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달 괴물
..... 저번에 썼던 '그림자 도둑'도 그렇고, 이번의 테마인 '응달 괴물'도 그렇고.
왜 이렇게 저도 모르게시리 어둠에 관련 된 소설을 쓰게 될까요.
..... 저, 어둠의 자식인가 봅니다. [또는 피의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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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1. 그녀
나는, 아직 햇빛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나에게 '왜 그랬냐'라고는 묻지 말아라.
#Type 2. 낙서와 응달괴물 한 마리
오늘따라 신경쓰인다. 내 글씨, 중 1때 처럼 여전히 빽빽하다-는 것. 이걸로 담임한테 많이 지적 받기도 했는데. [웃음] 그래도 내 맘인 걸.
노트에 필기를 마치고 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창가 쪽에 앉은 나는 햇빛을 받으며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누리끼리한 노트 한 구석에는 교실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괴상한 낙서 하나. 그냥 시커멓게 연필을 난도질 해 놓은 뜻 모를 낙서. 헤에. 그걸 보고 빙긋이 웃는 나는 괴물이려나. 축축한 응달의 동굴에서 사는 웃기고 웃긴 괴물 한 마리. 아직 햇빛을 쳐다보지 않은 홀로 선 괴물 한 마리. 그리고 괴물 한 마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한 포효를 내 뿜는다.
'하암'
기지개와 동반하고 싶은 이 포효, 결국 동반하지 못한다. 이 '교실'이란 곳에는 나 '응달 괴물'보다 더 무서운 '담임'이라는 대 마왕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Type 2.5. '담임'
이름 ; 담임 선생. [약명 담임, 담탱이 등등]
종 ; 대마왕목 고문관과 담임속의 일종.
서식지 ; 주로 초.중.고등학교에 서식. 대학교에서는 대마왕목 고문관과 담임속 中의 '담임 교수'로 명칭을 통일하여 부르고 있음.
활동 ; 주 먹이는 인간목 희생양과 학생목의 일종인 '학생'.
'학생'을 눈물흘리게 할 정도로 감사한 담임도 서식하나 '학생'을 눈물흘리게 할 정도로 재수 없는 담임도 서식하고 있음.
특징 ; 30Cm 플라스틱 자, 당구채, 야구 방망이 등등의 '무기'를 가지고 다니며 '학생'의 다리를 헐게 만들음. '학교'라는 공동체 사회에서 꽤 높은 서열을 유지하고 있음. '학생'을 사냥하는 방법에는 '분필 난무', '룰러 샷' 등이 있다.
#Type 3. 햇님, 응달에서 악수를 권합니다.
콩콩. 강시가 되었다.
두 발을 번갈아 걷는, 시시하고 일상적인 걸음을 거부한 채 나는 두 발을 땅에서 한 번에 떼어 한 번에 착지하는 '강시법'을 택했다. 그리고 어제 새벽에 케이블 TV에서 본 오래 된 중국 영화 속 배우들의 오버격 표정과 대사를 생각하며 '정말 유치했지'라면서 웃음을 지었다.
콩, 콩, 콩, 콩. 당장에 집 앞에 위치한 수학학원에 가야 하지만, 내 다리는 그 짓을 허용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엄마는 수다 떨러 외출하셨을 수도 있으니 기왕 하는 김에 치가 떨리는 수학학원과 다리가 떨리는 논술학원은 집어 치워야지. [웃음]
그리고 숙여진 채로 들리지 않는 고개를 흔들리는 대로 까딱까딱 거리며 콩, 콩, 콩, 콩.
나는 길을 갈 때 앞을 보지 않고 아래를 보며 간다. 아래를 보며 가면, 신기한 모양의 보도블럭미로도 볼 수 있고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도 더럿 볼 수 있다. 아니, 어제의 옛 중국 영화처럼 너무 유치했나? 까짓 거. 유치할 대로 유치해 주지 뭐. 그래도 고개를 들고 가면 발견할 수 없는 행복함도 있는 걸.
우선 보도블럭 길 위에서 선 안 밟고 가기. 뒷꿈치를 세우고 요리 조리 빠져 나오는 재미가 솔솔하기 그지 없다. 담에는 횡단보도의 하얀 부분만 밟기. 걸음이 조금 이상해 져서 남들에게 쪽팔리긴 하지만 그런대로 즐길만한 놀이이다. 또 인도 위 찰싹 붙어 검둥해진 껌 안 밟고 가기. 밟으면 1점 감점, 총 10점의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껌 10개를 지날 때 마다 1점씩........................
"앗..!!"
"뭐야?!"
─ 멍하니 뒤로 넘어졌다. 검은 자켓의 수염 덥수룩한 아저씨에게 턱하니 부딪힌 것이다. 앍, 아퍼!!
"학생, 잘 보고 다녀!! 머저리야? 걸음은 왜 그래?"
"아.. 죄, 죄송합니......"
후다닥 일어서고 거듭 아저씨를 향해 꾸벅꾸벅 거린다. 그래도 눈은 여전히 땅에 가 있는 상태. 최대한 눈을 햇빛에 노출하기 싫으므로-라는 이유이다. 근데 이 네가지 없는 아저씨, 인사가 다 끝 나기도 전에 가 버린다. 아우웅, 저런 거 딱 질색이야. 안 그래도 나, 지금 땅에 부딪힌 팔꿈치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 받았다고......
[─]
받았는데..
[─]
받았는데...
#Type 4. 선물
바람이 땅에서 하늘로 용솟음친다. 모아 두었던 눈 중, 아직 가루의 모습으로 남은 눈들이 각각 제 갈 길로 흩어 져 아름다운 가루 만발의 광경을 연출한다. 동시에 내 눈이 하늘로 가고, 두렵기만 했던 하늘과의 대담.
내 손이 캐릭터 일러스트 속 한 장면 처럼 독특하게 움츠러들었다. 숨을 크게 들이 쉬고, 맘껏 이 상황을 바라 본다. 야아─ 하늘은 이렇게 푸르렀구나. 과학 시간, 가끔 나왔던 사진 속 하늘도 마주치지 않던 내가 서서히 중독 된다. '어차피 그 너머에 無의미한 우주만이 펼쳐져 있는 걸' 이라는 식 따위의 생각은 집어 치우고, 모았던 두 발을 어깨 넓이만큼 벌린다. 그리고 내가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고서 목 부러져라 하늘만 쳐다본다.
그리고, 짧막하게 느끼는 데자뷰. 어디선가 그렸던 나만의 하늘, 어떻게든 넓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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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듯 하군요. 그래요. 응달 작가 곰돌가리는
이틀이나 사흘 뒤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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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아- 굉장히 맘에 드는 단편이네요. 뭐랄까 어딘가 머엉-한 느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