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대와 나
친구 자살에 충격받고 군 입대하여
이등병 계급장 밖에 아무 것도 없던 그때
항만사령부 229 자동차 대대 운전병
나의 청춘은 시들어갔고
체육교사 구타하고 퇴학당하여
금정산 토굴에서 역기만 들던
온천장 깡패 중 제일 큰 덩치
종대의 청춘 역시 서글퍼 보였다.
우리는 기차가 오가던 전포동 좌판 골목에서
고래고기 한 점과 소주 몇 병 놓고,
'그가 나를 품에 안고 가만히 속삭일 때
나에게는 인생이 장밋빛으로 보이지요'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을 노래했고,
기차만 올라가면 손을 벌리지 않아도
그가 한 뭉치 두 뭉치 뭉치돈 걷던
해병대 부산진 驛派 헌병 되었을 땐
걸걸한 목소리 자갈치 아줌마 앞에서
'죄 없는 내 마음에 멍을 들이고 추억은 안개처럼 사라져 갔네
뒷골목 그늘에서 눈물 흘리며 검은 머리 쓰다듬는 여인이지만
태양이여 나에게도 비춰주소서'
문정숙의 '검은 머리'를 불렀다.
나중에 종대가 해운대 동백꽃 보다 고운
경남여고 출신의 옥이 씨한테 장가들어
아들 딸 잘 길러 시집 장가보내고
갑자기 저세상으로 떠나버려
문상객 떠난 밤 깊은 김해 영안실에서
옥이 씨와 둘이 새벽까지 앉아있었을 땐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냐'
언젠가 셋이 노래방에 가서 같이 불렀던
손인호의 '해운대 엘레지'가
가슴속에 흘러갔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종대와 나
김창현
추천 0
조회 95
26.04.13 05:50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