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4. 05;00
황산숲공원 건널목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명색이 10차선 도로이고 추석연휴 첫날인데 교차로
4군데 신호 대기차량이 한 대도 없다.
그냥 건너가도 사고는 없겠지만 2분 후 보행자
신호로 바뀔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며 호흡을
조절한다.
교통신호란 안전하게 통행할 우선순위를 정해주고,
또한 지키라고 있는 거니 대기차량이 있든 말든
지켜야 한다.
잠시 후 등뒤에서 달려온 자전거 한대가 신호를
위반하고 건너며, 때마침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승용차와 가까스로 충돌을 피한다.
나도 놀랐는데 당사자인 승용차 운전자와 자전거를
탄 사람 둘 다 얼마나 놀랐을까.
몇 달 전에도 택배 오토바이 운전자가 즉사를 했고,
자전거를 탄 사람에게 심정지가 와 119 구급대원이
출동을 했던 곳인데 말이다.
잠시 후 자동차 직진신호로 바뀌고 나는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하나 둘~정확히 5초 후에 보행자 신호가 터진다.
대부분 교차로에서는 차량 직진신호와 함께 보행자
신호가 동시에 터지는데 이곳만 5초 후에 바뀐다.
무슨 이유가 있을까,
따질 필요도 없이 그냥 지키면 되는데 그 5초를 참지
못하고 성급하게 건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요즘 자꾸 늘어나는 뱃살을 주체하지 못해 헬스장에
등록하고 주 3회 근력운동을 한다.
아직까지 기대효과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습관이라 나름대로 열심히 다닌다.
실내 자전거와 러닝머신을 빼고 다른 운동기구 이름은
모른다.
헬스장 사부(師傅)가 15회씩 5세트를 하고, 1세트가
끝날 때마다 2분 정도 호흡을 정리하고 다시 하라는데,
2분은커녕 5초도 기다리지 못하고 계속하였더니
왼팔 이두박근에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 칡꽃 >
06;00
황톳길은 어젯밤 내린 비로 뻘이 되었다.
황산 숲 둘레길을 두 번 돌고 96m 높이의 정상까지
두 번을 오르내렸다.
망월천 징검다리를 건너 언덕에 오르다 '기립성
어지럼증' 비슷하게 현기증이 나기에 가던 길 멈추고
4,7,8 복식호흡법으로 심호흡을 한다.
새벽이라도 26도가 넘는 온도에 심박수가 많이
올라가고 혈압이 떨어진 모양이다.
습도가 95% 이상되는 무더위는 나의 서맥(徐脈)
체질을 무너뜨리고 어지럽게 만들었다.
10초가 지나자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스마트
워치에서 잰 심박수도 평상시와 같아졌다.
내가 잠시 서서 쉬어도 세상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시간은 여전히 흘러간다.
세상살이에서 기다림은 매우 중요하다.
기다림이야말로 세상과 시간에서 이탈되지 않고,
기분 좋게 미래로 흘러가는 중요한 수단임을
알게 되는 아침이다.
2024. 9. 14.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