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많은 기나긴 역사를 더듬어 오시면서 슬픔의 날들을 안고 밟아 나오지 않으면 안 되었던 당신의 그 심정을 누가 알았사옵고, 당신의 그 사정을 누가 알았사오며, 당신의 그 소망을 누가 알았사옵니까?
홀로 아시는 그 마음, 홀로 가지신 그 사정, 홀로 품으신 그 심정과 그 뜻을 알지 못하는 인간들을 대하여,
그 소망과 사정과 심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하나의 자녀를 찾아 나오시기 위하여 수고하신 아버님이 얼마나 불쌍하신 분인지를,
저희들 이 시간 다시 한 번 느끼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그분은 남이 아니오라 저희들과 영원히 같이 살아야 할 아버지이시옵고,
그분은 수고하셔야 할 분이 아니오라 만우주를 창조하신 주인이심을 저희들이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의 아버지요, 저희 참다운 주인으로서 만우주 전체를 품으시고 사랑하셔야 할 그분이 그러한 역사적인 곡절을 남겼다는 사실을 통분히 여길 줄 아는 자녀들이 되어야 하겠사옵니다. 저희 선조의 한 번 실수가 이처럼 억천만세를 두고도 용납받을 수 없는 죄가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될 때,
눈물과 피땀을 다하여도 갚을 도리가 없사옵고, 생명을 천만 번 희생하더라도 갚을 도리가 없는 것을 이들이 깨닫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 당신을 안다고 할 자가 어디 있으며, 당신의 뜻을 세우겠다고 할 자가 어디 있으며,
당신을 위하여 생명을 각오하고 나갈 자가 어디 있사옵니까?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여기에 모인 저희들,
비록 불쌍하고 보잘것없는 무리들이오나 당신을 위하여 충성을 다짐하였고,
당신을 위하여 생명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무리들이오니,
지친 자들이 있사오면 힘을 더하여 주시옵고, 낙망한 자들이 있사오면 붙들어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저희들은 원수들의 농락에 많이 짓밟혔사옵고,
슬픈 과거 역사에 말할 수 없는 애달픈 사정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그 모든 한 많은 심정을 잃어버리는 자들이 되지 말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의 슬픔과 아버지의 한을 잃어버리는 저희들 되지 말게 허락해 주시옵소서.
이 죄악의 세상을 심판하실 때 기필코 아버님 앞에 영광을 돌려 드리는 승리자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당신의 자녀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오면서,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65.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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