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8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가슴 속을 맴도는 가을 바람 한 줄기를 불러내어 천천히 거닐어 보고 싶은 주말입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김대규 시인의 <가을의 노래>한 구절 불현듯 이 시가 떠오르는 것을 보니 이제 내 안의 가을도 한창 깊었나 봅니다. 이번 주말, 분주한 마음 내려놓고 바람처럼 가볍게, 바람처럼 자유롭게 가을 길 한번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아름다운 주말 되십시오 !
24.10.26.토.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나 보낸다
“주여!”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에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 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死者)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