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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울퉁불퉁 거친 절벽과 기암괴석으로 가득한 난공불락의 화산섬이다. 해안도로는 고개의 연속이고, 높고 트인 장소는 어디든 최고의 전망대가 된다. 원시림과 짙푸른 바다는 공포와 매혹을 한데 숨긴 야누스다. 쾌속선으로도 3시간을 가야하고, 제때 갔다가 예정대로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예측불가의 날씨는 육지와의 사이에 ‘문턱’이 되어 매력마저 밀봉시킨 듯, 언제 봐도, 몇 번을 가도 질릴 줄을 모른다.
• 코스 : 저동 ∼ 내수전·석포 둘레길 ∼ 관음도 ∼ 천부 ∼ 현포 ∼ 태하 ∼ 남양 ∼ 사동 ∼ 도동 ∼ 저동
• 라이딩 거리 : 62㎞
봄이 완연히 느껴지는 4월, 울릉도를 찾았다. 울릉도는 이번으로 8번째 방문이지만, 찾을 때마다 변화무쌍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만난다. 날씨는 흐리지만, 다행히 파고는 높지 않아 강릉항에서 출발한 씨스타호는 안전하게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울릉도에 입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연중 맑은 날이 60일에 불과하고 동해의 파도가 거센 편이라 기상조건에 따라 결항이 잦기 때문이다. 짙은 해무가 끼거나 파도가 높으면 결항하기 때문에 애써 계획한 울릉도 여행은 낭패를 주기도 한다. 현재 울릉도로 가는 배편은 강릉, 묵호, 후포, 포항에서 있다. 여객선을 탈 때는 주민등록증 지참이 필수다.
2020년 울릉도 공항이 개항하면 한결 가기가 편해지겠지만 그때까지는 배편 밖에 방법이 없다.
단동형 vs 쌍동형 선박
변화무쌍한 바다를 가르고 울릉도에 가려면 믿을만한 선박이 필요하다. 선박에는 단동형과 쌍동형이 있는데, 쌍동형 선박의 특징은 4개의 추진기관과 빠른 속력이 장점이다. 울릉도를 운항하는 세 곳의 해운사 모두 쌍동형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이 화두가 된 요즘이다. 세월호는 단동형이었다. 쌍동형은 단동형에 비해 안정성이 좋고, 선체의 내부가 여러 구획으로 나뉘는 격벽구조로 되어 있고 수밀도가 높고 강도가 월등하여 선체의 일부가 침수되어도 다른 구획으로의 침수를 막아 선박이 침몰하지 않도록 설계된 안전지향의 선박이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도 쌍동형 여객선이 침수에 의한 침몰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고 한다.
파도가 잠잠해진 틈에 어렵게 입도할 수 있는 울릉도.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에메랄드빛 바다와 성인봉에서 흘러내린 여러 봉우리와 각양각색의 기암괴석,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고갯길이 나를 반겨준다. 도동항과 행남산책로를 돌아 저동항 촛대봉이 바라보이고 여객선은 속도를 줄여 저동항으로 서서히 입항한다. 보통은 도동과 저동에서 숙박을 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저동에서 내수전~석포로 이어지는 해안길을 따라 천부까지 가서 숙박할 계획이다.
강릉항에서 2시간50분이 걸리며, 저동항에 도착하면 거의 점심시간이다. 먼저 저동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출발하면 되겠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도로는 우측통행이기에 모든 섬들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야 해안선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사실 울릉도 일주도로는 하루면 충분하다. 나머지 내수전~섬목의 미개통 구간은 저동과 선창을 항시 운항하는 섬목페리호를 타고 돌아 나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릉도 일주도로만 돌고 나와서 울릉도를 다 보았다고 말할 순 없다. 울릉도엔 많은 명소와 전망대가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돌아보려면 최소한 이틀은 필요하다.
저동~선창 간 원시림 둘레길과 전망대 코스
이 코스는 내수전일출전망대, 내수전~석포간 둘레길, 석포독도전망대, 석포일출·일몰전망대, 관음도, 삼선암 등의 전망대와 관광명소가 집중되어 있는 구간이다.
