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93]
조사부에서 가을 야유회를 북한산에 갔었다. 나는 술을 많이 먹으면 실수를 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적당한 시간에 떠나기로 방침을 정하고 느긋하게 술을 먹었다. 고기를 구워 먹고 난 후에, 식사로 냉면을 먹는데 갑자기 심한 재채기가 나왔다. 나는 갑자기 나오는 재채기를 도저히 제어하지 못하고 입속에 있던 냉면사리, 계란, 수육, 고춧가루 등 범벅이 된 음식물을 벼락같이 뿜어내었다. 그런데 오물은 마침 나의 바로 정면에 앉아있던 박사 연구원 Y 조사역의 얼굴에 화살같이 직격탄으로 꽃혔다. 그는 순식간에 오물세례를 받고 눈을 뜨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이를 옆에서 보던 P 부장이 배를 잡고 웃어 댔다. 본의 아니게 우발적으로 터져 나온 재채기였지만 마침 다른 사람 논문을 베꼈다고 전임 부장에게 나를 고발한 바 있는 Y 조사역에게 갈 줄이야...!. 나는 Y 차장대우 조사역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고 난 뒤에 택시를 잡고 집으로 와 버렸다. 그러나 나의 재채기가 Y 조사역에게 날아간 것은 지금도 매우 신통하게 느껴진다.
[에피소드194]
조사부 도서관에 있던 36권의 일본 대하 역사소설 “대망(한국어 번역판)”을 독파했다. 대망은 선친께서 40세 때 일본어 원전(“도쿠가와 이에야스”, 저자 :야마오카 소하치)을 읽고 감명을 받아 “역사소설은, 세계에서 일본인이 가장 잘 쓴다”고 하신 소설이었다. 저자 야마오카 소하치는 1907년생으로 일본 나카타 현에서 태어났으며 2차대전 중 가미카제 특공부대(자살폭탄비행공격)의 종군작가로 일한 바 있다. 그는 태평양 전쟁의 패배로 피폐해진 일본과 일본국민이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을 때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보여준 삶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인내”라고 할 수 있는데, 참으로 많은 공감을 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소설에 펼쳐지는 너무나 섬세한 인간 내면에 흐르는 심리상태의 절묘한 포착과 종횡무진으로 구사되는 저자의 천재적 상상력은 나를 충분히 매료시킬 만했다. 주인공 이에야스가 어릴 때부터 부딪치게 되는 고행의 삶에도 굴하지 않고 현실을 극복해가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는 독자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절망과 좌절에 빠진 현대인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인간에게 주어진 환경과 운명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인간은 본인의 노력으로 환경과 운명을 과연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것인가? 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또한, 같은 어려운 환경과 운명 속에서도 긍정적이고 통합의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타입의 인간이 있지만, 부정적이고 분열의 방향으로 왜곡되어 나가는 인간형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런 점을 보면 인간에게 던져지는 환경과 운명보다는, 삶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에야스는 죽기 전에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며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높은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는 것과 같다.” 라고 토로하였다.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똑같이 인생은 모두에게 부과된 힘든 과제이다. 그러나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하는 인생으로 마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신앙의 눈으로 바라볼 때 역사적으로 이에야스가 기독교인들을 무자비하게 박해한 사실은 그의 권력 쟁취의 성공스토리와는 별개로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첫댓글 와우!!
도꾸가와 이예야쓰..
저도 뚜렷하게 기억합니다.
덕천가강 이라고 하던데요..
제가 아들을 임신했을때 태교를 하느라 대망 대하소설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던지
27권 까지 읽고
아들을 출산 후에는
정신없이 육아에 바빠서
도중하차 했는데
정말로 최고 재미있게 읽은 대하소설이었어요..
그 유명한 대하소설을 샤론님도 읽으셨군요ㅡ역사소설은 일본이 세계 최고입니다.
ㅎㅎ 그 Y조사역의 얼굴에 날아간 직격탄,
으~~~ 좀 비위가 상하긴 해도 저도 통쾌합니다.
저는 일본 소설은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밖에는 못 읽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우리 나라 입장에서 볼 때는 적국의 장수이니 임진왜란의 원흉이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영웅이지요.
그가 죽기 전에 했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네요.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높은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는 것과 같다.
매우 공감합니다.
히데요시가 라이벌인 이에야스를 조선출병에 보내어 그를 제거하려 했는데 이에야스는 조선출병을 반대하고 국내에 남아 히데요시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조선출병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그가 정권을 잡자 조선과는 평화로운 외교관계를 원하고 사신을 교환했습니다. 소위 조선통신사외교였습니다. 그는 임진왜란으로 인한 국교단절에서 다시 화해를 통한 국교회복과 250년 에도막부 통치기간 동안 조선과 무역을 활성화 하는 등 좋은 선린관계를 유지한 기반을 만든 인물입니다ㅡ
오! 그렇군요!
저는 그저 임진왜란 당시의 적국 수장이니 다 같은 인물이라 여겼는데,
오늘 다저스님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네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런 인물이군요.
배움의 기쁨! 감사합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오다 노부나가.,이런 인물들이 조선 침략을 도모하는 장면이 나오기 시작하는 대목에서
흥미가 떨어지고
첫아이 출산이 다가와서
읽기를 멈추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샤론 . 히데요시가 죽고 난후에 그의 최측근 이시다 미쓰나리와 도꾸가와군의 세끼가하라 마지막 결전도 볼만하고 히데요시의 유일한 어린 외동아들 히데요리가 오사카성을 지키다가 불타죽는 전투장면은 대단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히데요시가 죽음을 앞두고 신하들과 영주 특히 이에야스에게 그의 외아들 히데요리를 부탁한다고 유언을 하자 그의 옆에 바로 배석해 있던 이에야스는 눈물을 흘리며 히데요리를 잘 보좌하겠다고 맹서했지만 그는 끝내 권력유지를 위해서 히데요리를 불태워 죽였습니다. 비정한 정치세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고 면종복배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에야스는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혹시 일어날 반란의 위협이 되는 기독교를 억압했는데, 그 중에도 다수인 하류층 기독교를 탄압하고 소수인 상류층은 내버려 뒀는데, 그 결과 현재 일본의 기독교는 그 수준이 한국에 비해서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 질적인 면에서는 수준이 굉장히 높고 고급화 되어 있다. 왜냐하면 기독교가 상류층에 의해서 발전한 까닭이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