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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원주에서도 얘기했습니다.
“지금 연구소에서 출발합니다!”
“어, 빨리 하네요?”
“차가 밀릴 것 같아서 좀 일찍 가려고요.”
“아, 네에~”
연구소에서 연락이 왔다. 휴가철이라서 아무래도 차가 밀릴 것 같아서 일찍 출발한다고 했다. 시간을 보니 정확히 11시 30분이었다. 다른 데는 몰라도 일산이나 노원 도봉 쪽에서 원주로 가려면 대게 외곽순환도로로 들어가서 의정부 IC를 타야한다. 어차피 차는 도봉구에서 가까운 곳을 지나게 돼있다. 그러니 원주 가는 차편에 동승하기 위해서 굳이 연구소로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도중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그래서 만나기로 한 장소는 수락산역이었다.
차가 보였다. 때는 12시 10분이었다. 미리 타고 있던 김광수 소장님과 남동호 대표님과 최광우 위원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럼 지금부터 달리기만 하면 되겠지.’하고 생각했다. 터널을 지나 훤하게 뚫린 도로로 접어들면 마구마구 달릴 수 있겠지. 앉아서 가는 동안에 눈을 부지런히 움직여서 바깥 풍경에나 신경 써야 되겠다. 그러다 보면 원주가 금방 나오겠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철썩 같이 믿고 있던 이 같은 나의 생각은 다소 안이한 생각이었다. 예측은 얼마 가지 않아서 철저히 빗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차창 너머로 국토 순례 길에 나선 젊은이들도, 웃기는 모습을 하고 있는 못난이 장승도 여유 있는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아빠 장승, 엄마 장승, 아기 장승이 저 이스터 섬의 석상처럼 거대하게 하얀 버드렁니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미음나루’라고 큼직하게 써 붙인 글씨를 타고 앉아 있는 아들 장승 모습을 보며 모두모두 영락없는 못난이 일가족이라고 남몰래 웃음을 지었다. ‘아, 덕분에 눈요기 한번 잘 하네!’하고 여유를 누리고 있었다.
이같이, 잠깐의 지체는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뜻하지 않게 차창 바깥의 특이한 풍경과도 만나게 해준다. 그 것은 마치 밋밋한 음식 맛에 짭짤 쏠쏠한 양념을 쳐 먹는 것 같은 뜻하지 않는 즐거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을 넘어서 차가 한없이 정체될 조짐을 보일 때 쯤은 서서히 조바심이 일어난다.
차가 밀리기 시작한 것은 의정부를 막 지났을 때 부터였다. 남양주시를 지나 하남시를 지나 제 2 중부고속도로를 찍고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서면 거칠 것 없이 달릴 줄만 알았던 원주행 길이었다. 그런데 남양주에서 부터 밀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신호체계상 차가 약간 지체하는 것은 애교로 봐주겠지만, 여름 하고도 본격적인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쏟아져 나온 차량행렬 때문에 그야말로 도로에 서있는 심정은 푹푹 찌는 열기와 함께 초조감 그 자체다.
“공부방 장소에 들어가려고 하니 수위실에서 잘 모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교육에 참석하러 왔다고 말하고 본관 104호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저 강릉에서 왔는데요. 정확한 장소를 좀 알려주세요.”
“원주 KT 리더십 아카데미라고 하는 곳입니다. 저희가 차가 밀려서 좀 늦을 것 같은데요. 분위기 좀 맞춰서 말씀들을
나누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잘 알다시피 토요일 혹은 평일 언제든 전국의 김광수 경제연구소 공부방 회원들은 시시때때로 정치경제현안들에 대해서 공부방을 열고 있다. 김광수 경제연구소 김광수 소장님은 7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31일에는 특히 원주에서 열리는 강원도 공부방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공부방 시간이 임박해지자 갑자기 문의 전화가 빈번하게 걸려오기 시작 했다. 걸려오는 전화에 대한 남 대표님의 응대도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답변하는 내용도 시시각각으로 달라지고 있었다. ‘조금 늦을 것 같다.’에서 ‘차가 길에 서있다시피 한다. ‘아무래도 4시는 돼야 도착할 것 같다.’로 변하고 다시 ‘우선 우리나라의 경제 현황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담소를 나누고 계시라.’라는 내용으로 바뀌어 갔다.
때마침 전화를 주고받던 중에 도로 사정에 밝은 한 회원한테서 6번 국도가 끝날 쯤 옆으로 빠져나와 자동차 전용도로라고 쓰여 진 곳을 찾아서 달리라는 말이 전해졌다.
