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이 지나고 이번주까지 방학인 아들이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것이
보기 싫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해서 며칠전부터 오늘 데이트를 약속해 두었다.
남편은 출장중, 열여섯 사춘기의 아들과 사추기를 보내고 있는 엄마.
과연 오늘 하루를 얼굴 붉히지 않고 자알~ 보낼 수 있을까?
오늘 데이트의 컨셉은 '낯선 곳 체험하기'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가서,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식당에서 밥먹기.
먼저 간 곳은 인도 레스토랑 주소를 들고 찾아 간 大沽路.
상해 8개월차인 내게 그곳은 아직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곳이었다.
워낙 카레를 좋아하는 아들이고 한국에서는 인도레스토랑에서 잘 먹던 아들인지라
상하이에서 손꼽는 레스토랑이라니 좋아할 줄 알았는데..아들의 반응은 별루였지만
내 입맛에는 별 무리없이 무난한 인도의 맛.
미식가의 추천을 받고 간 곳은 마살라 아트였는데
들어서는 우리를 종업원이 옆에 있는 식당으로 인도했다.
새로 오픈한 곳인가?
인도의 맛이라..과연 어떨지..
양쪽 옆에는 일식 롤 전문집과 뉴질랜드 스타일의 카페겸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맞은 편에는 타이 맛사지 가게가 있고 이런 저런 레스토랑들이 띄엄 띄엄 줄지어 있는 거리였다.
분식집 분위기 나는 기본 세팅. 플라스틱 컵이 전체 컬리티를 확~ 낮춰 버렸다..ㅋㅋ
전체 분위기는 현대적인 인도의 느낌? 밝은 분위기와 연두색 칠을 한 벽,
여기에 경쾌한 인도음악까지 더해져 한 껏 인도의 멋을 풍긴다.
산만하지 않고 깔끔한 인테리어도 마음에 듬.
음식이 나오기전 에피타이저로 제공된 튀김과자. 달고 시고 매콤한 소스에 취향대로 찍어 먹는다.
먼저 주문한 것은 탄두리 치킨. 야자잎에 싸서 화덕에서 구운 맛이 일품이다.
가장 무난한 치킨 커리. 맵지 않고 살짝 달콤한 맛이 난다.
난은 버터맛과 갈릭맛 두가지를 시켰는데 맛이 똑 같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것 처럼 바삭거리지 않아서 별루였다.
이건 왜 나왔는지 모를 음식.
어떤 맛이 좋냐고 물어서 치즈맛이 좋다고 대답했을 뿐인데
시키지도 않은 음식이 나왔다.
치즈와 계란을 잘게 쓴 야채와 함께 익혀서 만든 요리 같은데
밥에 비벼 먹으니 부드럽고 먹을만 했지만
양이 많아 거의 다 남겨야 했다.
점심을 먹고 옆으로 자리를 옮긴 곳은 뉴질랜드 레스토랑 겸 카페.
완전 커피숍 분위기인데 주방은 2층에 있나 보다.
깔끔한 분위기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고 있는 사람들.
파스타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파스타가 맛있는 곳인가 보다.
브런치 먹기에도 좋은 곳.
점심을 먹고 온 우리가 시킨 메뉴는 카페 라테
아들은 아이스초코렛
와이파이 빵빵한 곳에서 아들과 함께 난폭한 드라마를 영화처럼 보면서 여유를 누려 보기도..
그렇게 처음 가 본 곳 따구로에서 브런치를 먹고 차를 마시고 아들을 벗삼아 낯선 거리를 걸어 보았다.
그리고 이동한 곳은 역시 처음 가보는 쉬자후이 공원.
작은 호수들이 있고 긴 구름다리가 있는 작지만 운치 있는 공원이었다.
쉬자후이는 상해의 핫플레이스중의 한 곳인데 내가 수집한 정보로는 상해 최초의 성당이 자리했던 곳이기도 하고,
전자상가와 다양한 쇼핑몰이 밀집해 있어 항상 많은 차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이렇게 한산하고 깨끗한 공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까이에 헝산루와 산시난루등 프랑스 조계지로 이어지는 거리거리마다
숨은 맛집과 카페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은 아들에게 전자상가를 가는 조건으로 먼저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사춘기의 아들은 좀체 집밖을 나가려고 하지 않는데,
오늘은 전략이 제대로 먹혔는지 순순히 따라와 주었다.
