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메세지가 번쩍번쩍 거립니다.
' 스승의 날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학교를 하루 쉴 수 있게되었네요. 즐겁게 보내세요. 그리고 선물받으세요(선물이모티콘) 낼 뵈요. **올림'
"스승의 날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에게 공부 잘 가르쳐 주세요. 즐겁게 보내세요. **올림"
오늘이 스승의 날이지만, 학교장 재량 휴업일이라 쉬었습니다.
목소리 안 나오는 저에겐 잘 된 일이었지요.
그래도 기분은 씁쓸하더군요.
일명 부촌 근처 학교라 '촌지'에 대한 강박관념이 어머니가 학교에 오낟면 화들짝 놀라며
'그냥 전화로 말씀하세요. 바쁘신데...'
그리고 아이가 가져온 현장체험학습보고서사이에 끼인 상품권에 놀라고
그러다 보니 그냥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긴 합니다.
과연 내가 '스승'이란 이름을 받을 자격이 되는가...
전 어제 아이들이 미리 스승의 날 행사를 하던 자리에
찬 물 끼얹듯이 그랬습니다.
'난 스승이 아니다. 단지 너희들 보다 조금 먼저 이 세상에 태어나 너희들 보다 조금 먼저
배운 지식을 다시 너희들에게 나눠 주는 사람이지...스승은 아니다. 하지만, 날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건 고맙다. "
아이들 너무 싫어했겟죠? 이 참에 좀 놀아야하는데....ㅋㅋ
아침부터 교실에 풍선을 달고 풍선으로 길을 만들고
카네이션을 가득 꽂은 바구니..거기다 한 명식 장미를 들고 빈 자리에 꼽기로 햇다는 36종이의 장미
작고 큰 선물들...(이 선물들도 고가이면 돌려줘야지하는 생각에 스트레스였어요.)
그래도 제가 젤로 맘에 든 건
직접 가서 비즈를 고르고 그 비즈로 핸드폰 고리를 만든 거구요.
또 다른 하나는 저를 똑같이 그린 그림에다 저를 위해 지은 시랍니다.
자랑해도 되요? 절 많이 과장해서 쓴 것 같지만...
우리우리
선생님
뚱뚱하다
놀림받아도
웃음으로 넘기는
그런 선생님
친구가 떠들고
장난을 쳐도
이해해 주시고
잘 타일러 주시는
우리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있어
우리 선생님이 있어
나와 친구들은 기분이 좋아.
이 시 읽고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보라는 귀여운 멘트가지 남겼어요.
스승의 날이 되면 매스컴에서 교사, 촌지, 휴업일, 스승의 날을 연말로 옮기기 등
여러가지 말들도 교사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이런 재량휴업일로 바뀐 스승의 날을 가장 슬퍼하는 사람들이
교사들이라는 말로 끝맺음을 하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촌지에 연류된 교사들을 비난하는라
스승의 날이 무슨 교사들 벌 서는 날 같더니....
오늘 아침 이 아이들의 솔직하면서도 그 와중에 날 생각해 준 것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용은 서툴고 스승의 날이라 놀게 되서 더 좋은 아이들이지만
날 위해 축하 해주는 이 아이들....
좋아해줘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오늘 저녁 행복하게 보내세요.
첫댓글 문득 학창시절에 스승의 날 선물 고른다고 며칠동안 고민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정말 고마워서 정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그랬던 동심... 예쁜 편지지 조그마한 엽서 등...
학교에 학생이 없으면 학교가 조용하다.
아직 찾아 뵐 스승이 있다는건 참 행복한일 같습니다...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을 뵙고나면 꼭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거든요 ㅎㅎㅎ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다.ㅎㅎ.
오피숨샘~~카랜~제스승인디... 찾아뵙지도 못한 배응망덕....해즐럿입니다.... 감사합니다...
오우~~~` 해즐럿님. 제가 무슨... 말도 안되요!! ㅋㅋㅋㅋㅋ
뿌듯했겠어요...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