이 소리를 듣자 “소 뒷걸음치다가, 뭣 잡은 격이네요.”하고 최광우 위원이 웃으며 말했다. 길이 많이 막히다 보니까 마침 자동차전용도로라는 이정표를 찾아서 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자동차 전용도로를 찾아 달리면 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으니 반가운 김에 안심이 되어서라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뭐, 도착 시간은 4시 30분이 지난 뒤였다. 넉넉하게 출발했으므로 원래는 가는 도중에 점심을 먹으려는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점심은커녕 꼬박 5시간을 옴짝달싹도 못하고 앉아 있었다. 이제나 저네나 정체구간에서 벗어나려나? 하는 꿈을 좇으며 엉덩이에 땀이 배도록 갇혀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노심초사를 하며 달린 결과치고는 꾀나 많이 지각을 한 셈이다. 그게 1시간 30분간이다. 3시에 도착해야 하는데 5시간 만인 4시 30분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수위실을 통과하자 구불구불하게 잘 포장된 길이 나왔다. 조경이 근사한 길이었다. 그러자니 거창한 ‘KT 리더십’이라고 쓰여 있는 건물이 보였다. 서너 개 동이 연결된 거대한 건물은 어디가 본관이고 어디가 별관인지 선뜻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까번쩍했다. 소장님이 먼저 성큼 내리더니 “찾았다!”고 건물을 가리켰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는 했겠지만 모두 먼저 도착하여 11사람이나 되는 사람들이 소장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4월에 이미 얼굴을 익힌 고참회원들이 있었더라면 조금은 안심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급한 볼일 때문에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다. 아쉬웠다. 미안하고 걱정스럽고 두루두루 좌불안석이었지만 반갑게 맞아 주는 회원님들 덕분에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참석한 공부방 회원들의 면모를 보자. 침착하고 조용하게 인사해주신 대장부엉이님, 세상에, 불과 1~2주 전에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판정을 받으셨다는 김현태님, 김현태님은 부인과 아드님과 함께 정말 어려운 걸음을 해주셨다. 그렇다. ‘내일 세상에 종말이 온다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말처럼 김현태님은 ‘자기 앞의 생(生)’을 한치 흐트러짐 없이 추스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김현태님께 고마움과 진심을 담아 환영한다.
다음은 자신을 농부라고 소개해주신 최영섭님이다. 마치 신선 같은 용모다. ‘우리나라 농부들이 더도 덜도 말고 최영섭님 같기만 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멋과 여유를 두루 갖춘 분인 것 같았다. 생각도 행동도 열린 사고와 앞선 행동으로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온 것 같은 감(感)이 팍 들었다. 다음은 김동섭님이다. 어쩜 부드럽고 조용하면서도 세련되게 말을 잘도 하신다.
여기서 잠깐, 역사(歷史 )선생님인 강범희님을 소개하고서 하던 얘기를 마저 이어나가겠다. 강범희님은 여기 김광수 경제연구소 포럼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남녀노소(男女老少) 막론하고 컴퓨터를 할 줄 아는 그래도 여유 있는 계층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 바이다. 김광수 경제연구소 포럼에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달려온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일정한 수준을 갖춘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김동섭님도 그렇고, 한전에 다니는 배연수님도 그렇고,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세이공청(洗耳恭聽)님이며 앞에서 농부라고 소개했던 최영섭님도 역시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발언의 내용과 해당 분야에 대한 질문과 비판의 수준면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 이어서 강원 공부방에 참석한 구면인 두 사람을 마저 소개한다. 지난 7월 24일에 있었던 서울 공부방에서 뵌 진효남씨 내외분도 먼 길을 찾아주었다. 중계동 은행 사거리에 살고 있고 사업체는 경기도 포천에 있다고 한다. 어쩜 두 내외가 똑같이 간편한 차림에 배낭을 짊어지고 기차여행을 하며 공부도 사회적인 이슈도 즐겁고 편하게 접근하는 모습이었다.
참석자들이 한 발언의 내용을 간추리자면 다음과 같다. 교육문제, 그리스 사태, 정치세력화를 했을 때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느냐 것 등이었다. 아, 그리고 공부방 회원들은 공부방 시작 전에 소장님을 기다리면서 버블 세븐 지역과 ‘하우스 푸어’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진효남님이 전해주었다. ‘이제는 누가 다 썩어가는 그런 시멘트 집을 10억 넘게, 더 나아가서는 20억도 넘게 주고 살겠느냐?’ ‘우리 사회도 아파트 신화에서 깨어 나올 때가 됐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김광수 경제연구소에게 한마디 경의를 표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옛말에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던가, 해서 말인데 공부방 후기나 쓴답시고 ‘연구소 칭찬이나 덥벅덥벅 내지르고 싶지는 않다. 난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주변에서 ‘아파트 투기 광풍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는 올바른 정보 발신과 제대로 된 자료를 제공한 모든 이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그 중에서 이일을 하는데 있어서 김광수 경제 연구소가 그 어느 곳 보다도 선봉에 서있다면 이쯤에서 한 마디 경의를 표하고 넘어 간다 손 치더라도 지나친 일은 아닐 것이다. ‘김광수 경제연구소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리 사회가 나만의 욕심과 재테크에 대한 욕망에서 벗어나 ‘하우스 퓨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하우스 푸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나마 김광수 경제연구소 덕분이니까 하는 말이다. 그것은 마치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먼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서 선 내 누님 같은 꽃이여’
라고 읊은 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에 나오는 시구(詩句)에 빗대어서 말 하 건데
‘불로소득이 그립고 아쉬워 빚내서 아파트 산 내 이웃사촌 같은 사람들이여! 이제는 투기열풍에서 돌아와 준엄한 현실 앞에서 투기는 끝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하여 ‘하우스 퓨어’ 상태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들이 정상적인 벌이행위로 인한 임소득으로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가꿔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오죽하면 오늘도 여전히 ‘하우스 푸어’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다음이나 네이버의 메인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보자. 다음 화면에는 “화병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집 가진 자의 ‘수난’ 이라는 기사가 떴는가 하면 ‘방학 특수’ 사라진 전세시장이라는 기사와 ‘서울 아파트 10채 중에 5채 집값 하락’이라는 기사로 채워졌다.
