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생일이든 남의 생일이든 그런 거엔 도무지 관심없이 살아왔다
자식들 생일도 정신차려서 축하해 준 기억이 별로 안 난다
참으로 무심한 엄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내생일이 다가오니 딸들이 다같이 모여서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했다 나를 위해서인지 모처럼 모인 그들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꺼이 허락을 했다
뭘 먹고 싶은지 얘기하라고 했으니 나는 평소 야채나 나물보다는 고기를 훨씬 좋아하다보니 고기를 먹겠다고 했다
음식에 대해서는 맛있는 것이나뭐나 관심도 없이 살아왔는데 왠지 나이가 들면서는 먹는데 관심이 가는 걸 느낀다
맛이 있네없네 따지기도 한다
참 별일이다
누가 어디서 뭘먹었더니 너무 맛있었다고 자랑하면 나도 그걸 맛보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참 괴이한 일도 다 있다
잘된 영화. 좋은 책. 훌륭한 음악이나 그림 등을 보고싶어지면 밥은 굶어도 꼭 보고야마는 내자존심은 다 어디로 가고 먹고싶은 음식이나 찾고 있는지 참 모를일이다^^
좀 이른 저녁시간에 예약을 해놓고 아이나 어른 다들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유일하게 돼지갈비다
그날따라 너무 맛있게 먹었고 돼지갈비가 그렇게 맛있다는걸 첨 알았다
그동안엔 맛이 없어도 고기니까 그냥 먹어둔 거였지싶다
맛있는 음식이 그리도 유별나게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걸
첨 알았다
맛있는 음식에 취하는 것도 책이나 영화 예술분야에 취하는거나 다름없다고 느꼈다
그런 걸 느끼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음식을 가장 잘하는 나라가 이탈리아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 나라는 모든 분야에 못하는 게 없는 나라다
음식도 예술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날따라 마련한 케잌도 유난히 맛있었다
딸이 넌즈시 건네준 봉투도 있었다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 막내 손녀가 빠알간 장미꽃 한송이를 주면서 피카소가 그린 것 같은 자기가 그린 그림 한장도 선물했다
막내손녀는 주일학교에도 잘 다닌다
언젠가는 할머니 귀에 대고 "할머니 나는요 죽을 때까지 교회에 다닐거예요" 했다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할머니 귀에 대고 했다는 건 순전히 하나님의 지시는 아니였을까? ^^
나는 스스로 놀라워했다
와.....
ㅇㅇ아.
할머니는 매일매일 생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손녀는 손뼉을 치면서 환하게 웃었다
행복이란
우리 집 화롯가에서 성장한다.
그것은 남의 집 뜰에서 따와서는 안 된다 고 누군가 말했다.
2024. 3.
글/r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