저동항에서 북면 선창으로 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저동항에서 선창으로 항시 운항하는 섬목페리호를 타는 것이다. 둘째는 내수전 일출전망대로 올라가는 힘겨운 오르막을 올라 내수전~석포로 이어지는 둘레길로 가는 힘겨운 코스가 있다. 단, 섬목페리호는 승선비가 8000원이며 자전거는 별도의 요금을 받는다. 힘들게 갈 것인가, 쉽게 갈 것인가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저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 내수전일출전망대 입구까지는 잘 포장된 도로를 약 3.5㎞ 가야 한다. 내수전 버스정류장에서 전망대 입구까지 약 2.2㎞는 힘든 오르막 구간이다. 보통의 여행객들은 내수전일출전망대 입구까지 택시나 관광차량으로 와서 내수전~석포 간 둘레길 트레킹이나 내수전일출전망대를 오른다.
입구 주차장에서 20분 가량 걸어 올라가면 내수전일출전망대 정상이다. 전망대로 가는 길은 수많은 동백나무와 마가목으로 이뤄진 숲터널을 이룬다. 전망대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힘들게 올라온 고통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좌측으로 죽도와 관음도, 섬목의 해안이 보이고, 우측 아래로는 아름다운 저동항과 마을길이 아늑하다. 이곳은 동해의 일출과 저동항의 야경 명소로도 유명하다.
내수전일출전망대 입구에서 석포마을까지 3.4㎞의 둘레길은 울릉도 일주도로에서 유일하게 미개통 구간의 등산로이며, 매우 인기 있는 걷기 코스다. 입구에서 잘 포장된 내리막길을 500m쯤 달리면 오솔길로 접어든다. 울창한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숲길은 다양한 식생을 자랑한다.
이 코스는 크고 작은 계곡과 때로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며, 산세가 수려하고 자연경관이 뛰어나다. 숲길 중간에 있는 정매화계곡 쉼터를 지나면서 오르막 구간이 시작되고 이어서 동백나무로 가득한 숲길을 지나게 된다. 봄이 완연한 4월초 이곳의 동백꽃은 최고의 절정기를 맞는다. 수줍은 처녀처럼 한창 물먹은 꽃망울은 자신의 속살을 터트릴까 말까 주저하고, 이미 자신의 속살을 활짝 드러낸 꽃들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석포마을에 도착하면 좌측은 죽암, 우측은 선창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선창 방향으로 진입하면 안용복기념관과 석포독도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은 석포의 버스 종착점으로 죽도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곳 명칭이 석포독도전망대인걸 보면, 아마도 도동 망향봉에 있는 독도전망대처럼 독도가 보인다는 뜻일텐데, 웬만큼 맑은 날이 아니면 보기 어렵다.
석포독도전망대에서 1.2㎞ 내려가면 다시 갈림길이 나오며, 좌측이 보루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가파른 업힐을 조금 하면 능선이 나오고 이어서 석포일출·일몰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울릉도 북부의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죽암마을 앞에 외로이 떠 있는 딴바위와 천부마을 뒤로 우뚝 솟아오른 높이 430m의 송곳산이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관음도 ~ 현포항, 숨막히게 아름다운 비경의 해안도로
보루산 석포일출·일몰전망대에서 다시 굽이길을 내려가면 선창 해안가에 이른다. 선창은 내수전과 섬목 구간의 미개통 일주도로를 위해 저동항에서 섬목페리호가 왕복하는 선착장이다.
선창에서 우측으로 가면 섬목과 관음도 가는 길이다. 지금은 미개통 구간 공사를 위해 임시 폐쇄된 관선터널이 나오고, 그 옆으로는 관음도를 연결하는 보행연도교가 있다. 보행연도교를 건너려면 우선 엘리베이터를 타야한다. 엘리베이터 7층에 내려 목재데크 계단을 따라가면 다리를 건널 수 있다.
관음도 전체를 한 바퀴 산책할 수 있는 800여m의 탐방로를 따라가면 인기척에 놀란 새들이 여기저기서 날아오른다. 탐방로 사방에는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다. 오랜 시간 감춰져 왔던 관음도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일주하는 데는 40분 가량 소요된다.