네이버에는 더 자극적이고도 절망에 떠는 기사가 줄줄이 사탕처럼, 조기 두름처럼 엮어 시리즈로 나와 있다. ‘집값 하락에 이자 폭탄.....중산층이 무너진다.’ ‘은행월세 450만원.....견디다 못해 목숨 버리기도’라는 기사가 보인다.
‘은행월세’라는 말은 솔직히 ‘하우스 푸어’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잘 알지도 못한 말이었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은행에서 융자금을 얻어서 집을 산 때문에 매달 은행에 이자를 꼬박꼬박 내면서 사는 사람들은 은행에 월세를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맞다
‘아는 것이 힘이다.’
‘지금 알았던 것을 전에도 알았더라면...’
‘정직한 정보발신과 양심적인 연구소가 대한민국에 더 많았더라면......’
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아쉬운 부분이다.
‘망둥어가 뛰니까 빗자루도 뛴다?’는 식으로 많은 ‘하우스 푸어’ 중에는 남들이 하니까 자기도 한 사람이 많다. 말하자면 가진 능력 이상으로 과도하게 얻은 은행융자금으로 인해 코너에 몰린 사람들이 많다. 원하는 만큼 부동산값이 안 올라주면 해쳐나갈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투기 열풍은 너 죽고 나 살자는 구조다. 이런 일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서야 쓰겠는가. 이제는 바로 잡혀야 살 수 있다. 정부든 개인이든 더 이상 자식세대의 것 까지 빼앗아 탐하는 구조는 끝내야한다는 말이다. 어서 이 모든 것이 바로 잡혀야 한다.
우리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강원도 공부방 회원들은 KT 리더십아카데미에서 약속한 시간을 끝냈다. 그리고 원주시내로 갔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지만 유리창에 빨간 불길과 함께 감판이며 유리창 선팅까지 온통 ‘고추 맴맴’이라고 쓰여 진 음식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공부방 회원들은 여기서 못다한 나머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음식도 시대현상을 반영하는 것인가. IMF사태로 들썩일 때도 불닭이며 불낚지, 불갈비 라든지 하는 자극적인 음식이 판을 쳤었는데 요즘 다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왜, 잠잠하다가 시국이 어수선하고, 경제문제로 민심이 들썩거릴 때마다 혀가 얼얼할 정도로 유난히 매운 음식이 등장하는가 말이다. 이열치열인가, 가슴에 나는 불을 메운 음식으로 달래려는 것인가. 이 무슨 아이러니인지 모르겠다.
한잔 술을 기울이고 매운 음식을 먹으며 하고 싶은 말과 땀을 쏟아내며 가슴에 고여 있는 응어리를 풀어낸다.
이 아니 좋은가?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시중 한담이 바야흐로 원주 땅에서도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탱큐 엘자
첫댓글 원주 공부방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7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어려운 건강상태에서도 공부방에 달려온 그 정신은 무엇일까요? 그 답은 자식세대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인과 아드님을 데리고 온 것은 자식세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닐까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더운 날 애 쓰셨습니다.
감사히 잘읽었습니다.........원주지역공부방 홧~~~~~팅 !!!!!!!!!!
정말로 홧~~~팅! 입니다. 펌글의 홍수 속에서 감칠맛 나게 쓴 이런 후기는 정말 더위를 잊게 해주는 한줄기 샤워입니다.
정말 잘 보고 갑니다. 애쓰셨습니다.
하우스푸어를 거부합니다.
불로소득을 거부하고 근로의 가치가 존중되는 세상을 원합니다.
근로의 가치가 = 노동의 가치가
엘자님, 참으로 글을 잘 쓰시네요..부럽습니다~ 엘자님께서 말씀하신 "자식세대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희망의 싹이 더욱 자라날 것으로 믿습니다...
좋은 이야기 되셨군요. 잘 보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