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226 --- 눈 가리고 아웅 한다
내가 보지 않으니까 남도 보지 않는다고 여기거나 내가 보지 못하니까 남도 보지 못하는 줄 아는 것은 아닌지. 나는 나이고 그들은 그들임을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간다. 어떻게든 비를 덜 맞으려고 바람을 피해 우산의 방향이 다소 달라진다. 우산은 위쪽이 가려져 하늘이 일부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이 가려지고 앞에서 오는 우산과 부딪치기 십상이다. 큰 나무가 우뚝 서있다. 그 나무 밑에 들어가면 마치 하늘을 가리고 있는 모양새다. 고작 나무 밑 정도인데 모든 하늘을 가린 것 같다. 정말로 나무가 하늘을 가린 것이 아니고 잠시 내 눈의 시계를 가린 것일 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는데 겨우 내 눈이나 제대로 가렸을까. 다른 사람의 눈까지 가린 것이 아니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한다. 혼자 어울리지 않는 재롱을 부린다고 하는 것이 낫지 싶다. 내 손이 하늘을 가려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 눈만을 가렸을 뿐이다. 그 얼마나 허황되고 엉터리 같은 이야기인가 싶다. 하늘이야 여전히 다를 바가 없다. 여북하면 눈 감고도 본다고 하지를 않던가. 내 눈을 가린다고 남의 눈을 가리고 마음까지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혼자는 충분할지 몰라도 남도 그러리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어쩌다 눈치를 보듯이 그런 척해주는 정도일 것이다.
눈은 그다지 자세히 보지 못하고 정확하지 않다. 보고도 제대로 분간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엇비슷하다거나 너무 비슷해서 긴가민가하다고 한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답답하리만치 아리송하다. 따라서 눈을 속이면 모든 것을 쉽게 피하면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여겨 범죄에 악용하기도 한다. 눈치 보며 눈속임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쓰고 도수를 높여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한다. 있을 수 없고 불가능한 일이다. 고작 자신의 마음이나 가리고 양심을 속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한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