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마산시 곳곳에 설치된 육교가 논란의 대상이다.
대부분 1990년대에 설치한 육교는 장애인·노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나 경사로가 없어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주변에 건널목이 생겨 기능을 상실했거나 도시 미관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에 육교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활발히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다.
◇애물단지 육교 = 대부분 육교는 차량소통 위주의 교통정책이 우선시 되던 1990년대에 차량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보행자가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설치했다.
개발이 한창 일어나던 시기에 육교를 많이 건설하는 일이야말로 교통사고를 줄이는 지름길이었고 원활한 차량 흐름을 가능하게 해 경제활동에 도움을 주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보행자가 육교를 오르내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창신고 정문 앞에 있는 육교(이하 봉암육교)는 1990년에 설치했다. 왕복 8차로 도로에 설치한 봉암육교 규모는 연장 39.3m, 폭 3m, 통과 높이 5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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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마산시 곳곳에 설치된 육교를 두고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으나 비용 등의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앞 육교. /김구연 기자 |
하지만 육교를 오르내릴 때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나 경사로는 없어 노인·장애인은 물론 대다수 주민이 육교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보행 구간에 합성고무를 깔았다곤 하나 그마저도 겨울철이면 빙판으로 변해 미끄러져 다치기 십상이다.
곳곳은 녹슬고 페인트칠이 벗겨졌다. 가뜩이나 좁은 인도에는 시내버스 정류장, 자전거 도로 외에 육교 계단까지 있어 통행에도 불편을 끼친다. 여기에 육교 주변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이 기승을 부리다 보니 이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다. 특히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이 육교 계단에 가로막힌 시야를 확보하고자 도로까지 나가 버스를 기다리거나, 승·하차 하는 일도 잦아 교통사고 위험도 크다.
창원시의회 이상인 의원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육교를 설치했다곤 하나 편의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봉암동 일대는 노령 인구가 많아 육교 개선은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부는 주민에게 의견을 물어 육교 개선 혹은 철거와 관련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마산합포구 월영동 월영광장에서 통영·거제로 연결되는 밤밭고개로 입구에 설치한 육교(이하 월영육교)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하고도 여전히 방치돼 있다.
마산합포구는 지난 2012년 월영육교 주변에서 무단횡단이 많다는 민원에 담당 경찰서 심의를 얻고 육교 주변에 건널목을 설치했다. 이에 월영광장에서 경남대로 향하거나 해안도로 방면으로 향하는 시민은 힘들게 계단을 오르내리며 육교를 건널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이후로도 육교는 2년 넘게 철거가 안 되고 있다.
이옥선 의원은 "육교 철거가 월영광장 조성사업과 맞물려 있다 보니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며 "무용지물로 변하고 도시 미관만 해치는 육교 철거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옛 마산시에는 모두 육교 28개가 있다. 이 중 16개는 마산회원구에, 12개는 마산합포구에 있다. 진해구에 6개, 성산구에 2개, 의창구에 단 한 군데도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육교 철거 주장이 마산지역에서 유독 활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봉암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상대적으로 일찍 발전한 옛 마산시에 육교가 많다"며 "이제는 보행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하나씩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철거 비용 많고 안전대책 미흡 = 주민 바람대로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많은 후보가 육교 철거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철거가 마냥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육교 철거와 관련한 문제점은 철거로 무단횡단 등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육교를 철거한다 해도 건널목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의 보행대책을 마련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도로법상 보행자 횡단시설 간 거리가 200m 이상 되어야 한다는 점도 이 같은 어려움을 키우는 요인이다.
철거 비용도 만만찮다. 육교 1곳을 철거하려면 평균 1억~2억 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유지·보수 비용을 감안한다면 철거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으나 관내 육교 대부분이 안전등급 'B등급(보조부재에 경미한 결함이 발생하였으나 기능 발휘에는 지장이 없으며 내구성 증진을 위하여 일부 보수가 필요한 상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철거로 큰 이득을 기대하긴 어렵다.
노인·장애인 이동권을 확보하려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육교 승강기 설치는 1대당 1억 5000만 원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마저도 대다수 육교는 승강기 설치에 필요한 공간조차 없는 상태다.
창원시 관계자는 "대부분 육교가 오래전에 설치되다 보니 이용자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며 "그렇다고 차량 흐름·안전대책 등을 무시하고 무작정 철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기적으로 관내 육교 시설물 상태를 점검하고 등급을 매기는 등 이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상인 의원은 "애초 육교는 보행자와 운전자를 분리해 육교는 보행자가, 차도는 차량통행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설치했다"며 "하지만 무단횡단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이 신뢰는 점차 깨지고 있다. 보행자 중심이 아닌 현 교통체계를 육교를 통해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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