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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정기는 어디로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고교동기들이 합류를 한다. 오늘의 행선지는 남산으로 장충단공원으로 들어선다. 장충단공원과 남산을 오르노라면 언제나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 야 ~~~ 이 녀석아 이쪽으로 패스해 빨리 " " 슛 ~슈~웃 ~~~ 꼬오올 인~~" 중고교 동기들과 축구를 하며 신나게 뛰어 놀던 친구들이다. " 남산에 정기 뻗혀 장충단 위에 희망에 종이 우는 배움에 마을 정의에 길을 밝혀 민족의 등불 나날이 커나가는 대한의 동북 성실한 꽃송이 피고 또 피여 세계에 날리세 길이 빛내세 " 라는 교가가 떠오르곤 한다.
전국중고교축구대회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중고축구팀은 언제나 준결승 결승전에 오른다. 1957년부터 1962년까지 6년이 중고등학생 시절이다. 동북이라는 이름은 축구의 명문교로 자리를 잡은 때이다. 결승전의 상대팀으로는 H공고 JD고등이 기억에 남아있다. 결승전에는 전교생이 응원차 서울운동장 축구장으로 운집한다. 양손에는 손바닥 크기의 응원용 나무 딱딱이를 들고 있다. " 동북 ~동북~ 동북 ~ 화이팅 ~~~슈우웃 ~~~ 꼬~오~올 ~ 인 " " 야 ~~~ 이겼다 너희들은 상대가 안되는 개밥이다 " 축구심판의 휘슬이 울린다. 상대팀을 3 : 0으로 제압하는 순간이다. 옆쪽에서 응원을 하던 상대팀의 학생들과 부딫치는 순간도 온다. 응원용 나무딱딱이가 새까맣게 하늘을 나른다. 상대 학생들의 머리 위로 맹폭을 하는 모습도 진풍경이 아닌다. 서로 엉기고 주먹들이 난무하는 기막힌 풍경도 연출한다. 급기야 선생님들과 경찰이 출동하며 방패막이 역할로 끝맺음도 한다.
그 당시 동북중고(東北中高)라고 하면 항상 우승의 깃발을 높이 들곤한다. 서울운동장에서 밴드부의 우렁찬 교가와 응원가 행진곡에 발맞추어 장충동 본교까지 행진을 한다. 시민들의 박수 갈채도 터져 나온다.
" 임국찬 이이우 진태홍 이옥산 이상호 그리고 유흥선 골키퍼인 김태희 ~~~ "등 그 당시에 이름을 날리던 축구선수 몇명의 이름도 새롭고 보고싶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김태희는 사회에서도 수년간 교류가 있던 친구로 K은행의 차장 직함까지 가슴에 새꼈던 동기로 기억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꼐 하는 벗들이 1963년 졸업한 중고교동기들로 9회 졸업생들이다. 학교가 창립된지 10년도 되지 않는 초창기 학교이다. 교정에는 한쪽에 방공호로 사용하던 동굴이 몇개 자리하고 있다. 이것도 일제 식민지 시대의 잔재의 하나일 터이다. 어느 날에는 동굴 속에서 해골도 몇구가 발견된 사실도 있다.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있었는지 가름할 수도 없다. 학교 터전이 절이 있던 곳으로 한 마디로 절깐의 동북인 것이다.
일곱살배기 여린 유아기 소년이다. 충청도 두계 대전에서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때에 서울로 이사를 한다. 근처의 영희국민학교로 전학한다. 주거지는 현재 중부시장이 있는 곳이다. 나무 판자 조각으로 서너평 정도의 판잣집이다. 연탄 온돌방은 꿈의 천국이며 침대는 듣도 보도 못하고 몇장의 가마니가 전부이다. 여섯명의 가족이 몸을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집이다. 1년 반동안 무슨 과목을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지 생각도 없다. 책가방은 보자기가 전부이다. 부모님은 을지로5가 6가 근처 대로변에서 노점상이 고작이다. 하루 세끼 보리밥 한그릇이라도 배를 채우면 다행이다. 여름이면 수도물에 어름 한덩이와 수박 한쪽 당원을 넣고 커피색소도 추가한다. 공동수도에서 물을 사다가 사용하는 시절이다. 가로 세로 1m 정도의 나무 좌판기가 있다. 양담배로는 CAMEL SUN MALBORO 미제 껌 눈깔사탕 마른 오징어 몇마리가 전부이다. 국산 담배는 아리랑이라는 이름이 떠오른다. 껌도 담배도 낱개로도 팔고 있다. 학교가 끝나면 동생녀석과 오마니 가게(?)로 달려 나간다. 시원한 냉차가 기다리고 있다. 마른 오징어 뒤다리도 하나 슬쩍이다. 오마니는 언제나 환한 미소로 자식들을 품에 안아 주신다.