섬목에서 현포항까지 이어지는 북쪽 해안도로 10.5㎞는 울릉도에서 가장 길고 평탄한 구간이다. 이곳 북면의 바닷가는 현포(玄圃)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울릉읍이나 서면의 바다보다 짙은 검푸른 색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북쪽 해안선 길은 관광 명소가 진주목걸이처럼 줄줄이 이어져 있다. 해안선에 있는 마을은 방문만 열면 검푸른 바다가 훤히 보이고, 좌우로 고개를 돌리면 한 폭의 그림 같은 동양화 풍경이 연출되는 신선의 세계다.
선창 바닷가의 삼선암, 죽암마을의 딴바위, 추산마을에 우뚝 솟아오른 송곳산, 바닷가의 코끼리바위 등 기암괴석과 기묘한 해상 바위들이 숨돌릴 틈 없는 절경을 연출한다.
현포에서 태하로 넘어가려면 현포령을 넘어야 한다. 고갯마루 직전에 있는 현포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현포항과 노인봉, 송곳산의 중첩풍경도 멋지다. 현포령 정상에는 풍력발전기 1기가 외롭게 서 있는데, 이곳은 북면과 서면의 경계지점이다.
나리분지의 원시림
나리분지는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화구가 함몰해서 형성된 화구원으로 송곳산, 미륵산, 성인봉, 천두산, 나리령에 에워싸여 있는, 울릉도 유일의 평지다. 나리분지는 천부 또는 추산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다.
동서길이 1.5㎞, 남북 2㎞의 나리분지에는 울릉도 재래의 너와집과 투막집 4개소가 도지정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울릉국화, 섬백리향 군락지와 용출소, 신령수 등도 있다.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울창한 원시림이 있어 자전거로 둘러 볼 수 있다.
천부에서 진입했다면, 분지를 둘러 본 후 관리사무소 방향으로 가면 추산으로 내려가는 임도가 나온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급경사의 지그재그길이 나오고 추산수력발전소를 지나게 된다. 송곳산 바로 아래에 자리한 성불사는 한번 가볼 일이다.
태하~저동, 환상의 해안도로
현포령 고갯마루에서 태하 방면은 지그재그를 이루는 환상적인 굽이길이다. 11굽이길을 돌아 내려가면 우측으로 태하항 가는 길이다. 태하마을은 성하신당과 황토굴, 태하등대로 올라가는 향목전망대가 유명하다.
태하등대 옆에 향목전망대가 있는데, 전망대로 가는 길은 3가지가 있다. 태하마을 뒷골목으로 올라가는 태하옛길과 모노레일 출발지 아래의 임도를 이용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관광 모노레일을 타고 쉽게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향목전망대 가는 길에는 50년 이상 되는 해송 숲과 동백 숲이 울창하게 숲터널을 이루고 있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태하등대 앞이 바로 향목전망대로 향나무 자생지로 알려진 가파른 절벽의 대풍감이 위용있게 바다와 마주하고 있다. 현포 해안을 바라보면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선계의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향목전망대를 울릉도 최고의 전망대로 꼽고 싶다.
태하에서 저동으로 가는 해안도로는 울릉도에서도 터널이 가장 많은 곳이다. 울릉도는 어느 방향에서 보거나 비경의 연속이다. 해수면까지 내려갔다가 산중턱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은 진을 빼지만, 이내 아름다운 경치에 그만 고통을 잊는다.
이 구간에서는 수층교의 태극도로가 가장 인상적이다. 뱀이 똬리를 튼 듯한 수층교는 왜 태극도로라 하는지 달릴 때는 알 수 없고, 위에서 보면 태극 모양을 하고 있다.
