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113]致中和天地
致中和天地位焉萬物育焉
이하 한국일보= [황영식의 세상만사] 새해의 '중용(中庸)' 다짐
주자에 따르면 ‘중용’의 중은
‘불편불의무과불급지명( 偏 倚無過 及之名)’ ,
즉 ‘치우치거나 기울지 않고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것’이고,
용은 ‘평상(平常)’, 즉 ‘평소 늘’이다.
인식과 언행 모두 늘 치우치거나 과불급이 없는
균형 상태를 유지하라고 가르치는 책이다.
한때 동양적 관념론의 정화(精華)라는 거리낌도 있었지만,
나이 들수록 개인과 사회를 향한 실천적 가르침에 눈이 끌린다.
첫 구절인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는
‘천명이 성(性)이고, 그에 잘 따르는 게 도(道)이며,
그것을 잘 닦는 게 교(敎)’라고 밝힌다.
인간 본성은 천명, 즉 하늘의 이치(=우주의 근본 원리)가
그대로 다운로드 된 것이니, 그 본성에 따르고,
그 본성이 녹슬지 않도록 닦고 가꾸라는 가르침이다.
다음 구절은
‘희로애락지미발위지중, 발이개중절위지화… 치중화천지위언만물육언
(喜怒哀 之未發謂之中 發而皆中節謂之和…致中和天地位焉萬物育焉)’이다
. ‘희로애락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은 것을 중이라고 하고,
드러나되 저마다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것을 화(=조화, 균형)라 한다.
중화에 이르러 천지가 제자리를 찾고, 만물이 제대로 큰다’.
실천적 자성이자 자기책임의 원리다.
개인의 정서적 안정과 조화가 천지자연의 균형과 생태계의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말은 언뜻 추상적 관념론 같다.
그러나 절제되지 못한 인간 욕망의 분출이
자연과 생태계 파괴를 부르고,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불완전ㆍ불균등 충족’이
개인의 불행과 사회적 갈등의 근본 불씨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정태적 중(中)은 평화로울지는 몰라도
사회 변화나 역사 발전과는 무관하다.
그래서 변화에 상응하되 파괴와 혼란으로 흐르지 않는,
동태적 화(和)가 필요하다.
이 중과 화를 끊임없이 오가며 어느 쪽도 내려놓지 않아야 한다.
‘중용’은 이어 고정된 균형점이 아니라
그때그때 최상의 균형점을 찾는 ‘시중(時中)’,
남이 보지 않고 혼자 있을 때도 중용을 잃지 않는 ‘신독(愼獨)’,
판단과 결정에서 늘 가운데를 잡는‘집중(執中)’,
‘중용’의 적용 범위를 넓혀 남들과 더불어 사는 ‘충서(忠恕)’,
어떤 상황에서나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자득(自得)’
등 실천 과제를 하나하나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