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꽃 피는 4월의 지평선 향해
걸어갑니다. 남들은 자동차 놔두고
구두나 닳게 하는 뜬구름 내 행로에
이른 봄부터 개나리꽃 활짝 피우지만
나는 아지랑이꽃이라도 꺾기 위해
아내의 출근길 반대편으로 소풍 갑니다.
주머니에 피우다만 꽁초와 라이타
그 외에 더 이상 친구도 없이
걷고 또 걸어 아지랑꽃 핀
아득아득한 지평선 향해 가출합니다.
가다가 지치면 길바닥에 주저앉아
피우다만 꽁초의 마지막 생애까지
모두 태우고 밤이슬 눈썹에 맺히면
산속에 쓰러져 사나운 꿈 꿉니다.
꿈속에서도 지평선의 아지랑이꽃 따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갑니다. 흥,
표독스런 암코양이들을 만나 이내
꿈속에서도 쫓겨납니다.
방황하는 수많은 밤하늘의 별들
봅니다. 저 아름다운 별들이 이유 없이
내 눈속으로 익사하는 모습 봅니다.
아지랑이꽃을 꺾지 못하고 나도
별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합니다.
한 잔의 술처럼 목마를 타고 떠난
자들의 이름 밤하늘에 무수히 떠올리며
새벽을 기다립니다
아지랑이꽃 꺾어 그 별들에게
건네줄 것을 약속하며.
[아빠는 밥빠 그래서 나빠],달아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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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꽃 / 최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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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9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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