수층교를 지나면 사동항까지는 편안한 해안도로다. 이 구간은 성인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봉우리들이 솟구쳐 있고 해안가로는 여인의 치마폭 주름처럼 직각의 절벽으로 에워싸여 내내 절경이다. 그러나 태풍과 폭풍이 많은 울릉도 해변은 집채만한 파도가 방파제 구조물인 테트라포드를 집어 삼키고 산사태가 많이 나서 해마다 복구공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사태감 터널 위로 직각의 절벽에서 흘러내린 산사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환상적인 절벽의 해안도로를 따라 곰바위, 사자바위, 얼굴바위, 거북바위 등을 지나 가두봉등대를 이르면 서면과 울릉읍의 경계이다.
가도봉등대를 돌아 나오면 사동항이다. 사동항은 앞으로 비행장이 건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울릉도 지형상 딱히 비행장을 건설할 부지가 없으니, 결국은 사동항 앞바다를 메우는 방식으로 결정된 모양이다. 사동에서 그리 만만치 않은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면 울릉터널이다. 터널을 지나면 바로 도동항이다. 도동약수공원으로 가면 망향봉 독도전망대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케이블카를 내리면 좌측 산정과 아래쪽에 전망대가 있다. 두 곳의 전망대에서는 도동항과 시가지가 한 눈에 보인다. 행남등대로 가는 산책로도 아스라하다. 특히 이곳에서는 아주 쾌청한 날 92㎞ 거리에 있는 독도가 육안으로 보인다.
행남해안산책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산책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동항에서 행남등대를 경유해 저동의 촛대바위까지 변화무쌍한 비경이 이어진다. 기암절벽과 천연동굴의 결을 따라, 때로는 절벽과 절벽 사이를 잇는 무지개다리와 수직의 소라계단이 환상적이다.
먼 뱃길을 밝혀주는 행남등대는 저동항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다. 등대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멋지지만, 행남등대에서 저동항 촛대바위에 이르는 산책로가 절경이다. 행남해안산책로 외에도 산쪽으로 행남옛길이 있어 트래킹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울릉군청에서 시작되어 행남등대와 저동으로 이어지는 행남옛길은 울릉도 식물생태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코스로, 주민들은 중국의 장가계를 보는 듯 하다고 말한다.
저동항에 들어서면 봉래폭포를 보는 것으로 라이딩은 마무리가 된다. 저동항에서 마을길 상부에 위치한 봉래폭포까지는 2.8㎞이며, 오르는 길에는 시원한 자연 바람이 나오는 풍혈과 삼나무 숲으로 우거진 삼림욕장이 있다. 원시림 사이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3단의 봉래폭포는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쾌감을 느낀다.
울릉도 해상관광
울릉도에서의 해상관광은 독도유람선, 죽도유람선 그리고 울릉도 섬 전체를 한바퀴 도는 섬일주 유람선이 있다. 울릉도 일주도로를 자전거로 한 바퀴 다 돌아보았다면 섬일주 유람선을 추천하고 싶다. 이 유람선은 도동항에서 출발해 시계방향으로 운항한다. 운임은 2만5000원으로 하루에 두 번 운항한다.
이번에는 바다에서 자전거로 일주도로를 달렸던 궤적을 훑어 볼 수 있으며, 자전거로 달렸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받게 된다. 유람선은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을 출발해 가두봉 등대를 거처 거북바위, 사자암, 대풍감, 송곳봉과 공암, 삼선암, 촛대바위 등 울릉도의 해상 절경들을 1시간50분대에 일주한다. 배가 출발하는 동시에 갈매기 떼가 끝까지 따라 붙는다.
울릉도행 배편
강릉, 동해 묵호항, 울진 후포항, 포항에서 배가 운항한다. 계절에 따라 시간이 바뀌거나 날씨에 따라 출항여부가 변동되므로 운항일정이나 운항여부는 출발 전 각 해운사 홈페이지나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 강릉-울릉 : 씨스포빌(씨스타3호, 5호. 대인편도 6만500원) www.sspvjd.co.kr 1577-8665
● 묵호-울릉 : 씨스포빌(씨스타7호. 대인편도 5만5500원) www.sspvjd.co.kr 1644-9602
● 후포-울릉 : 제이에이치페리(씨플라워) www.jhferry.com 1644-9605(4월22일부터 운항)
● 포항-울릉 : 대저해운(썬플라워호. 대인편도 6만4500원) www.daezer.com 1899-8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