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남기셨네.”(2코린 5,19)
교회는 오늘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를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우리에게는 프란치스코 드 살이라고도 알려진 성인은 16세기 종교개혁 시기에 칼뱅파로 대표되는 개신교에 대항하여 가톨릭 교리를 수호하고 개신교도들의 회두를 위해 노력한 성인입니다. 1567년 프랑스 사브와 공국의 귀족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성인은 부모의 뜻에 따라 행정관이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합니다. 파리 소르본 대학에 이어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법학을 전공하여 24살의 약관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자, 법률가 상원의원의 제의를 받게 되지만 그 모든 제의를 뿌리치고 수도회에 입회하여 사제의 길을 가게 됩니다. 1593년 프랑스 앙시에서 사제품을 받고 그 다음해인 1594년부터 이탈리아 샤블레 지역에서 신심 깊은 설교를 통해 개신교 개혁주의자들인 칼뱅파들의 회심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1599년 제네바 교구의 부주교로 임명됩니다. 그 후, 주교가 되어 특별히 젊은이와 노인들 그리고 평신도들을 위한 교리교육에 매진하며 여러 저술을 남기는데, 그 가운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심생활입문>이 바로 성인의 작품입니다. 1622년 55세의 나이로 선종한 성인은 1655년 교황 알렉산델 7세에 의해 시성되고, 그 후 교황 비오 9세에 의해 교회의 학자로 선포되고 특별히 가톨릭 언론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됩니다.
이 같은 성인을 기억하는 오늘 미사 안에서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 메시아를 통해 새롭게 도래할 새 세상,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이야기합니다.
이번 주간 계속 읽고 있는 독서의 히브리서의 말씀은 영원한 대사제 멜키체덱의 뒤를 잇는 메시아 그리스도 예수님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부분으로서 오늘 말씀은 새로운 대사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새 계약이 맺어지게 되었음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보라, 그 날이 온다. 그 때에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집안과 새 계약을 맺으리라. 그것은 내가 그 조상들의 손을 잡고 이집트 땅에서 이끌고 나올 때에 그들과 맺었던 계약과는 다르다. 그들이 내 계약을 지키지 않아 나도 그들을 돌보지 않았다. 그 시대가 지난 뒤에 내가 이스라엘 집안과 맺어 줄 계약을 이러하다. 나는 그들의 생각 속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리라.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히브 8,8ㄴ-10)
하느님께서 새로운 대사제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우리와 맺으실 새 계약은 옛 계약과는 다른 것으로서 하느님은 그 다름을 바로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곧, 우리 마음 속 생각에 당신의 법을 넣어주시고, 우리 마음에 그 법을 아로 새기듯 새겨주신다고 말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마음 안에 한자 한자 새겨진 하느님의 법이 우리와 하느님 사이에 맺어진 새로운 계약임을 오늘 히브리서의 말씀은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이 우리 마음 안에 새겨준 새로운 법,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새 계약의 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오늘 복음 말씀 안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제 복음 말씀에 이어지는 부분으로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협조자들을 불러 그들을 사도라 칭하고 그들에게 복음 선포의 사명과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주십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사도가 된 12제자의 이름과 출신을 설명하는데,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그들의 출신성분이 우선 너무 다양하며 그들 각각의 모습이 공통되며 일치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어부 출신부터 정치적 열혈당원에 심지어 예수님을 팔아넘길 사람까지도 그 제자의 명단에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사이 시끌시끌한 블랙리스트도 아니고 예수님의 사도, 예수님의 최측근 중의 최측근의 명단이라고 하기엔 너무 보잘 것 없고 하찮기 이를 데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도대체 이들을 데리고 무엇을 어떻게 할 생각이셨던 것일까? 오늘 화답송의 시편의 말씀이 예수님의 마음을 이해토록 이끌어 줍니다. 오늘 화답송의 시편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리라. 진실이 땅에서 돋아나고, 정의가 하늘에서 굽어보리라.”(시편 85(84),11-12)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는 곳,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어 진실이 땅에서 돋아나고 정의가 하늘에서 굽어보는 곳은 소위 잘나가고 똑똑하고 명성과 위세를 떨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잘남을 드러내는 곳이 아닌, 소위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으며 내세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회 내 소외된 이들, 하느님 없이는 아무 것도 없어 오직 하느님 그 분만을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가난한 이들이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는 그 간절한 믿음으로 하느님만을 바라보는 그 곳입니다. 오늘 영성체송의 시편의 말씀처럼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만을 그리워하는 이들, 생명의 하느님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그들이 모인 곳, 바로 그 곳에서 하느님 그들의 간절한 마음에 당신의 사랑의 법, 곧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모든 이들이 한데 모여 하느님이 주시는 정의와 평화로 누구 하나 차별받지 않고 모든 이가 하나 되어 사랑을 나누는 곳, 거짓이 아닌 진실이 땅에서 돋아나고, 불의가 아닌 정의가 하늘에서 굽어보는 곳, 바로 그 곳이 하느님이 이루시려는 하느님의 나라, 새 하늘과 새 땅이며 그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위해 예수님은 우리 곁으로 오신 새로운 대사제, 영원한 사제 멜키체덱의 뒤를 잇는 영원한 대사제이십니다. 새로운 대사제 예수님이 보여주시는 모든 말과 행동은 바로 하느님이 우리와 맺으시려는 새로운 계약의 규정들이며 바로 그 새 계약의 규정이 예수님이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사랑의 규정, 사랑의 계약입니다. 오늘 복음환호송은 바로 그 사랑의 계약의 내용을 우리에게 전달해줍니다. 예수님이 일러주시는 사랑의 계약, 곧 하느님의 화해의 말씀을 여러분 마음에 새기고 그 말씀에 따라 우리의 모든 말과 행동과 생각이 예수님이 보여주시는 사랑의 모습을 닮아가게 되기를 그리하여 우리 안에서 하느님과의 온전한 화해가 이루어져 하느님과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리시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하느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남기셨네.”(2코린 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