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무료함을 좋아 하지 않았다. 늘 새로운 환경과 미지의 세계를 좋아해서 텔레비젼 프로도 여행을 소개 하고 그나라의 독특한 음식 문화 하는 프로그램 시청을 좋아 했다. 반대로 나는 떠들썩함 보다는 조용하게 침잠 하면서 책을 읽거나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아내의 긴 간병으로 생활인의 모습 대신 하루 하루 운명에 나 자신을 맡기며 기쁨과 슬픔을 잊은체 주어진 하루를 보냈다. 그런 나에게 가끔 숨통을 틔워 주는 영훈 마저 없었다면 반평생을 우울증에 갖혀 지냈을 것이다. 영훈은 장난기가 많았다. 가끔 자신 동호회 여성 회원들과 합석 자리가 마련 되면 나를 돌싱으로 소개 관심을 받을때가 있었는데 나중 아내에게 들통 난 후 영훈에게 불통이 튀어 한동안 영훈을 만나지 못할때도 있었다. 최근에도 엉뚱하게 나를 소개팅에 밀어 넣기도 했는데 짧은 순간이지만 아내를 잠시 잊고 혼자만의 상상을 펼칠때면 아직 살아 있다는 생각에 슬며시 기분이 좋았다.
베이컨과 아보카도를 얹어 토스트를 구웠다. 거기에 유기농 치즈를 얹고 커피는 아내가 좋아 하는 사향 커피를 내려 마셨다. 안락 의자에 앉아 커피잔에 전해지는 뜨거움에 움찔 했다. 실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앞산을 내려다 보았다 넓은 거실 창으로 햇살이 내려 앉았다. 아내가 걸어 놓은 레코드에서 호두까기 인형에서 배음으로 연주 했던 곡이 흐른다. 호로록 커피를 음미 하다 내가 신문에 눈길을 보냈더니 오빠 우리 여행 갈까? 어디로 일본은 일주일 뒤에 떠날텐데 또 무슨ㅈ여행,또 어디를 가자는 거야? 나는 아내의 여행 계획에 심드렁 하게 대꾸했다. 있잖아 외국 말고 국내 국내 어디? 오빠도 알지 내 대학 동창 인희 그얘가 서울 생활 접고 안동으로 갔잖아 오늘 대학 동창 톡방을 봤는데 그곳도 나름 신선 할것 같아. 안동을 가자고 나는 급 피로감이 몰려왔다. 자동차 운전해서 안동을 가자는데 운전 할 생각하니 벌써 부터 두통이 몰려온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휠체어 통행이 그나마 괜찮지만 지방은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가는 것도 불편한 곳이 많다. 내 얼굴 표정을 살피던 아내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오빠 나와 여행 하는거 싫구나 싫다기 보다 일단 거리가 멀잖아 당신도 힘들거고 그날 저녁 영훈에게 반가운 카톡이 왔다. 동창 몇명이서 술자리를 마련 했는데 꼭 나오라는 당부의 말이 있었다. 나는 당장 오키 를 보냈다. 그리고 아내에게는 집을 빠져 나가기 위한 핑계를 생각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