmisch bewegt, mit größter Vehemenz
.(폭풍 같이, 더 큰 격렬함을 가지고)
2악장부터는 지휘자 넬손스의 제왕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면모가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말러 특유의 불협화음적이고 복잡한 화성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지휘자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오케스트라 전체를 완전히 장악하면서도 곳곳에서 보여주는 위트있는 처리가, 특히 모든 악장의 클로징이 너무 특별했습니다 부드러운 종결은 부드러우나 엣지있게, 임팩트있는 종결은 여지없이 쌈박하게 말이죠
2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금관이 일제히 코랄 풍의 선율을 내지를 때도 전혀 어지럽지 않게 들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지휘자의 역량이 분명합니다
말러 교향고 5번은 1, 2악장을 묶어서 1부, 3악장 단독으로 2부, 4, 5악장을 3부로 보통 분류하는데요 그래서 제일 긴(그래서 지루할 수도 있는) 3악장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해졌습니다
III. Scherzo. Kräftig, nicht zu schnell
(스케르초. 활기 있게, 너무 빠르지 않게)
3악장은 시골풍의 거친 '랜틀러'와 도시 풍의 세련된 '왈츠'가 교대되는 스케르초 악장인데요 말러는 이 곡이 "우리는 삶의 한가운데서도 죽음 속에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고 하는데 저는 온통 삶에의 의지, 생명의 향연으로 들렸습니다. 왈츠의 선율이 쏟아질 때 넬손스의 슬쩍 보인 옆얼굴이 얼마나 예쁘게 보이는지 저도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제 4악장, 바로 유명한 아다지에토에 도달했어요
IV. Adagietto. Sehr langsam
(아다지에토. 매우 느리게)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오고 많이 익숙한 이 아다지에토는 정말 빈필의 현악부로 들어야 합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의 아다지에토는 비극적인 감성을 깔고 있지만 빈필의 아다지에토는 비극미보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생에의 의지를 담은 인생이야기 같았습니다
모든 현악부가 풀 사운드로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때 공연장 전체가 울림통이 되어 터져나오는 진동에 살갗이 데인 것처럼 뜨거워집니다
홀 안도 더웠고 빈필의 사운드가 너무나 감각적이어서 무척 덥다고 느껴질 때
이제 마지막 피날레 5악장이 시작됩니다
V. Rondo-Finale. Allegro
(론도-피날레, 알레그로)
2악장 말미에 잠시 등장했던 '코랄'풍의 선율이 다시 나오는데 이제는 더욱 더 승리에 차 있습니다. 이렇게 강렬하게 삶을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온통 환희와 열망이 가득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넬손스의 손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강력히 클로징 !!!!
아 이렇게 5악장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움, 사랑스러움, 관능, 감각적, 그리고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확실한 감동과 전율을 얻을 수도 있다니......
말러, 빈 필하모닉, 넬손스 모두에게 경의를,
그리고 음악이 저의 삶에 내어 준 감각적 통찰에 감사를
보냅니다
첫댓글 훌륭한 감상평 고맙습니다. 빈 필은 이곳 빈에서 17일부터 20일까지 4회의 공연을 한국과
일본 투어를 위해 했습니다. 악장이 두 명이나 함께 했군요, 넬손스가 의자를 사용한 것을 보니 건강이
걱정됩니다. 갑자기 강도 높은 다이어트를 하더니....
아마도 말씀하신 데로 세계 최상의 말러를 들려줬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말러에서 빈 필의 현파트는
rco도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바로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생생한 리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빈 필 단원들은 한국에만 가면 이상한 기운을 받고 온다고 합니다. 아마도 빈에서
거의 60세 이상의 청중을 보다가 우리나라의 젊음에 환호와 따뜻한 환대이지않나 생각됩니다.
넬손스는 어제 의자 사용하지는 않았고 매우 활기차고 오케스트라를 완벽히 장악한 제왕적 면모와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즐기는 면면을 다 보여주었습니다 현악파트의 소리가 너무나 관능적이어서 어제 실연의 감동이 배가된 것 같아요
1층 앞쪽에서는 기립박수도 많이들 치셨던 대단한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