약속대로 메이뤄청 백화점에 가서 아들이 사고 싶어 하는 갤럭시탭과 아이패드를 실컷 구경하고 왔다.
몇달째 돈을 모으고 있는 아들, 한달은 더 모아야 할 것 같다고 약간의 실망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구베이로 와서 함께 나란히 발맛사지를 받고
저녁은 어느 미식가가 상해에서 가장 맛있는 우동집이라고 추천해준
일본식당 TAYA( 한마당 2층)에서 따뜻한 우동 한 그릇씩 먹고 집으로 돌아 왔다.
한국식 김치우동이 정말 별미였는데 카메라 밧데리가 떨어져 인증샷을 찍지 못했다.
짧은 하루지만 인도도 가보고 일본에도 가보고,
낯선길도 거닐어 보고, 공원 산책도 하고,
아들이 보고 싶었던 전자상가 아이쇼핑도 하고..
아들과의 겨울방학 마지막 데이트는 이렇게 무사히, 달콤한 여행으로 마무리 되었다.
첫댓글 근사하고 부러운 모습..^^
오늘 아드님과 행복하셨던거죠..?^^
저도 아들크면 그렇게 데이트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저희도 미운세살인지 요즘 반항기인지 엄마를 무셔하질 않아 종종 목소리도 높아지고 맴매도 하는데요..힘들어도 어릴때가 그립다고 다 키워놓으니 더 사랑해주지 못한게 미안하다며 많이 사랑해주라는 조언에 꾸욱 참는답니다..딸이랑은 내년 정도면 둘이서 엑세서리 구경 다니면 되겠네요..아드님이 오늘 참 즐겁고 엄마랑 친해진 느낌으로 흐믓했을 것 같아요..멋있는 엄마모습 잘 배우고 갑니다..^^ 김치우동 저도 반드시 맛 봐야겠어요 ^^
ㅎㅎ 크리스틴님은 딸고 있고 아들도 있으시군요~저야말로 부러운데요? 부모의 권위만을 내세우기에는 세대차이가 너무 커서 그저 친한 친구같은 엄마가 되고자 했는데..가끔은 아들이 제가 엄마인지,친구인지, 혹은 강아지(?)인지, 분간을 못하는 것 같아서 인내심이 바닥날 때가 있답니다. 그래도 엄마와 친한 아이는 절대 탈선할 수 없다고 하니, 탈선하지 않고 잘 자라 준 것만도 감사한 일이지요~김치우동 정말 맛있어요~ ^^+
다구로 가셨군여.. ^^* 전 하와이 레스토랑갔었는데.. 저도 그 길 좋아여! 고급 마사지 (금액적으론 제게..ㅋㅋ) 샵들이 즐비한테 저녁에 가면 거지들이 영어로 돈 달라고 할 정도여요.,.
그래요? 저녁에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겠군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게요..그래서 조금 귀찮다 싶어도 이 때가 지나고 나면 또 그리워질 때가 있겠지 하는 생각에 또 참을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하나뿐인 아들이여서 딸 같은 며느리를 본다면 정말 잘해줄텐데..ㅋㅋ
앗~저희집앞이네요^^ 다음에 또 오신다면 이태리식당 "Nolita" 한 번 가보시라고 추천 해 드리고 싶네요~
프렌치 레스토랑이더군요..그렇지 않아도 명함 받아 왔는데 점심 2코스에 88원 3코스에 106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
그 프렌치 식당 바로 옆에 이태리 식당이 있어요^^ 언듯 보면 잘 안보이거나 한 식당으로 오해하기 싶습니다.
말씀하신 프랑스식당 점심코스도 괜찮습니다~ 고기가 땡길때 88원짜리 스테이키랑 전식 세트, 드셔 볼 만 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어디부터 먼저 가볼까요? 행복한 고민이네요..ㅎㅎ
저는 프렌치 레스토랑 nova에서만 명함 받아 왔는데 Nolita도 런치 세트가 있나요?
