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16세가 레퍼블릭 광장 단두대에서 처형되기 몇 년 전,
그는 자신이 프랑스 왕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그러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단두대 앞에 섰을 때 그는 프랑스 국민 한 사람은 커녕
개 한 마리조차 자기 말을 듣는 사람이 없음에 그 왕권이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것을 감지하기는 했을까?
나는 가끔 허리가 아팠는데 아파서 걷기 힘들면 걷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에 접한곤 한다.
하얀 쌀밥이 밥상에 올라온 어느 날 이 하얀 밥이 하나님 은혜에 다름 아니고,
비오다 개인 저 하늘의 화창함과 맑은 공기가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을 또 확인한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내 어머니께서 인지력에 손상이 보이기 시작하던 시기 물으신 내용을 되물으시고,
사람을 하나씩 몰라보시기 시작하다가 자기 친동생들까지 알아보지 못하시는 지경이 되셨었다.
자신의 여 동생, 그러니까 내게는 이모님 되시는 분이 한국에 오셔서 어머니와 상봉하시는 순간
"누구지?" 하는 표정에 이모님은 큰 상처를 받으셨었다.
언젠가 자신의 기력과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고뇌 어린 표정으로
"이제 자꾸 기억을 잃어가!" 하시는 말씀은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자상을 내 마음에 내었다.
내가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더더욱.
사람이라고 하는 것, 당신은 그게 당신 본유의 정체라고 생각하지 말라.
생각할 줄 안다는 것, 당신은 그게 당신의 당연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기억한다는 것, 당신은 그게 특별할 게 없는 당신의 기능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몸을 움직인다는 것, 당신은 그게 당신 본래의 작동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사랑스런 식구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 당신은 그게 당신의 솜씨라고 생각하지 말라.
하늘의 빗방울과 하얀 눈송이를 맞는 것, 당신은 그게 하늘이 당신에게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식탁 위에 하얀 쌀밥을 대하는 것, 당신은 그게 돈을 주고 농산물을 사온 당신의 권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놀라지 않는다. 감사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다.
존재도 생각도 기억도 몸 동작도 생활도 당신이 발휘하는 능력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이 발휘하기는 하지만 당신에게 주신 은혜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뿐이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으며 상품이 아니다.
나 자신도, 내 정신도, 내 인생도, 내 가족도, 내 일상도, 내 환경도, 해달별도, 사계절도
은혜다. 선물이다. 기적이다.
하늘에 먹구름이 차고 지상을 휩쓸고 지나가는 폭풍우가 일어날 때
인간은 화창한 하늘 맑은 대기가 당연한 것이 아니었으며,
우리의 몸이 늙고 쇠약해가며 내 사랑하는 식구들이 하나씩 내 곁을 떠날 때
이 세상에서 내가 받은 사랑이 우연히 다가온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생각하지 않는 것, 위를 쳐다보지 않는 것은 범죄다.
그만큼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를 무시하면서 당연의 논리에 매몰되어 있고,
당연의 논리로 사는 만큼 교만한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사람은 영원히 결정적인 결론에 마주서야 한다.
"우리의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 원래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은혜에 의해서 사는 것이다." "모든 것은 은혜다."
"그리고 이 모든 은혜의 꼭대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가 있다."
2024. 5. 11
이 호 혁
첫댓글 은혜의 글 감사합니다.
은혜로 서 있는 매일 되게 하소서!
주님의 은혜에 매 순간 감사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