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를 위한 꿈은 진화한다
이기수 신부
주교님의 추천으로 독일 장애인 시설을 견학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견학은 제가 장애인 시설을 짓는 데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독일의 복지정책, 그중에서도 장애인 복지시스템이 유럽 연합의 최고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현지 주민을 통해서 그들만의 자신감을 듣게 되었습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른 아픔을 갖고 재건한 나라입니다. 그들이 겸손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전쟁으로 인한 책임감입니다. 특히, 장애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에 속죄하면서 보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주거지에서 한 시간 거리 안에 다양한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와 직업재활시설, 재활승마장, 다양한 거주시설 등이 골고루 지역 사회 안에 잘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전쟁 이후에 동서로 갈라진 민족을 하나로 엮어낸 독일의 사례 역시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남북이 분단된 우리도 언젠가는 북한의 복지를 끌어안고 투자해야 합니다. 그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크겠지만, 이는 이 땅의 장애인 복지 증진을 위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제가 독일을 다녀온 후 장애인 시설을 건립하는 데 있어 두 가지 점에 중점을 두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째는 자녀를 맡기는 순간 ‘우리 집보다 좋아’라고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선진국에 없는 것을 시도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둘 다섯 해누리’ 공동체입니다. ‘둘 다섯’은 예수님의 ‘오병이어’ 기적을 의미하는 것이고, ‘해누리’는 ‘온 세상에 아름답게 드러낸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시설 안에는 장애인 전용 영화관과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미로공원, 체육관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한때는 장애인재활승마장을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해 보기도 했습니다. 올해 말에는 사계절 운영하는 실내 수영장이 갖춰질 예정입니다. 장애인 복지를 위한 꿈은 계속 진화될 것입니다.
이기수(수원교구 둘다섯해누리 시설장,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