안타깝게도 그 이태리식당이 2월6일 부터 저녁식사만 서빙하겠노라고 입구에 적혀있네요..아드님과의 데이트 넘 보기 좋습니다^^
프랑스식당 점심세트도 괜찮고 주말 브런치 세트도 실합니다~
오호?멋쮠데요ㅎ 탄두리치킨 완전맛있어보여요? 주소여쭈어도될까요?저도가고파요?글고 영어가능한가요? 제가상해도착두달이라 둘다짧지만 그나마 저질이지만 영어가나아서요ㅠㅠ아님 메뉴판에사진이?
저친킨완전좋아하는데?
탄두리치킨?침이고이네요ㅠㅠㅎ
네..인도종업원인데 영어를 하더군요..메뉴판에도 물론~ 아니었으면 저도 주문 못했을 거예요~
탄두리치킨은 메뉴에 안보였는데 그냥 말하니까 알아 듣더군요 55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
답변감사요?근데?주소가?저아직택시밖에ㅠㅠ
그래서 주소나 아님기사한테뭐라얘기해야갈수있으까요? 주소주심좋을텐데? 수첩에써서뵈주게요ㅎ
大沽路 397번지예요..중국식 발음은 따구루, 길을 건너서 조금 올라 가다 보면 nova라는 프렌치 레스토랑도 괜찮다고 하시네요
여러분이 추천해 주신 곳, 저도 다음에 가보려구요..^^+
넘 부러워요. 시읽어주는 여사님 내용으로 봐선 구베이 사시는거 같은데 저두 좀 델구 다녀 주세요.^*^
구베이는 아니지만 매일 같이 구베이를 지나다니죠..pete님 시간 되시는 날 nova에 한번 같이 가실래요?
다음주는 금요일 점심 괜찮아요~ 11시쯤 구베이에서 출발하실 수 있는 분 계시면 함께 모시고 갈께요~ ^^+
Nova가 뭐하는 곳인가욤?? 암튼 맨날 시간되니^^ 담주 금욜 삼치(눈치,코치,염치) 집에두고 무조건 껌딱지 할래융~
프렌치 레스토랑이예요..스테이크 런치 세트에 88원이라고 하네요
몇 분이 추천해주신 곳이예요...저도 맛은 잘 모르지만 그 동네 사시는 bonnie 님이 괜찮다고 하시네요 (위의 댓글 참조)
차비 없이 점심값만 챙기시면 되구요..가기전 pete님 개인 소개 좀 부탁드려요~ ^^+
자기소개서(?) 간단하게 적어 쪽지 드렸구요, 만나게 되면 그때 좀더 촘촘히...
네, 받고 답장드리고 전화도 드렸는데 연락이 안되었어요~ 제가 궁금했던 것은 성별,나이 정도였어요~ㅋㅋ
저도 아들 사춘기가 곧 올것 같은뎅.. ㅎㅎ 아드님과의 데이트 멋지네요~^^
글구... 저도 금욜 점심에 껴도 될까요?^^;;
물론이죠 기쁘게 환영합니다. 그럼 pete님이랑 세명 확보되었네요..
처음 만난 사람들과 낯선 곳에서의 식사라 괜히 설레이네요..ㅎㅎ
아직 두 자리가 남았으니 얼른 신청하세요~^^+
엄마들의 화려한 외출에 참여하신 분은 모두 여섯명.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지만 상해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공감대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창가에 자리한 우리에게 함박눈 같은 우박은 보너스였답니다. ^^+
참가하고 싶은데 금요일이 안되는지라,,,, 아쉽,,,,,
맛나게 드시는 후기 부탁드려요
마치 개인블로그를 보는 것같이 상세하고 좋았어요 이런 훈훈한 글들은 자주 보고 싶네요 .
아들과의 데이트..아직은 아이들이 어려 큰소리도 내고 화도 내는 엄마지만 언젠가는 이런 날들을 기대하며..또한 커버린 아이드를 보면 아쉬울것 같아요 멋지게 사시는 모습이 보기좋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