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용 알루미늄 판재 제조기업 노벨리스는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기 위해 중국 창저우 공장에 약 1억8000만달러(약 1922억원)를 투자한다고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자동차용 열처리 생산라인에서 연산 능력은 약 10만t으로 증가하고 고속 슬리터와 완전 자동화 패키징 라인의 생산 역량도 강화된다.
노벨리스는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둔 다국적 그룹 `아디트야 비를라 그룹(Aditya Birla Group)`의 금속 부문 주력 기업이다. 알루미늄과 구리 산업의 선도 기업인 `힌달코 인더스트리스(Hindalco Industries Limited)`의 자회사기도 하다.
자동차용 알루미늄 판재 세계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해당 산업 선두주자 노벨리스의 이 같은 투자 의사 결정은 자동차 산업에서 경량화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는 의미다. 차량 무게가 연비와 핸들링, 견인 능력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얼마나 가벼운지`가 자동차 구매의 주요 고려 요소로 부상했다. 이에 기존 철강재 대신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플라스틱 신소재 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포드(Ford)의 `F-150`과 랜드로버(Landrover)의 `레인지로버(Rangerover)` 등 225개 모델에 노벨리스가 생산한 알루미늄 차체가 사용된다.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브랜드 알파 로메오(Alfa Romeo)는 스포츠 세단 `줄리아(Giulia)`를 만들면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벨리스의 알루미늄을 채택했다.
포드의 픽업트럭 `슈퍼 듀티`는 차체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무게가 가벼워 견인 능력이 떨어질 것 같지만 마력 대비 중량이 감소해 오히려 더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일반 차량부터 스포츠카, 트럭까지 차종을 가리지 않고 알루미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노벨리스는 3대 자동차 생산 지역인 아시아, 북미, 유럽 모두에서 자동차 판재 생산능력을 갖춘 유일한 알루미늄 공급업체다. 노벨리스의 생산능력은 지난 3년간 2.5배 향상됐다. 특히 중국과 북미 지역에선 양산 능력이 6배나 증가했다.
알루미늄 수요는 향후 8년간 전 세계에서 3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벨리스는 2020년을 목표로 올해부터 설비 증설 작업에 착수했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약 160개의 정규직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현재 10개국에 진출해 직원 1만1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2014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창저우 공장은 생산량 전량을 전 세계로 공급해 왔다. 이번 투자로 생산되는 제품은 전기차 스타트업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2020~2021년 출시 예정 모델에 들어간다.
쿠마르 망갈람 비를라 노벨리스 이사회 의장 겸 힌달코 인더스트리스 이사회 의장은 "자동차 업체들이 계속해서 알루미늄 소재를 더 많이 채택하고 있다"며 "노벨리스는 예상 고객 수요보다 먼저 투자함으로써 자동차업계에 프리미엄 제품을 공급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차체는 전기차 산업에서 가치와 중요성을 더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효율을 높이려면 가벼운 차체가 도움이 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기준이 강화되는 추세는 전기차를 내연기관차보다 매력적으로 만들고 자연히 알루미늄 차체에 대한 선호도 높인다. 세계에너지협의회에 따르면 2020년께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6대 중 1대는 전기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자동차용 알루미늄 판재 공급 업체 노벨리스가 1억8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중국 창저우 공장 내부 모습. 생산능력이 2배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제공 = 노벨리스]
전기차의 무게를 줄이면 한 번 충전으로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순수 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모델에 알루미늄과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해 초경량 차량을 제작했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 `니오(NIO)`는 지난해 말 공개한 `ES8`의 차체 전체를 노벨리스의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친환경 제품을 적극 장려하며 배기가스 감축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IHS Markit)은 중국의 승용차 총수요는 2025년까지 3400만대에 이르고 전기차가 시장의 전체적인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벨리스가 중국 창저우 공장에 우선 투자해 생산능력을 강화하기로 한 결정 역시 이러한 수요를 고려했다.
스티브 피셔 노벨리스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알루미늄을 더 많이 쓰고 있다"며 "이는 노벨리스에 엄청난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리우 노벨리스 차이나 대표 겸 아시아 자동차 담당 부사장 역시 "노벨리스의 이번 투자는 중국 시장 개발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제조 능력 증대뿐 아니라 디자인과 혁신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보다 고객중심적인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차체 외에도 중국 시장에서 알루미늄 소재 적용 분야를 확대하는 데도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