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와 마리 [유진목]
로즈와 마리는 하나였는데
어느 날 둘로 나뉘었다.
마리는 그런 줄 모르고
로즈와 하나인 듯 거기에 있었다.
그곳은 바람이 짜고
어느 날은 해가 구름에 완전히 덮이거나
어느 날은 해 말고 다른 것은 없는 날이
비가 올 때는 바다가 검게 그을려
빗물이 닿는 것마다 불같이 놀라곤 하였다.
로즈는 비에 젖어 마리가 짙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마리를 볼 수 있게 된 것인지
둘이 된 것인지
하지만 마리는 로즈를 볼 때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고
마리,
로즈는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혼자 죽었다.
나는 네가 어떤 것은 평생 모르길 바라
그러면 살면서 거짓말은 하지 않고
무엇보다 품위를 갖고
마리,
죽기 전에 로즈는 생각했다.
네 자신으로 행복하면 좋겠어
마리는 그 후로도 여러 해를 살았다.
- 작가의 탄생, 민음사, 2020
* 로즈마리는 향도 좋고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다.
부산 영도 흰여울길에 가면 손목서가가 있다.
책방인데 커피도 마실 수 있다.
그 근방에는 로즈마리가 거센 풍파를 맞고도 꿋꿋하게,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
늘 저런 로즈마리를 키워보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지만
사실 키우기가 만만치 않다.
지금 그나마 작은 화분에 한뼘쯤 되는 넘들이 자라고는 있지만
언제 또 죽을지 모른다.(사실 몇번을 키우다 실패했다.)
그런 로즈마리가 로즈와 마리가 되어 둘이 되었다니!
내가 분열해서 자아가 두 개가 된 기분이 든다.
하나의 나는 이렇고 또 하나의 나는 저렇고......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면 유년 청년 장년 노년 등의 시절을 거치면서
이랬다, 저랬다 격이 바뀔 순 있겠다.
그게 좋은 방향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방향일 수도 있다.
튼실하게 잘 자란 로즈마리도 로즈와 마리로 나뉘어
서로 격조를 높이며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