중학교 1차 입학시험은 경동중학교이다. 합격하겠다는 마음도 없다. 그저 시험을 치를 뿐이다. 당연히 낙방이다. 2차 시험으로는 광희중학교이다. 누님의 손을 잡고 다녀오지만 결과는 관심도 없다. 1차 2차 모두 실패의 쓴잔을 마신 것이다. 쓴지 단것인지 느낌도 없는 10대 초년의 초라한 모습일 것이 아닌가. 입학한 녀석들은 교복에다 교모를 쓰고 보란듯이다. 한달여가 지난 때이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동북중학교라는 곳으로 들어선다. 장남이라는 자식을 어떻게든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일념이 아니었을까. 입학시험도 없이 그대로 통과시킨다. 얼마 후에 알게된 것이다. 교장 교감 이사장 모두가 이북 출신이라는 것을. 중학교 2학년까지 공부에는 관심도 없다. 중학교 3학년이 되서야 정신을 차린다. 집 바로 뒤에 자그마한 동산에 오른다. 정월 대보름달을 보며 맹세를 한다. " 반드시 공부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1류 고등학교를 꼭 입학하게 돌봐주십시요 " 어린 마음에도 등록금도 면제받는 장학생의 다짐도 한다.
일류 고등학교인 S고등학교에 입학원서를 제출한다. KK고 SU고 KB고 YS고 네개의 고교 이외에는 입학원서도 낼 수가 없다. 아무리 이곳 중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이라고 해도 합격은 어림이 없다. 대한민국 그 당시에는 최고 명문고이자 선망의 대상이다. 학교 자체 방침이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을 동북이라는 절간 학교에 붙들어 놓는 방침이다. 어린 제자들의 앞날은 관심 밖의 망발이다. 이의 제기하는 부모들에게는 2류정도 고교에도 원서를 허락해 준다. 돌이켜 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행패가 아닌가. 할수 없이 다시 똥통인 동북고로 회귀할 밖에 방법이 없다. 그것도 장학생이라는 얄팍한 유혹으로 손을 내민 모양새이다.
졸업후 20여년이 흐른 어느날 가을이다. 그 당시 담임선생님 세분과 교감선생님도 초청한다. 졸업 20주년 기념 동기회 모임이다. 버스 한대에 몸을 싣고 남이섬으로 향한다. 축구시합도 하며 선생님들과 즐거운 쏘주 파티도 마다 않는다.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동기회 회장을 맡고 있을 때이다. " 여기 모신 선생님들께 한 마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난 날의 가고픈 고교 입시원서를 거부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낙방의 굴레를 뻔히 알면서도 초일류 고교에만 가라고 하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제자들의 창창한 앞날에 장막을 씌운 횡포가 아닙니까. " 조목 조목 따져 묻는다. 한마디로 선생으로서 여러 제자들에게 할 말이 없다. " 학교 방침을 거역키도 저항키도 어려운 시절이다. 부디 이해와 용서를 빈다 " 이런 한마디 말이라도 듣고 싶은 심정이다. 네분의 선생님들 그저 차창 밖만 바라보는 게 아닌가.
" 정남아 그날은 뭐라고 할말도 못했다. 미안하다. 선생들도 감히 반대의 표현도 못한 심정 이해 하면 어떠냐 " 며칠 후에 찾아온 고3학년 때 주임 선생님의 하소연이다. 그 이후로도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강동구 태평양약국을 가끔 찾곤 하신다. " 선생님 고맙습니다, 모두 잊어주세요," 점심식사를 소주 한잔 곁들여 대접을 하곤 한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하며 계실까. 아마도 벌써 저 멀고도 먼 나라로 떠나신지도 언제이던가. 스승님은 어쩔 수 없이 나의 은사가 아닌가. 소주잔을 기울릴 때면 생각나는 선생님이시다.
