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밝게 더 기쁘게
우와~ 벌써 연중 제28주일입니다. 연중시기는 34주일까지 있는 건 다들 알고 계시지요? 제가 왜 우와~ 라고 했을까요? 우아해서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시답잖은 아재 개그였습니다.
우와~ 너무 시간이 빨리가서 한탄스러운 표현입니다. 성당 마당에 벚나무는 벌써 낙엽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11월까지 더울 거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너무 빨리 추워집니다. 오늘 화답송에 나오는 시편구절처럼, 날 수 셀 줄 아는 슬기의 은총을 청하기도 전에 그냥 나는 듯 가버리는 것은 아닌지, 세월의 빠름에 경각심이 듭니다. 아무것도 못하고 가는 일이 없도록, 다음 주일 피정에 많은 분들이 신청하셔서 의미있는 신앙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화답송의 날수를 헤아리는 슬기는 1독서 지혜서의 말씀에 대한 답가입니다. 오늘 1독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내가 기도하자 나에게 예지가 주어지고 간청을 올리자 지혜의 영이 나에게 왔다.” 기도하지 않고서 예지, 즉 하느님의 뜻과 섭리를 내다볼 수 없고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청하지도 않고서 하느님의 은총인 지혜가 나에게 오길 바랄 수는 없습니다. 기도해야 하고 청해야 합니다. 목마르다고 해야 마실 물을 찾아 주실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시니 내가 청하기도 전에 아시기 때문에 알아서 해주신다는 태도는 교만과 게으름의 죄가 될 것입니다. 솔로몬은 왕이면서도 청합니다. 지혜를 달라고... 자기 백성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이고 당신 백성 이끄는 법을 알지 못하니 지혜를 달라고 하느님께 청합니다. 그래서 지혜를 받게 됩니다.
이 지혜는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것으로 제시됩니다. 재산, 보석, 금, 은, 건강, 미모, 빛...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고 중요시 하는 참 많은 것들이 견주어 나오지만 솔로몬은 오로지 지혜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건처럼 제시되는 현세적 가치들은 지혜가 이끌고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 지혜는 뭘까요...
오늘 복음에는 부자 청년이 나옵니다.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던 이 사람은 모든 계명을 잘 지키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호연지기도 있는 듯 합니다. 예수님 앞에 달려와 무릎을 꿇고 영원한 생명을 받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청할 줄도 아는 겸손함과 영적 가치관도 보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랑스럽게 바라보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그런 다음 나를 따라라 하고 말씀하시니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갑니다. 지혜는 어찌보면 나눔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느님 지혜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예수님께서 이 부자에게 “너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라고 말씀을 꺼내십니다. 나눔이 이 부자에게, 또는 부자가 되고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혜는 이 모든 것을 다 나누어 주고서라도 빈 몸으로 예수님을 따를 수 있는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청하지만 이 세상에서의 안락을 택하면서 예수님을 못 따르게 되는 아둔함이 우리에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 확실히 우리 안에서 발견되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그 가치는 확산되고,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게 되지만 영원한 생명이라는 지혜의 길이신 주님을 선택하는 데에 우리는 많이 갈등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내가 가난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에 얽매여 하늘의 보물을 택하지 못하고 진정 진리의 지혜를 담은 예수님을 따르지 못하는 부족함을 보이는 것이 “내”가 되지 않도록, 나눔과 따름의 지혜를 기도로 청하는 한주간 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영원한 생명이라는 지혜의 길이신 주님을 선택하도록... 아멘...
아버지.
우둔한 제가 늘 하늘의 보물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