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빈센트의원에서 일하시는 글라라수녀님의 글을 올립니다.
이곳 안산 빈센트 의원은 보호받을 수 없는 미자격 외국인 체류자와 의료보호도 해당되지 않는 이들을 위한 자선병원으로 2004년에 개원하여 20년이 흘렀습니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소복히 환자 기록지가 담겨 있습니다.
뒤돌아 보면 이곳 의원에 발자국을 남긴 수많은 이들, 이들에게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시간들을 우리는 사랑합니다.
빈센트의원에서 만나는 환우들의 눈 속에는 깊은 우물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깊은 우물 속에는 솟아오르는 알 수 없는 신비의 기운과 아련한 아픔을 품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돌아갈 시간과 길을 찾지 못하고 순례의 무리 중에서도 열외가 되어 길을 헤매는 나그네들입니다. 이곳에서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어서 그들은 나그네이지만 여기서는 주인입니다.
빈센트성인이 그러하셨듯이 이곳에 봉사하시는 의사선생님들 그리고 진료에 도움을 주는 여러 형태의 봉사자분들이 이 병원을 움직이게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무례한 모습의 환자예수님으로, 귀찮게 울어대는 대책없는 나그네예수님의 모습으로 그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들과 함께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은 바뀌었지만 이제 빈센트의원은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굳굳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가난하고 병든 이들이 우리의 주님이심을 알고 일상을 살아갈 것입니다.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글라라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