요즘은 코로나-19가 지구상을 휩쓸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국가들이 항공기의 이착률을 금지하여 외국인들의 입국을 차단키도 한다. 국민들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필수 4인 이하만이 한자리 모임 가능 음식점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영업시간도 단축이다. 청소년들도 백신접종을 권유하고 있다. 백화점 마트 학원 운동경기 결혼식 집회허가등도 인원제한과 백신접종패스도 적용하고 있다. 일상적인 사회생활 자체를 통제하여 국민들의 불만도 고조되는 현실이다. 자영업자 학부모들의 일부는 백신거부 접종패스 반대를 행정소송 헌법소원도 부르짖고 있다. 자신만의 이익과 편의만을 떠드는 인간들은 무엇이 중요한가. 생명이 중요한가. 몇푼의 장사 수입이 우선인가. 자신이나 자녀들이 감염으로 죽음의 문턱을 당해봐야 알것인가.
남산을 내려와 남대문을 거쳐 시청앞에 이른다. 일명 태극기부대가 확성기를 크게 틀고 계속 울부짖고 있다. " 빨갱이 문재인 감옥으로 " " 살인자 문재인 " " 박근혜는 청와대 복귀한다 " 라는 그들만의 아우성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국민들의 뜻이 담긴 헌법 최고기관의 판결이다. 전국적으로 붉게 물들인 국민들의 촛불혁명의 결과이기도 하다. " 그대들은 한국 국민인가 외계에서 출몰한 괴물인가. "
"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단속해왔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사람들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의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검찰과 특별조사에 응하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마저 거부한 피청구인이다.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이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
"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상은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판결 요지이다.
박씨는 2017년 10월부터 재판을 거부하며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이후에는 ‘궐석재판’이 진행된다. 지난 1월 대법원에서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으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35억원의 추징금이 확정된다. 2018년 11월에는 옛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총선 공천 개입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이 추가로 선고됐고,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수감 생활을 해야 하는 전체 형량이 22년에 달했다. 이런 극형을 받은 범죄자를 대통령 문재인은 2021년 12월 특별사면 복권을 시킨다. 범법에 대한 사과는 커녕 반드시 진실은 밝혀진다는 궤변 일색이다. 재판 출석도 거부하고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런 파렴치범을 형량이 18여년이 남은 시점에 사면복권이 타당한 것인가. 사면 복권은 법의 근간을 흔들고 무너뜨리는 범법자이다. 국민을 무시하고 군림하는 대통령이라는 자의 특별사면권을 박탈해야 할 것이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저격사건으로 18년간의 군사정권이 무너진다. 전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하늘을 찌른다. 전두환 노태우 두 수괴의 1979년 12 12 군사반란 및 1980년 5 17 내란 및 5 18 광주민주화 운동 유혈진압으로 민주화의 꿈은 사라진다. 1심에서는 전두환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 노태우는 당시 유기징역 최고형인 22년 6개월을 받는다. 2심에서는 전두환에 관한 형은 무기징역으로 감한다. 그리고 대법원은 전두환 노태우 및 다른 피의자들이 "반란수괴·반란모의참여·반란중요임무종사·불법진퇴·지휘관계엄지역수소이탈·상관살해·상관살해미수·초병살해·내란수괴·내란모의참여·내란중요임무종사·내란목적살인·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결 확정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날인 1997년 12월 20일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대통령 당선자와의 협의로 사면 복권되었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런 파렴치범들에 대한 특별 사면 복권이 타당한 것인가. 사면 복권은 법의 근간을 흔들고 무너뜨리는 범법자이다. 특별 사면 복권한 문재인은 박씨의 남은 형기를 대신하여 감옥에서 대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전씨와 노씨를 사면한 양김씨는 전관예우를 박탈함이 타당하다.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묘역을 그들의 고향산천인 거제도와 하의도로 이장을 해야겠다. 앞으로는 국민을 무시하고 군림하는 대통령이라는 자의 특별사면권을 박탈해야 할 것이다. 정치하는 자들의 모든 행동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인 생각뿐이다. 국민도 정의도 양심도 저버리기를 밥먹듯 하는 불량배와 다름아닌 깡패 집단이 아닐까.
종각역 근처의 중식당으로 들어선다. 답답한 마음을 한잔술로 달래며 " 남산에 ~ 정기 뻗혀 ~ 장충단 위에 ~ " 가사를 수없이 되새겨 본다. 대한민국 서울의 상징이기도 한 남산의 정기는 어디로 갔는가. 가슴에 가득 채운 정기(精氣)가 노기(怒氣)로 폭발하는 순간이다.
2021년 12월 11일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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